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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INSIGHT GYEONGGI | 경기도와 뿌리산업 1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미국, 유럽, 남미 등에서 시장점유율을 끌어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무역 강국 한국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는 이들 전자제품과 자동차에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모든 산업에는 금형, 표면처리 등의 핵심 요소가 빠져서는 안된다. 이처럼 산업의 뿌리가 되는 뿌리산업이 최근 재조명받고 있다.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뿌리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각종 제도가 만들어지고 시책이 시행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경기도의 뿌리산업에 대해 알아본다.

■ 글 l 박현정 기자 phj@gfeo.or.kr
            

산업의 근간,‘뿌리 ’
“뿌리산업 2017년 세계 6위로 육성”
경기도에 7,000개 뿌리기업 소재… 전국 최초 조례 제정, 종합계획 마련 중


“신제품 개발이요? 엄두도 못 냅니다. 환경 규제 강화로 단속기관 눈치 보기 바쁘고, 3D 업종으로 인식돼 인력 채 용도 어려워요. 외국인노동자들 아니면 공장을 멈출 판입니다.” 시흥시에 소재한 한 영세 도금업체 대표의 한숨 섞인 토로는 우리나라 뿌리산업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10인 미만 소공인이 76.2%
뿌리산업이란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 공정산업을 말한다.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등 제품의 형상을 제조하는 공정과 열처리, 표면처리 등 소재에 특수 기능 을 부여하는 공정으로 구분된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국내 뿌리산업 시장규모는 2010년 794억달러로 이중 44%를 국내 뿌리기업이 공급했다.
나머지는 완성품업체와 수입으로 충당. 국내 뿌리산업은 2만 5,000개의 뿌리기업과 기업 내부에서 뿌리기술을 적용하는 완 성품업체로 구성된다.
뿌리기업 종사자는 2010년 기준 26만명으로 제조업 종사자 341만명의 7.6%를 차지한다. 10인 미만 소공인이 76.2%, 평균 종사자 수는 10.4명 수준으로 영세한 산업 분야다. 또한 뿌리기 업 1인당 부가가치는 8,600만원으로 국내 제조업 평균 1억 6,500만원의 52%에 불과하다. 그나마 금형과 용접은 선진국 수 준에 근접한 편이지만 주조,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4개 업종은 매우 열악하다.
뿌리기업의 기술수준은 세계 14위. 주요 수요산업이 뿌리기술 관련 부품, 소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주조분야는 사형 주조용 자동조형라인 100%, 자동차용 정밀주조제품 60% 를 수입에 의존한다.

뿌리기술 관련 부품 수입에 의존
금형은 복합사출성형 전용금형 100%, 이종부품 조립용 금형 100%, 소성가공은 특수 점진성형장비 95%, 기어용 정밀단조금 형 90%, 용접은 고온고압용 내열압력용기 100%, 고온 접합용솔더재료 70%를 수입한다.
열처리는 친환경 고효율 열처리 장비 80%, 고내열 고강도 소 재부품 70%, 표면처리는 반도체 웨이퍼용 도금장비 95%, 초고 온 내열 엔진부품 70%를 수입한다.
뿌리기업의 영업이익률도 7~8% 수준이다. 제조업 11%, 자동 차 11%, 전자 9%에 비해 낮다. 또한 뿌리기업은 산업단지 입주 율이 25.1%에 불과하다. 산업단지에 입주하지 못한 뿌리기업은 개별적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과다한 비용이 발 생한다.
이와 함께 뿌리기업들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뿌리산업 이 3D 기피업종으로 인식되면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이 증가하 고, 기술, 기능 인력은 감소하고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2010년 뿌리기업의 외국인근로자 비중은 23.5%, 40~50대 인력이 전 체의 63%를 차지한다. 뿌리기업의 임금수준도 반도체, 자동차, 철강, 기계분야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산업재해율은 1.34%로 중소기업 평균 0.75%의 2배이다.

뿌리산업의 63% 수도권에 위치
이런 국내 뿌리산업의 약 62.6%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데 경기도에는 전국의 약 32%인 6,966개 업체가 있다. 종사자수 1인 이상 되는 뿌리기업은 도내 35%가 분포하고 있다. 이중 10인 미만 영세뿌리기업이 경기도 전체 뿌리기업의 78%를 차 지하고 있어 타 산업군에 비해 영세성이 심각하다. 더욱이 10 인 미만 영세뿌리기업이 전국 비율 76.2%보다 1.8%p 높게 나 타나고 있다.
이처럼 ‘뿌리 없는 나무는 없다’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경기도를 비롯 국내 뿌리기업이 처한 환경은 여러 가지로 위기 에 직면해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 자동차, 조선, IT 등 국내 주력산업은 뿌리산업의 공정기술을 이용하는 것이고, 뿌리 산업의 뒷받침으로 최종 제품의 품질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튼튼한 뿌리산업의 토대가 마련되지 않는한 세계적인 명품은 탄 생하기 어렵다. 일례로 전 세계적으로 주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독일 헨켈사의 주 방용 칼인 쌍둥이칼 은 오랫동안 식칼을 쓰더라도 쉽게 칼날 이 무뎌지지 않는 특 수 단조 공법을 사용 한 뿌리산업의 산물 이다. 그 유명한 스위 스의 시계도 일본의 코끼리밥통도 튼튼한 뿌리산업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2월 경기도는 경기테크노파크에서 뿌리산업 육성 종합 계획 수립을 위한 ‘뿌리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기술의 첨단화·프리미엄화 진행
뿌리산업의 기술은 최근 첨단화 되고 있다. 독일 쌍둥이칼이 280년 전통이 녹아있는 대장장이들의 고집에서 나왔다면 삼성 전자에서 출시하는 스마트폰은 스마트폰 터치패널 표면처리기 술이 들어가 있고, LG전자의 LCD TV에는 외장 프레임 금형기 술이 적용된다. 최근 뿌리산업은 첨단화와 융·복합화를 통해 미 래 신성장동력 제품의 가치를 제고하는 프리미엄 기술로 부상 하고 있다.
이 같은 뿌리산업의 변화와 중요성을 인식한 독일·일본 등 제 조업 강국은 물론 미국 등의 선진국은 뿌리산업 육성에 적극 나 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뿌리산업 육성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뿌리산 업 진흥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뿌리산업 종합 지원에 나섰다. 지식경제부는 뿌리산업을 2017년 세계 6위로 육성시키 기 위한 지원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뿌리기술 R&D 시스템 구축 ▲뿌리기업 공정혁 신 촉진 ▲뿌리인력 선순환구조 정착 ▲경영 및 근무환경 개선 ▲뿌리산업 지원시스템 구축 등 5대 분야에 걸쳐 7,916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청은 우수한 뿌리기업을 지정해 정부 지원정책 연계 및 글로벌 경쟁력 보유기업으로 육성·지원하기 위한 ‘뿌리기술 전문기업 지정제도’를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 으로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 뿌리산업진흥센터 운영 나서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발맞춰 경기도 차원 의 효과적인 지원시책 을 추진하기 위한 기 틀을 마련했다. 지난 해 ‘경기도 뿌리산업 진흥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 도내 뿌 리산업에 대한 실태조 사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3년마다 종합계 획을 수립하도록 제도 적 장치를 만들었다.
‘경기도 뿌리산업 진 흥 및 육성에 관한 조 례’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제정됐으며, 이 조례로 경기도의회는 한국지방자치학회에서 주관하는 제9회 우수조례 선정에서 장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례안은 뿌리산업 집중육성 추진계획 수립과 함께 뿌리산업진흥센터 지정·운영·기술개발지원·인력양 성 등을 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지자체 최초로 경기도가 뿌리산업 지원 방안 및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포럼 을 통해 논의된 내용들을 도가 올해 마련하고 있는 ‘뿌리산업 3 개년 종합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와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뿌리산업 육성을 위해 특화된 지원정책 시행을 통해 뿌리산업의 선순환 구조 정 착을 시도하고 있다. 주력제조업과 동반 성장하는 뿌리산업 강 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