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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롤렉스(Rolex)] 1%를 위한 기술, 성공의 상징 되다

롤렉스(Rolex)
성공의 상징, 20세기 시계역사 대변
세계 최초 방수시계 오이스터 개발, 1년간 장인의 손 거쳐 탄생

“나이 50에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지 않은 사람은 실패한 인생이다.”
지난해 초 프랑스의 유명한 광고계 거물 자크 세겔라가 방송 인터뷰 도중 한 말이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인 세겔라는 ‘블링블링’(사치와 허세를 일삼는 생활방식을 일컫는 신조어)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는 사르코지를 대변하면서 이 말을 했다고.

실제 롤렉스 시계를 좋아하는 사르코지는 인기가 급락하자 언젠가부터 대중 앞에서는 롤렉스 손목시계를 차지 않고 있다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세겔라의 이 발언은 롤렉스(Rolex)의 슬로건과 맞아 떨어진다. 1950년대 롤렉스의 광고 문구는 이렇다.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는 사람들은 롤렉스를 찹니다.”

롤렉스의 탄생

롤렉스는 스위스 사람 한스 윌스도프(Hans Wilsdorf)에 의해 1908년 세상에 처음 빛을 보게 된다. 당시 스위스 쥬라지방의 시계제조 및 수출을 하는 무역회사의 평범한 영업사원었던 윌스도프는 “시계는 시간이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백년이 지나도 틀리지 않는 시계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1905년 영국으로 건너가 ‘윌스도프&데이비스’라는 시계전문 회사를 차렸다.

그 당시엔 손목시계가 너무 여성적이며 부정확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많은 남성들은 주머니 시계를 사용했다. 또 물과 먼지가 내부에 들어가기 쉬웠으며, 강한 진동이나 충격에 대한 내구성 등에 문제가 많기도 했다. 하지만 윌스도프는 손목시계가 미래에 대중화될 것을 예견하고 손목시계를 생산에 전념했다.

1908년 그는 작지만 정확한 스위스산 무브먼트를 장착한 손목시계를 만들어 ‘롤렉스(Rolex)’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 시계안의 시계를 만드는 손과 왕관모양을 합성한 로고를 그려 넣었다. 롤렉스란 이름은 시계라는 뜻인 영어의 호럴로지(horologe)의 ‘rol’과 정교함과 최고를 뜻하는 영어 익스퀴지트(exquisite)의 ‘ex’를 합친 말이다.


롤렉스의 역작
‘오이스터’

롤렉스 시계는 시계 역사에 최초라는 수많은 기록을 세우면서 20세기 시계역사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윌스도프는 1910년 롤렉스를 스위스 공인계측협회에 보내 손목시계로는 최초로 협회의 인증을 받았다. 기술에 대한 선입견을 깨트리기 위해서다. 1914년에는 당시 항해용 큰 시계에만 크로노미터 인증을 주던 영국 KEW 천문대의 A등급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이역시 손목시계로는 처음이었다.

차츰 사람들은 회중시계 대신 롤렉스 손목시계를 차지 시작했다. 1919년 윌스도프는 회사를 스위스 제네바로 옮기고 롤렉스의 역작인 ‘오이스터(Oyster․굴)’ 시계를 연구, 제작하기 시작한다.

1926년 탄생된 오이스터는 세계 최초의 방수시계로 윌스도프가 저녁 식사 도중 생굴을 아무리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은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시계다. 오이스터는 물과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시계통 금속을 이음새 없이 통째로 깎아 만들었고 시계 용두(크라운)를 잠수함 해치처럼 나사 모양으로 이중 삼중으로 잠그도록 고안했다.

마케팅에 탁월한 롤렉스

1927년 롤렉스는 유럽을 넘어 전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영국 런던 속기사였던 메르세데스 글리츠가 영국․프랑스 해협을 헤엄쳐 횡단할 때 롤렉스는 글리츠에게 오이스터 시계를 협찬했다. 글리츠는 오이스터를 차고 15시간 15분에 걸쳐 해협 횡단에 성공했고, 그 시간동안 오이스터는 아무 이상 없이 정확하게 작동했다. 세계 언론은 평범한 여성의 위대한 도전에 경의를 표하면서 신기하고 놀라운 방수시계 오이스터도 함께 보도했다.

에베레스트산을 최초로 정복한 에드먼드 힐러리, 해저 1만916m까지 내려간 자크 피카르의 손목에도 롤렉스 시계가 함께 했다. 작은 유리 수족관을 시계상들에게 나눠주고 롤렉스 시계를 수족관 안에 디스플레이 하도록 한 것은 지금도 몇몇 시계회사가 모방하고 있을 정도록 탁월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앞에서 설명한 1950년대 롤렉스의 광고문구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는 사람들은 롤렉스를 찬다’를 현실화하기 위해 롤렉스는 샤를 드골, 드와이트 D, 아이젠하어,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윈스턴 처칠 등 국제적인 거물 정치인들에게 무료로 시계를 제공하기도 했다.

롤렉스는 이후로 계속해서 세계 최초의 시계들을 발명해냈다. 1931년에는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자동시계 ‘퍼페추얼(Perpetual)’을 발명했고, 1945년에는 날짜가 나오는 손목시계인 ‘데이트저스트(Datejust)’를, 1956년에는 날짜와 요일이 모두 표시되는 ‘데이데이트(Day․Date)’를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롤렉스는 전문가를 위한 시계도 만들어 냈다. 1000가우스의 강한 자기장이 있는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밀가우스(Milgaus)’는 통신․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 근무하는 전문기술자를 위해 만들어졌고, 다이버용 시계 ‘시드웰러 딥시(SEA-Duweller Dipsy)’는 수심 3,900m까지 방수 되는 제품이다. 이밖에 요트경기 선수를 위한 듀얼 타임 기능의 ‘GMT 마스터(GMT Master)’도 있다.

성공한 사람의 대변자

롤렉스는 1970년대 쿼츠(quartz) 방식의 일본시계가 싼 가격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면서 위기를 맡는다. 하지만 ‘품질’과 ‘고급화’의 힘으로 오히려 더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완벽함의 대명사 롤렉스는 장인의 손으로 100% 수작업으로 제조, 조립, 완결된다. 1년에 걸친 생산공정과 단계별 품질관리로 철저하게 명품의 길을 고집한다.

이처럼 기능과 성능 면에서 최고인 롤렉스는 골프, 세일링, 테니스 승마, 카레이싱 등 5대 주요 스포츠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최고의 시계로 브랜드로 등극했다. 문화 후원기업으로도 유명한 롤렉스는 플라시도 도밍고, 요요마, 아누슈카 상카 등 세계 유명 음악가들을 후원광고에 사용하고 있다.

‘영원함(timelessness)’은 롤렉스가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이다. 묵직함, 단단함, 그리고 성공 이미지까지 성공한 남성들의 상징이 된 롤렉스는 시계 명품 중 단연 으뜸이 아닐까.

김수진 기자 ksj@gfeo.or.kr


<추억의 브랜드>
닭표 안감

닭표(Rooster) 안감은 1955년 해방 10주년 기념 산업박람회에서 대형 업체들을 물리치고 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1950년대 국내 양복안감 시장을 석권한 대표 브랜드다. 닭표안감을 만든 회사는 선경직물. 선경직물은 부통령상 수상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300만환의 투자자금을 유치받기도 했다.
닭표 안감은 다른 인조견과 달리 지주(地主)를 하지 않고 바로 재단해서 쓸 수 있어 당시로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통했다. 뿐만 아니라 조직이 조밀하고 표면이 매끄러워 양복안감으로는 최고로 뽑혔다.
닭표 안감이 당시 얼마나 유명했는지는 선경직물의 제품 개발 이후 수십여종의 유사상품이 잇따라 출시됐다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1956년 들어 가짜 닭표가 활개를 치자 포목점이 몰려 있던 동대문 시장의 직포 도매상들은 정부와 선경직물 측에 단속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