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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역사가 된 기업 이야기 | 이탈리아 테크노짐

첨단기술로 무장한 운동기구의 명품
1983년 창고에서 설립, ‘피트니스’에서 ‘웰니스’로 차별화된 전략이 성공비결


 

 



최근 ‘힐링’ 열풍이 뜨겁다. ‘느림’과 ‘힐링’에 대한 서적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가 하면, 단순히 몸을 키우는 운동이 아닌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위한 요가나 필라테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몸의 건강 뿐 아니라 정신의 안정까지 추구하는 이 ‘힐링’의 개념이 건강산업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는 것. 건강을 정의하는 개념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그 트렌드가 산업 전반을 이끌어 가는,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 사이클을 이미 30년 전부터 사업에 적용해온 기업이 있다.
‘헬스’에서 ‘피트니스’, 그리고 ‘웰니스’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대한 개념을 스스로 정립하고 그에 맞는 운동기구를 개발하면서 시장을 선도해온 이탈리아의 명품 운동 기구기업 ‘테크노짐(Technogym)’이 그 곳이다.

세계 3대 운동기구업체
테크노짐은 1983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세세나의 한 창고에서 당시 22세의 네리오 알렉산드리가 설립한 회사이다. 알렉산드리가 이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재미없고 단순한 동네 헬스클럽의 운동기구에 싫증이 난 알렉산드리는 직접 운동기구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만든 운동기구를 사람들이 좋아하자, 아예 운동기구 전문회사를 차린 것이다.
창고에서 시작한 테크노짐은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운동기구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설립 30여년 만에 매출 4억 유로(2011년 말 기준), 2,200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세계 3대 운동기구업체로 성장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 6만5,000개 이상의 헬스클럽과 10만여 가정에 설치된 테크노짐의 운동 기구 위에서 사람들은 땀을 흘리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기업의 매출 중 90% 가 이탈리아 국내가 아닌 수출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재 테크노짐은 해외 100여 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명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이 기업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 기업의 차별화된 전략이 시장에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테크노짐은 일찍이 오성급 호텔은 물론 세계에서 유명한 초호화 호텔과 스파 등에 테크노짐의 기구를 설치, 고급화 전략을 펼쳤다.
또 아시아 진출을 위해 동양 사람들의 체형에도 잘 맞는 기구를 개발하는 등 시장과 접목한 기술은 테크노짐을 운동기구의 명품으로 자리잡게 했다. 독일의 대표적 경영 컨설턴트인 헤르만 지몬 교수는 이 회사를 두고 ‘히든 챔피언’이라고 극찬했다.

운동기구에 첨단기술 접목
테크노짐은 운동기구에 첨단기술을 적용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 기업은 과거 철제 운동기구가 즐비하던 헬스장을 첨단기술의 구현장으로 변모시켰다. 테크노짐의 이런 특징은 직원 구성을 봐도 알 수 있다.
2,000명의 전체 직원 중 15%가 연구개발 (R&D) 분야에서 일한다. 이는 웬만한 IT 기업과 맞먹는 비중. 특히 연구팀 구성이 독특하다. 엔지니어와 의사, 생체 전문가, 운동 전문가 등이 한곳에서 일한다. 이처 럼 전공을 넘나드는 연구는 운동선수나 일반인, 힘이 없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쉽게 즐기면서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 운동기구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테크노짐은 1986년 업계 최초로 2㎡ 공간에서도 전신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기구 ‘유니카’를 선보였다. 하나의 운동기구를 가지고 25가지 전신운동이 가능한 이 기구는 처음 나왔을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업계에 테크노짐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이외에도 수 많은 운동기구가 테크노짐에 의해 새로 개발됐다. 여성들을 타킷으로 만든 ‘스테퍼’ 역시 1987년 테크노짐이 처음 출시한 제품이다. 1988년에는 이용자의 심장박동에 따라 운동량을 스스로 조절해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1990년대에는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와 공동연구를 통해 장애인이나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재활을 돕는 운동기구도 선보였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테크노짐은 운동의 오락적인 요소에 주목했다. 요즘이야 러닝머신을 하면서 TV를 보는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지만, 이 아이디어를 처음 도입해 개발한 회사도 테크노짐이다. 2003년 업계 최초로 러닝머신과 같은 운동기구에 TV를 탑재했고, 2010년에는 애플의 인기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활용해 음악도 듣고 자신의 운동 기록도 저장하는 러닝머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테크노짐의 노력은 142개의 국제특허 출원과 93개의 상표등록 보유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최상의 환경에서 최고의 제품이 나온다’는 일념 하에 테크노짐은 지난해 9월 이탈리아 세세나 본사에 최첨단 연구소와 생산 공장, 웰니스 센터 등을 포함한 15만㎡의 ‘테크노짐 빌리지(Technogym Village)’를 완공했다.


① 유려한 외관과 독특한 생김새가 마치 하나의 예술품 같아 보이는 이 운동기구의 이름은 ‘시클로테’. 실내용 자전거이다. ② ‘웰 니스락’ 이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테크노짐이 개발한 바벨이다. 1~13kg까지 무게를 조절 할 수 있다.

‘웰니스’로 차별화 성공
“‘무거운 것을 들면 된다’던 80년대 운동기구의 개념을 ‘즐겁고 쉬운 것’으로 바꾼 것이 주효했다.” 테크노짐의 창업자인 네리오 알레산드리 CEO는 회사의 성공전략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테크노짐이 설립되던 1980년대, 당시만 해도 운동기구란 ‘보디빌딩(근육을 키우는 행동)’을 위한 기구의 개념이 컸다. 그러다보니 남성들이 체격을 키우고 근육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역기와 아령 등이 운동기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성과 노약자, 그 외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 운동기구가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소득이 향상되면서 사람들의 건강과 몸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운동에 대한 개념도 ‘남성 중심의 근육 키우기’에서 ‘남녀노소 모두의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는 활동’으로 바뀌었다. 보통 사람들도 ‘피트니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테크노짐은 이 시장에 주목했다.
남성 중심의 운동기구에서 모두를 위한 운동기구로, 운동기구의 개념을 확대했다. 여성과 노약자, 보통사람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기구 개발에 돌입했다. 업계 최초로 여성들의 미용에 좋은 에어로빅용 운동기구 ‘스테퍼’를 개발한 것도 이 때다.
테크노짐을 선두로 피트니스에 대한 개념이 널리 퍼지면서 1990년대 다른 업체들도 속속 피트니스 운동기구시장에 진입했다. 피트니스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자, 테크노짐은 이들과 경쟁하기보다 새로운 트렌드를 선보이며 한발 더 나아갔다.
이를 위해 테크노짐은 ‘피트니스’보다 진일보한 개념인 ‘웰니스(심신이 건강한 상태)’를 새로운 카드로 내놓았다. 피트니스가 남녀노소의 균형 잡힌 신체를 강조했다면, 웰니스는 단순히 체력만이 아닌 정신이나 심리, 영양 측면까지 고려하는 토털 건강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테크노짐은 이 개념을 운동기구에 접목하며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운동기구에 심장박동 측정기를 장착하고, 공기 정화 기능을 탑재하는가 하면 일대일 맞춤운동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퍼스널트레이너 방문 서비스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새로운 개념에 맞춰 개발된 기구와 서비스는 테크노짐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됐다.
1998년부터는 시장주도권을 강화하고자 건강전문잡지, ‘웰니스 매거진(Wellness Magazine)’을 창간했다. 이 잡지는 세계 30여개국에 7가지 언어로 제공되면서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 트레이너들에게도 테크노짐의 운동 철학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올림픽 공식 납품업체로 선정
테크노짐의 기술력은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2000년대 이후에 열린 올림픽에서 네 번 연속 공식 납품업체로 선정되며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또 축구팀인 AC밀란과 첼시를 비롯해 F1 자동차 경주팀 등 전 세계 유명 스포츠 그룹과의 파트너 계약, 도이치뱅크와 나이키,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에게 최신 운동기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 세계 유명 스포츠 기업과 기관들이 테크노짐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운동기구가 뛰어나서가 아니다. 테크노짐이 운동기구 공급을 넘어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테크노짐에 소속된 인테리어 전문가들은 헬스클럽을 어떻게 꾸밀지를 조언해 준다. 미국과 일본, 스페인 등 주요 국가에 지사를 설립하고 70개국에 총판을 운영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24시간 운영되는 온라인 서비스팀이 즉각 대응에 나선다.
이와 함께 테크노짐은 창업 이후 꾸준히 명품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최고급 호텔을 겨냥해 고급형 운동기구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두바이의 부유층을 겨냥해 망치로 직접 두드려서 만든 순금(金) 소재의 운동기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Made in Italy’를 고수하고 있다. 주력제품(트레드밀, 자전거 등)인 유산소 운동기구는 이탈리아 본사에서, 근력 운동기구는 최고급 철의 산지인 슬로바키아에서 제조한다. 또 품질과 안전성을 위해 최고의 부품만을 사용 하고 있다.
테크노짐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테크노짐은 운동을 야외나 피트니스클럽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2006년 테크노짐은 이탈리아의 유명 가구·건축 디자이너인 안토니오 치테리오와 손잡고 ‘키네시스 퍼스널’이라는 제품라인을 출시했다. 키네시스 퍼스널은 한마디로 가정용 운동기구다. 바빠서 피트니스 클럽까지 가기 힘든 전문직 종사자나 재택근무자들의 니즈에 주목해, 개발됐다.
이를 위해 테크노짐은 운동기구에 가구 개념을 접목했다. 키네시스 퍼스널은 사각형 패널형태에 손잡이, 케이블, 무게추 등으로 구성된 벽결이형 운동기구인데, 기구를 조합하면 무려 200여 가지 동작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만능 운동기구인 셈 이다. 더욱이 자리를 별로 차지하지 않으면서 집안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려 세련된 멋을 내도록 만들었다.
‘키네시스퍼스널’은 2007년 세계적 가구 전시회인 ‘IMM쾰른’에서 ‘인테리어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했을 정도로 탁월한 디자인을 자랑한다.고객의 니즈에 발맞춰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그 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하는 테크노짐. 건강이란 기본 전제 아래, 그 영역을 무한히 확대하고 있는 이 기업의 미래가 기대된다.

이미영 기자 l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