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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8평에서 전국 50개 점포로, 야채가게 CEO의 성공비법


Wonderful Success Story

이영석 총각네 야채가게 대표이사

“정말로 절실하면 못 이룰 게 없어요”

1998년 야채가게 오픈, 매장 50개 거느린 ‘야채가게 벤처’ 신화를 쏘다

그곳에 가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젊어지는 느낌이 들고, 뭔가 즐거운 일이 벌어질 것 같다. 늘 잔칫집 분위기다. 그곳에는 유머가 있고, 웃음이 있고, 풋풋한 순박함이 있고, 펄펄 끓어 넘치는 열정이 있다. 한마디로 그곳은 삶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C 같은 곳이다.

장황하리만큼 길게 늘어놓은 이 표현들은 독특한 콘셉트로 성공신화를 일군 ‘총각네 야채가게’(공식 회사명은 ㈜자연의 모든 것․www.chonggakne.com)에 관한 이야기다. 얼마나 이름이 알려졌으면 지난 12월 21일 종합편성 채널A에서 수목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시작했을 정도다.

2008년과 2009년에는 ‘유기농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실제 모델로 유명세를 치렀다. 앞서 2004년도에는 총각네 야채가게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LG전자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도대체 이영석 대표에게 어떤 매력이 있고, 총각네 야채가게가 어떤 향기를 발산하기에 이렇게들 야채가게에 목을 맬까.

이 대표는 사업가였던 선친으로부터 남자다움과 당당함과 정직함을 정신적 유산으로 물려받은 열혈남아다. 사업 부도로 힘들어하던 부친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1993년도에 은행에서 300만원을 빌려 오징어와 채소를 파는 트럭행상으로 장사를 시작한 이영석 대표는 직접 부딪히는 체험을 통해 자신만의 경영노하우를 쌓아나갔다.

트럭행상으로 벌어들인 1억5,000만원으로 1998년도에 대치동에 8평짜리 야채가게를 열었다. 아파트 주민들을 감동시키는 자신만의 마케팅 기업으로 13년 만에 직영점 8개를 포함해 50개에 달하는 점포를 가진 ‘식품전문유통회사’로 성장시켰다.

이영석 대표가 과일과 야채 위에 누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즐거움을 팔다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판에 박힌 직함 대신 ‘왕눈이’나 ‘강원도’ 같은 각자가 좋아하는 별칭(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고객이 직원들을 기억하기도 쉽고, 부를 때도 재미가 있다. 할인판매를 할 때도 재미있는 문구로 방문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예를 들면 ‘○○○총각 처음으로 선보는 기념 양배추 대박세일’ 같은 식이다.

대학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전공한 이 대표답게 ‘즐거움을 판다’는 신조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이 즐겁게 열정적으로 일하면 고객들이 즐거워하고, 결국 사업도 번창해 다시 직원들이 즐거워진다”며 펀(fun)의 선순환을 강조한다.

그에게는 날마다 샘솟는 에너지가 있다. 그리고 그 에너지로 고객은 물론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다른 사람 내부에 깊숙이 잠들어 있는 열정을 깨운다. 사람들이 그에게 그토록 끌리는 이유다. 유머로 유혹하고 신뢰로 붙잡는 영업 전략을 구사하는 이 대표는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장사꾼이다.

직원들로부터 ‘대표’나 ‘사장’으로 불리는 것보다 ‘형’, ‘대빵’으로 불리는 게 더 좋고 편하다는 이 대표. 그는 “격식보다 마음으로 전해지는 훈훈함과 편안함, 진솔함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말한다.

직원 채용 과정도 독특하다. 일단 만 28살 미만의 미혼 남성이어야 한다. 채용면접에서는 장기자랑을 시키곤 한다. 고객에게 어떤 재미를 줄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을 통과해도 정식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견습 기간과 수습 기간을 거쳐야 한다. 2일의 견습기간에는 얼마나 잘 웃는지와 다른 동료들과 팀워크를 잘 이룰 수 있는지를 체크한다. 이 과정을 통과해야 3개월간의 수습기간에 들어가는데, 고객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와 어떤 자세로 장사에 임할 것인지 등 마인드 교육을 배우게 된다.

고정관념을 깨다

처음 야채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놀라는 사실은 재고율이 0%라는 점이다. 물론 단골고객들에게 재고율 0%는 상식이 된지 오래다. 1998년 대치동에서 야채가게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이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때로는 가게 문을 닫기 직전에 인근 지역 아파트를 뛰어다니면서 떨이 가격에 파는 한이 있더라도 재고를 만들지 않는다.

재고율 0% 달성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로 장사하는 것이 좋아서, 날마다 축제를 벌이듯이 열광적으로 일을 하는 신선도 100%의 젊은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종업원들의 상당수는 대졸 출신이다. 총각네 야채가게의 비전을 보고 찾아온 것이다.

가게는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순간부터 순식간에 무대로 바뀐다. 직원들은 배우가 되고, 사장은 감독이 된다. 흥겨움이 넘친다. 직원들은 매일매일 난타 같은 공연을 보여 준다. 문을 열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오후 2시가 되면 거의 판매가 완료된다. 대치동 18평 점포에서 날마다 대한민국 평당 최고 매출액 신화를 쏘는 요인 중 하나다.

야채 파는 일에 목숨을 거는 뜨거운 젊음, 파릇한 열정, 상식을 뒤집어버리는 아름다운 패기로 무장한 대한민국의 싱그러운 젊은이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경영 방식과 삶의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에는 경영 전문가들이 말하는 핵심요소들이 고스란히 내재화돼 있다.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이 이미 실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야채가게 벤처를 이루기까지, 이영석 대표와 직원들은 늘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사고와 독특한 아이디어로 새바람을 일으켰다. 장사에 일찍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도입한 것도 그렇고, 직원들에게 4대 보험 가입은 물론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고, 해외 연수를 시키는 것도 그렇다.

야채를 들고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이영석 대표.


차별화가 답이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과일과 야채를 파는 조그마한 가게가 매일같이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것은 대체 왜일까. 답은 단순하다. 차별화가 정답이다.

다른 가게들이 정적(靜的)이고 생기가 없다면 총각네는 동적(動的)이고 생기가 넘친다. 총각네에서는 오렌지처럼 톡 쏘는 신선함과 열정, 딸기처럼 달콤한 미소, 토마토처럼 맛깔스러운 매력, 아무리 먹어도 질리는 않는 감자 같은 한결같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고의 품질은 기본이다. 이 대표는 최고의 맛과 신선도를 고수하기 위해 날마다 새벽에 가락동농수산물시장을 찾아 일일이 뒤집어 보고 자르고 먹어 본다. 과도 하나 들고 무턱대고 수박이나 참외, 사과를 반으로 쪼개 맛을 보고 사지도 않고 가버리니 도매상인들이 고운 시선으로 볼 리 만무했다. 초창기에는 몰매를 맞기도 했다. 그래서 도매상인들로부터 얻은 별명이 ‘강도’다.

단골 손님들은 과일이나 야채를 사기 전에 상태를 묻는 법이 없다. 이 대표의 최고 품질에 대한 고집을 잘 알기 때문이다. 최고의 품질과 물건을 사는 재미는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돈 안들이고 홍보하는 입소문 마케팅을 활용한 것이다.

이 대표는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철저한 통계 분석을 통해 그날 판매할 과일과 야채를 고른다. 소풍이나 수학여행이 있다든지, 부녀회 모임이 있다든지 등 고객들의 입을 통해서 얻은 각종 정보들을 활용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확실한 서비스정신이 곁들여진다. 과일도 맛이 없으면 애프터서비스를 해 준다. 서비스에도 장인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총각네가 천하무적이 된 이유들이다.

인터뷰 도중에 성공방정식을 묻는 질문에 이영석 대표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하고 있다.


‘희망’을 심는 사나이

지금까지 총각네를 찾아 벤치마킹한 기업의 숫자는 1,000개에 달한다. 완벽한 품질, 고객감동 서비스, 고객과의 소통 등 핵심 경영방식들이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실행되고 있는 것을 체험하러 온 것이다.

“교육만이 회사를 존재하게 만듭니다. 교육만이 삶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은 본 만큼 알게 됩니다. 보고 듣는 게 그만큼 중요합니다. 직원들이 보다 높은 행복지수를 느낄 수 있도록 보고 듣는 것을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의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행복지수를 높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직원들과 회식을 해도 최고의 호텔에서 최고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진 자들이 누리는 행복을 느껴보고 그런 삶을 살도록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 직원들을 아끼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의 목표 중의 하나는 직원들의 가슴에 희망을 심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언젠가는 독립해서 따로 점포를 꾸려야 한다며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전수해준다. 이렇게 해서 후배들이 청실, 논현, 도곡, 신사, 개포, 광장 등에 지점을 내어 독립할 수 있었다. 지금 직원들도 모두 그런 꿈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누구라도 더 이상 자신에게 배울 게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독립을 시켜 준다. 점포를 얻는 비용이며 기타 필요한 것들을 모두 지원해 준다.

자신의 성공요인의 핵심을 묻는 질문에 “기본에의 충실입니다. 더하기 빼기 못하면 곱하기 나누기 못 배우는 것과 같은 거죠”라고 대답한 이 대표. 그에게는 꿈이 있다. 5년 안에 ‘농산물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과 10년 안에 정신사관학교를 짓는 것이 그것. “행복도 습관이다”라고 강조하는 그는 내일 새벽에도 변함없이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가락시장을 휘젓고 있을 것이다.

김중근 기자 kjg21@gfe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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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석의 성공철학 5계명

1. 절실하라.

2. 명확한 목표를 세워라.

3. 천 번의 기도보다 한 번의 행동이 낫다.

4. 남들과 똑같이 행동하지 마라.

5.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Tip on him

•소유 차량: 모닝(KIA 경차)

•좌우명: 인생은 즐거워야 한다

•좋아하는 단어: 초심, 꿈, 긍정, 열정

•커뮤니케이션 노하우: 경청

•가슴에 새긴 말: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동물에 비유한다면: 마음 약한 호랑이

•취미: 패러글라이딩과 스킨 스쿠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뜨거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