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通

다이내믹 컨트리 | 싱가포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7. 29. 08:18

관광·금융·컨벤션 경쟁력 ‘세계 최고’
1인당 GDP 6만달러 육박…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상 너머로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가 웅장한 모습으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952. 싱가포르가 지난해 개최한 세계 국제회의 숫자다. 최근 국제협회연합(UIA)은 2012년 세계 국제회의 개최 순위를 발표하며 싱가포르를 세계 1위의 컨벤션 도시로 선정했다. 2위부터 5위까지인 벨기에 브뤼셀(547건), 오스트리아 빈(326건), 프랑스 파리(276건), 한국 서울(253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해 싱가포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무려 1억4,400만명. 2011년의 1억3,200만명에 비해 9%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이 소비한 돈만도 223억달러(약 24조원)에 달했다.
서울시만한 면적에 인구는 경기도의 절반 가량인 530만명밖에 되지 않는 싱가포르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싱가포르는 어떤 나라?
싱가포르는 1819년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현 싱가포르 남부에 개발한 항구가 시초이다. 1963년 말레이시아 연방 일원으로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으며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정부와의 다툼 끝에 결국 연방 탈퇴권유를 받고 자주국가가 됐다.
인구는 꾸준히 늘어 독립 당시 160만명에서 2011년 현재 530만명에 달한다. 경제력도 눈부시게 성장하여 20세기 후반에 가장 빨리 성장한 나라중 하나가 됐다.
싱가포르 항구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구중 하나이며, 정유시설과 금융가는 세계에서 각각 3, 4번째로 크다. 2010년 경제성장률은 14.9%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해 자국 영토의 500배에 달하는 옛 종주국 말레이시아를 총 경제규모로도 추월했다.
2011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714달러를 달성했으며, PPP 환산 국민소득은 6만달러에 달하는 부자나라다. 1인당 외환보유고도 세계 최고 수준이며 실업률은 2%내외다.
2012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싱가포르는 144개국 가운데 스위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 다국적컨설팅업체인 ECA인터내셔널이 매년 전 세계 400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아시아인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싱가포르가 뽑혔다. ECA인터내셔널은 싱가포르가 공기, 의료서비스, 치안, 인프라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카지노 허용하며 관광객 급증
싱가포르는 1959년부터 1990년까지 리콴유 수상의 장기집권 기간 동안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관 주도의 정책 집행은 공산주의보다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제정책은 국가에서 통제하는 권위주의식 자본주의.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자본주의와 성격은 다르지만 고도로 발달된 시장기반 경제를 갖추고, 수출입 무역에 의존하여 발달하여 왔다.
현재까지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상당히 효율적이고 청렴도가 높은 편이며 투명한 시장경제를 지지하고 있다. 특히 1960년대부터 시작한 주택개발위원회에 의한 ‘플랫’(Flat)이라 불리던 대규모 정부 공급 아파트정책이나 경쟁력이 우수한 교육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미디어, 사회간접시설, 교통 등 대부분의 지역경제는 정부 소유의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는 런던, 뉴욕, 도쿄에 이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외환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사업가들에게 가장 친화적인 정책과 환경을 갖춘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발달한 산업은 관광분야다. 특히 2005년 논란 끝에 도박을 합법화시켜 마리나 사우스와 센토사 섬에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를 건설하면서 관광객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쇼핑몰, 전시회장, 호텔, 박물관, 극장 등 지하 3층 지상 55층 규모로 건설된 마리나베이샌즈에 싱가포르 최초로 카지노가 들어선 이후 매년 전 세계에서 1억명 이상이 방문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곳 카지노에선 매년 5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마리나베이샌즈가 직접 고용한 직원만 1만명에 달한다.

빼놓을 수 없는 지도자 리콴유
싱가포르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리콴유이다.
1959년, 35살에 총리가 돼 1990년 물러날 때까지 싱가포르를 이끈 독재자이자 국부(國父)와 같은 존재다. 리콴유는 한 마디로 싱가포르라는 나라를 설계한 사람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는 싱가포르의 국부이며 현재의 싱가포르를 만든 가장 중요한 인물임을 부정할 수 없다.
1965년 당시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500달러에 불과했고 인구증가율은 4%라는 세계 최고수준에 실업률은 12%에 달했다. 자원도, 인구도 부족했으며 공업발달에 필요한 내수시장도 없었고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었다. 공산주의자들과 정치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노사갈등, 민족갈등 등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이에 리콴유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을 엄격하게 세웠으며 국가주도의 산업화를 비롯, 여러 획기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특히 리콴유는 관광국가의 중요성을 예감하고 녹지조성에 집중적인 투자를 쏟았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매우 발달된 도시문화와 동양적 자연을 갖춘 관광지로 부상했으며, 중계무역항의 이점을 살려 금융, 무역의 허브로 발전시켰다. 리콴유는 산업화도 성공시켜 오늘날 아시아에선 넘볼 나라가 없을 정도로 싱가포르를 번영시킨 주역이다.

향후 10년 ‘생산성 30% 향상’ 목표
한편, 싱가포르는 2001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GDP가 2.2%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게 되자 그해 12월 경제검토위원회(ERC)를 세우고 경제에 다시 활력을 심어주기 위한 정책수정을 제시, 이로부터 침체에서 벗어나게 됐다. 2004년에는 8.3%, 2005년에는 6.4%의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전 세계에 불어닥친 불황은 싱가포르도 피하지 못했다. 싱가포르처럼 개방경제, 해외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의 경우 결국 투자국인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이 투자를 줄이면 자연히 침체의 길을 걷게 되기 때문이다.
2010년 14.9%까지 성장했던 성장률은 2011년 4.2%, 2012년 2%로 급속히 떨어졌다. 시장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반응하는 싱가포르 정부는 즉각 ‘생산성 향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침체 국면 속에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투자유치에 주력하는 동시에 범국가적 생산성 향상을 끌어내야한다고 판단, 생산성 향상을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들고 나온 것. 노동자들을 숙련된 기술자로 만들어 생산력을 높이는 한편 잘 훈련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해외기업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현재 싱가포르 정부는 향후 10년간 30%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설정하는 등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총력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다양한 직업 훈련·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업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황을 지켜보면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컨센서스가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테오 치 힌 싱가포르 부총리는 올해 의회연설에서 “향후 10년간 연간 2~3% 생산성 향상 목표를 달성하고 경제활동인구 성장률을 1~2%로 유지한다면 싱가포르는 2020년까지 GDP 성장률을 3~4%로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아시아의 선두주자에서 세계 최고를 향해 나아가는 싱가포르의 성장은 우리에게도 여러모로 시사하는 점이 크다.


오석원 기자 l won@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