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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깨진 불량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는?

‘불량품을 판다고?’

요즘같이 소셜네트워크(SNS)가 발달한 세상에 불량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조만간 가게 문을 닫겠다고 온 세상에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최대한 불량품을 줄이고, 불량품이 나오더라도 소비자에게는 팔지 말아야 하는 것. 기업을 운영하는 CEO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이 기본 사실을 정반대로 접근해 성공한 기업이 있다.

일본 대형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www.rakuten.co.jp)시장’에서 깨진 불량품 전병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일본전통쌀과자 메이커 ‘이나호 혼포(いなほ本舗)’가 그 주인공.

지난 2008년 라쿠텐시장에 출점한 이 식품회사가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주력 아이템은 ‘부서진 센베이’이다. 말 그대로 제조 과정에서 깨져서 일반 매장에서는 ‘상품’이 될 수 없었던 과자들을 모아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나호 혼포’는 ‘부서진 센베이’를 발매한 이후 매월 평균 500만엔의 매출을 올리며 일본 전통과자 코너에서 월등한 매출액을 자랑한다. 이 상품은 간장, 깨, 파래 김 등 3종류의 깨진 과자를 별다른 구분 없이 비닐봉지에 하나에 담아 박스로 배달한다. 개별포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가 줄어서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 ‘부서진 센베이’ 한 상자(1kg)의 가격은 정상상품 가격(3674엔)에서 71% 세일된 1050엔(1만3,000원)에 불과하다.

이나호 점포를 운영하는 ‘마루다이 쌀과자(丸大米菓)’는 놀랍게도 1933년에 창업해 79년 역사를 가진 전통있는 회사다.

멥쌀만을 사용해 과자를 제조하는 이 회사는 그동안 오프라인 상점에만 주력하다가 3대째인 시마다 토모히코씨가 소매사업을 확대하면서 인터넷 통신판매로 시장을 확대했다. 이런 시장 확대 과정 속에서 탄생한 상품이 바로 ‘부서진 센베이’.

회사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서 갈라지거나 부서져 정상 제품이 되기 힘든 것들을 소비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싸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때 불량품이었던 이 제품은 발매한지 4일 만에 품절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는 온라인 매출의 90%를 ‘부서진 센베이’가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부서진 센베이의 인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 불황 속에서 허영이나 겉치레보다 가격과 실속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허영심 없는’ 소비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 동향을 분석한 일본종합연구소의 미야타 마사유키씨는 “경제불황과 버블붕괴를 겪은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만족을 위해 소비하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소비자 심리가 맛은 보장되면서 가격은 저렴한 ‘부서진 센베이’를 통해 충족되면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양과 포장은 부실하지만, 전통과 품질만큼은 보장할 수 있는 ‘부서진 센베이’. 이 상품의 ‘이야기’가 허영심이 없어진 소비자의 욕구에 정확히 적중한 것이다.

웹사이트 : http://item.rakuten.co.jp/senbeyasan/04-22/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