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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호

경제잠망경 | 9호선 계약파기의 득과 실

9호선 계약파기의 득과 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 10월 맥쿼리와의 싸움에 승리함으로써 영웅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외국 자본인 맥쿼리로부터 지하철 9호선을 되찾아 시민 품에 돌려준 사람이 됐다. 보통 시민들은 지하철 9호선 요금이 폭등하지 않을 것으로 사태를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의 한쪽 측면일 뿐이다. 박 시장의 행동이 과연 서울시민에게 또 대한민국에 좋은 선택이었을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박 시장이 마음에 안들어 했던 부분은 두 가지였다.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수입부족분을 세금으로 메워 줘야 한다는 것과 맥쿼리 측이 자꾸 요금인상을 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박 시장이 한 일은 당초의 투자자인 맥쿼리와의 계약을 거의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운임을 올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급기야는 아예 운임 결정권을 빼앗아 왔다. 또 사업재구조화라는 것을 통해서 맥쿼리를 철수시키고 새로운 주주를 들였다.
첫째, 요금결정권부터 생각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금 결정권을 서울시가 갖는다 해도 시민의 부담은 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비용이지 요금이 아님을 생각해야 한다. 서울시는 사업재구조화를 하면서 운임보전 방식을 사업비 보전방식으로 바꾸었다. 즉 비용을 채워주는 방식인 것이다. 그러니까 운임을 얼마로 하든 시민이 부담하는 금액은 같아진다. 운임을 낮게 유지하면 서울시가 사업자에게 큰 금액을 보전해 줘야 하고 요금을 높이면 서울시가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줄어든다. 서울시가 9호선 요금을 결정한다고 해서 시민이 좋아지는 것은 없는 것이다. 사용자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아니면 납세자가 부담할 것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
둘째, 서울시는 그것을 얻기 위해 막대한 빚을 지게 되었다. 9호선의 운임결정권을 얻기 위해 서울시는 맥 쿼리를 비롯한 원래의 주주들에게 7,464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면서 3조원 넘게 절약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홍보했지만, 지나친 숫자다. 그 돈은 모두 최소수입보장에 들어가는 것인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그 금액이 1,267억원이었으니 연간 300억원 정도 였으며 당초의 계약상 보장기간은 15년이다. 게다가 보장률은 해가 갈수록 낮아진다. 지난 5년간은 90%를 보장하는데 비해 2014년부터 5년간은 80%, 2019년부터 5년간은 70%만 보장해줘도 된다. 한 분석가는 자신의 블로그(http://oceanrose.tistory.com/404)를 통해 서울시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4,000억원을 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필자도 그 정도의 금액이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서울시는 4,000억원 정도의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7,464억원의 빚을 진 셈이다. 이해하기 힘든 거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손실은 대한민국 정부의 신용 추락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시장이 당초에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특히 자본시장은 그렇다. 한국 정부가 막무가내로 행동할수록 투자의 위험성은 높아지고, 앞으로 한국 정부가 자본을 조달할 때 지불해야 하는 금리는 높아질 것임이 분명하다.
최소수입보장 방식의 SOC 민자사업이 바람직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그런 사업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정부가 앞장서서 계약을 파기하는데 어떤 국민이 약속을 지키겠는가. 법치의 근간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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