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자 썸네일형 리스트형 [시가 있는 세상읽기] 겨울 숲과 밤꽃 겨울 숲과 밤꽃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 그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정현종 작「좋은 풍경」중 「좋은 풍경」(정현종) 덕에 눈 내리는 숲의 정경이 한결 따뜻하다. 누군가의 ‘발자국’과 ‘입김’까지 선명하다. 슬며시 웃음도 물게 한다. ‘그짓’이라니, 그것도 겨울 ‘밤나무에 기대’! 참 절묘한 표현이다. ‘키스’(그 이상인가? 이런 상상 유발도 시의 폭을 넓힌다)라고 명징하게 썼다면 심심할 뻔했다. 혹 갸웃거리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상어를 시어로 쓴 지 이미 오래고, 욕설도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