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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니하오! 차이나 | 거세게 부는 ‘와인 붐’

소비·수입·생산 급증… 술문화도 급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와인 소비와 생산이 크게 늘어나는 등 술문화가 빠르게 서구화 되어가고 있다. 사진은 연말연시를 맞아 인파로 북적이는 베이징 시내의 모습.

중국 베이징 시내의 번화가인 싼리툰 인근에는 주바제라고 불리는 거리가 있다. 이 곳에는 4차선 도로 양쪽으로 약 50여 개의 바 (bar)가 줄지어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 모습만으로도 압도되는 듯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주바제를 걷다보면 각 술집들이 뿜어내는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과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현재 중국의 풍요로움이 저절로 체감된다. 이 주바제 술집들의 영업은 저녁 10시가 넘어서면 피크를 맞는다. 7시부터 술집 바깥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젊은 아르바이트생들도 이 시간이 되면 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술집들은 젊은 남녀들로 빼곡히 차고, 흥겹고 즐거운 분위기에 손님들이 무대로 나와 객원가수들과 노래를 하기도, 춤을 추기도 한다. 중국인들은 한국인과 달리 낯가림을 하지 않는다.
처음 만난 사이에도 쉽게 말을 섞고 술 한잔에 친구가 된다. 새로 친구를 사귀게 되면 술을 따르는 손이 바빠지게 마련이다.
이 술집들은 바이주를 팔지 않는다. 대신 맥주와 와인을 판다. 대학생차림으로 보이는 친구들은 맥주를 마시고, 양복이나 세미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은 주로 와인을 마신다. 얼핏 보아도 손님들의 1/3은 나초나 얇은 피자, 치즈케익같은 간단한 안주거리를 시켜놓고 와인을 마신다.

와인소비량 최근 5년새 2배
이들 젊은 소비자들이 중국을 미래 세계 최고의 와인시장으로 밀어올릴 원동력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중국의 중장년층은 바이주 문화에 익숙해 있어 그다지 와인을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20~30대의 와인에 익숙한 젊은층들이 주력 소비계층으로 떠오를 10년후면 중국의 술 문화 무게중심은 와인으로 쏠려 있을 것이다.
국제와인기구(IOV)에 따르 면 2012년 중국 와인 소비는 전년대비 9% 증가한 17억 8,000만ℓ였다. 2008년 대비 로는 27% 증가한 것이다. 전 세계 와인 소비량은 245억ℓ 로 전년대비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중국이 전 세계 와인 소비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수입와인 소비다. 2007년 이후 중국의 수입와인 소비량은 연평균 55% 성장했으며, 앞으로 5년 동안 수입와인과 자국산와인시장이 각각 연간 15%, 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2018년 수입와인 소비량은 7,000만 상자(1상자: 750mℓ×12 병)에 달하고 중국 와인 총 소비량은 2억5,800만 상자로 세계 2위의 와인 소비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세계 5위의 와인 소비시장이다. 연간 소비량은 1억8,000만 상자며, 그 중 수입와인은 3,600만 상자다. 세계 1위 소비국은 미국으로 3억1,500만 상자다.
중국 차이푸품질연구원이 발표한 ‘2013중국와인시장보고서’ 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중국 1인당 와인 소비량은 지속적으 로 성장해 2002년 0.25ℓ에서 2012년 1.31ℓ로 5배 이상 증가했 다. 중국 와인 수입액은 2010년, 2011년 큰 폭으로 늘어나 각 각 전년대비 74.7%, 79.8% 증가했으며 2012년에는 상승폭이 9.9%로 낮아졌지만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3년 1~3분기 와인 수입액은 12억786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 늘었다.

중국인 소비 와인 중 25%가 수입산
현재 중국 연간 와인 소비량은 18억ℓ로 그 중 약 25%가 수입 와인이다. 중국해관(관세청)에 따르면 중국 수입와인의 60%가 유럽산이며, 그 중 35%는 프랑스산이다. 중국 고급와인시장을 프랑스산 유명 브랜드가 주도하지만 칠레산, 호주산 등이 우수한 품질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시장은 향후 3~5년 내 시장이 다극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와인소비는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2년 와인 총 수입액 15억8,036만달러 중 지역별 수입액 1위는 국제도시 상하이시로 5억3,012만달러를 기록했다. 그 뒤로 광둥성(3억3,488만달러), 산둥성(1억5,546만달러), 베이징(1억1,269만달러) 등이 차지했다. 최근 각 성도와 직할시가 주요 2·3선 도시를 중심으로 한 경제 발달에 힘쓰고 있어 해당 도시의 고급 와인시장 성장 잠재력이 큰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와인 판매상들이 여러 형태로 판로를 개척하면서 2·3선 도시, 나아가 4선 도시까지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원저우, 선양, 타이위안 등은 고급 와인 소비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6년 와인생산 세계 6위 전망
영국의 와인전문잡지인 ‘하퍼스’는 2012년 세계 8위의 와인 생산국인 중국은 2016년이면 이탈리아와 칠레를 제치고 세계 6위의 생산국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5년내 중국 와인 생산량이 54% 증가해 1억6,600만 상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와인기구(OIV) 역시 ‘2013년 세계포도주사업통계보고’에서 2012년 세계 총 포도 재배면적은 752만8,000㏊로 2000년의 784만7,000㏊보다 31만9,000㏊ 감소했지만, 중국 포도 재배면적은 2000년(30만㏊) 대비 27만㏊ 증가한 57만㏊로 세계 4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1위에서 3위 국가는 스페인(101 만8,000㏊), 프랑스(80만㏊), 이탈리아(76만9,000㏊)였다.
2012년 중국 와인 생산량은 13억8,000만ℓ로 전년대비 16.9% 증가했다. 현재 중국의 주요 와인 생산지는 산둥, 지린, 랴오닝, 허난, 허베이, 신장, 닝샤, 산시 등지다. 그 중 산둥성의 2012년 와인 생산량은 4억6,700만ℓ로 전년동기 대비 6.49% 증가했다. 이는 중국 총 생산량의 33.81%에 달한다.
장위, 창청, 화동, 웨이롱, 왕차오 등 중국 내 유명 와인 브랜드 모두 자체 저장고를 건설했으며 중국 최대 바이주 브랜드 마오타이도 와인 저장고 건설에 3억2,000만 위안을 투자해 연간 1,000t의 고급와인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자국 브랜드 와인도 급속 성장
중국 브랜드의 와인 생산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2002년 2억8,000만ℓ에서 2012년 13억8,000만ℓ로 약 5배 성장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75%다. 그 중 생산 능력이 1만t 이상인 와인 생산 기업은 장위, 왕차오, 창청, 웨이롱, 펑쇼, 통화등이며 창청, 장위, 왕차오 3개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52%, 총 매출액은 전체 시장의 56%다.
그동안 승승장구해온 중국의 와인업체지만 2013년 시작된 시진핑 주석의 정풍운동의 영향을 빗겨나지는 못했다. 장위의 2013년 1~3분기 매출액은 33억4,900만위안으로 2012년의 41억2,000만위안 대비 18.8% 하락했으며, 순이윤은 8억6,900 만위안으로 전년동기 대비 25.28% 줄었다.
와인시장의 성장세만큼이나 중국 업체들의 세계 와인농장 매입도 매섭다. 1820년대 호주에서 가장 먼저 포도나무가 심어진 헌터 밸리에서는 2012년 중국인 투자자들이 6개 와인 양조장을 매입했으며 3개 양조장은 현재 인수 작업중이다. 세미용과 쉬라즈 포도가 생산되는 헌터 밸리 지역의 포도농장 가격은 2008년 이후 20%나 떨어졌지만 중국인 투자 덕분에 이 지역 126개 포도농장 가격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 와인농장 매입에도 적극
중국 샤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윈스턴 와인은 지난 2012년 7월 호주 양조장 한 곳을 매입하고 헌터 밸리에 있는 와인농장 두 곳도 추가로 인수했다. 중국 보석전문그룹 테시로는 2012년 22만㎡ 규모의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샤토 롤랑 뒤코’ 와인농장을 매수했다.
테시로의 사장은 “와인 생산의 전 과정을 이해하고 싶어 농장을 매입했다”며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와인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중국이 프랑스 보르도의 포도주농장을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라투르 라귀앙스, 2009년 리셸류, 2010년 셰뉘 라피트에 이어 지난달엔 샤오 비오까지 모두 중국인의 손에 넘어 갔다. 매입자 중에는 중국 국영회사까지 있다.
중국의 로컬 와인브랜드로 매년 9,300만병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창청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양조장들이 많다”면서 “우리에게는 양조장을 매입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와인숍에도 중국산 와인이 등장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