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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진단 | 딜레마에 빠진 뉴타운

딜레마에 빠진 뉴타운
추가분담금·매몰비용에 진퇴양난
개발 지연으로 주거환경 열악… 경기도, ‘맞춤형주거사업’으로 대안 마련


 

 


 

 

▲지난 2009년 10월 14일 열린 부천 소사본동 뉴타운 기공식.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뉴타운 사업을 시작한 부천 소사 지구 9-2D구역은 지난 2012년 9월 입주를 시작했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끝난 사업도 있지만, 대부분의 뉴타운은 지금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빠져있다.

한때 재개발이나 재건축하면 돈이 되 던 시절이 있었다. 노후화된 아파트 단지 등을 새롭게 지으면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더 큰 평수의 아파트를 제공받는 식으로, 서민의 재산가치 상승에 한 몫을 톡톡히 했었다. 지금 뉴타운으로 불리는 도시정비사업도 처음 시작되던 10년 전에 는 그 연장선에서 장밋빛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뉴타운은 계륵으로 변했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무분별한 지정이 ‘화’ 불러
지난 5월 8일, 감사원은 <서민주거안정 시책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원 감사는 구 국토해양부, 서울 특별시, LH공사 등 10개 기관에 대해 보금자리주택 및 도시정비사업 등 서민주거안정시책의 수행체계와 성과를 집중 점검하여 대안을 마련할 목적으로 실시 한 것이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서두에 ‘정부가 그 동안 주택부족 문제해결과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보금자리주택 건설 및 뉴타운·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과 같은 다양한 시책을 수립하여 시행했지만 보금자리주택은 분양위주의 추진사업으로 인한 공공개발이익의 사유화 논란을, 뉴타운 등 도시정비사업은 양호한 서민주거지 소멸과 사업 중단에 따른 매몰비용 처리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주택시장의 장기침체, 반복적인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으로 서민이 체감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이 지적한 뉴타운 관련 문제는 첫째, 무분별한 뉴타운 지구 지정에 따른 매몰비용, 주민갈등 등 서민 주거불안 초래, 둘째, 정비사업 시행초기 사업성 검토를 통한 사업의 실행 가능성 제고 필요, 셋째, 무분별한 뉴타운·재개발 구역 지정에 따른 세입자 주거안정불안 우려, 넷째,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의 불합리한 처리로 사업시행자에 부담전가 등이다.

주민 뜻 아닌 정치적 이해로 시작
지난 3월 13일, KBS2TV는 <추적60분-뉴타운, 출구는 없나>을 방영했다. 방송은 ‘뉴타운 사업은 주민을 위한 개발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방송이 지적한 뉴타운의 문제는 조합의 불투명한 사업비, 정비업체의 서면결의서 위조 의혹, 건설사의 과도한 추가분담금 등이다.
방송에서는 기존에 16평 주택을 가지고 있던 한 뉴타운 지구 주민에게 2,000만원의 분담금이 책정됐지만, 입주를 앞두고 건설사에서 2억원의 추가분담금을 요구한 사례, 입주자 총회 한 번에 4억6,000만원의 비용이 든 사례, 투표도 하지 않았는데 투표한 것으로 처리된 서면결의서 등등 숱한 비리가 등장한다.
원래 뉴타운 사업은 서울시가 도시정비사업을 하면서 처음 붙인 이름이다. 여기에 주민들의 재산가치를 높여주겠다는 정치권의 공약이 거들면서 뉴타운은 사업 초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너도나도 뉴타운 지정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할 정도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후불량률이 66.7% 이상 되어야 사업지구 지정이 가능한데도, 서울시의 경우 2003년 2차 뉴타운 시 평균 노후불량률 35.0%에 불과한 10개 지구를 뉴타운 지구로 지정했고, 2005년 3차 뉴타운 시 평균 노후불량률 54.3%인 11개 지구를 지정했다.
일단 뉴타운 지구로 지정되면 건축물의 신·증축 등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따라서 사업이 오래도록 공전될 경우 주거환경은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과도한 매몰비용, 해제 발목 잡아
여기에 사업을 중단하려해도 과도한 매몰비용 등으로 인해 해제가 쉽지 않다. 매몰비용이란 쉽게 말해 뉴타운을 추진하면서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등에서 사용한 비용이다. <추적60분>에서 소개된, 과도한 추가분담금 문제로 재개발이 멈춘 서울의 한 뉴타운 지구에 건설사가 325억원의 매몰비용을 청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계속 추진하자니 거액의 추가분담금 마련이 문제고, 그만두자니 또 거액의 매몰비용이 문제인 셈이다.
뉴타운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바닥을 치고 있는 부동산 경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건설사들이 뉴타운 사업 참여를 관망하고 있고, 시공사가 선정된 조합도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 또 지구 지정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열악해지는 주거환경으로 인해 커진 반대 목소리로 뉴타운은 점점 진퇴양난에 빠지고 있다.
그렇다고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이를 강제로 해제하거나 추진할 수도 없다. 민간사업인데다 주민들의 재산권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뉴타운 대안 ‘맞춤형주거사업’
뉴타운 사업은 도시재정비촉진법(일명 도촉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일명 도정법)에 의해 시행되는 사업이다. 지구지정과 관련해 시장·군수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입안해 올리면 광역자치단체로서는 승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이 문제는 국가는 빠지고 광역자치단체의 문제로만 귀결되는 듯하다.
현재 경기도에는 7개 시, 13개 지구 106개 구역의 뉴타운 사업이 남아 있다. 당초 12개 시 23개 지구 213개 구역에서 절반이 줄어든 것이다. 최근 경기도는 뉴타운 사업추진위원회 해산에 따른 매몰비용의 70%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경기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개정해 토지소유자의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거나 지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뉴타운 사업에 대해 도지사가 직권으로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준태 경기도 도시재생과장은 “주민부담이 과도할 시나 목정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상당히 주관적 판단이 가능한 요소에 대해 계량적 개관적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 목적”이라며 “입법 예고에 따른 의견을 반영, 정리 후 조례 개정 진행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뉴타운을 적극 추진하고자 하는 지구는 적극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해제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4월 30일, <도시재생활성화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맞춤형주거정비사업’을 뉴타운 대안사업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뉴타운이나 재개발 지구 해제지역을 중심으로 기반시설 등을 정비 개량해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경기도는 이를 마을 만들기 기법을 활용한 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이 사업의 명칭을 ‘맞춤형주거사업’으로 정했다.
황학용 도시기획과 주거정비팀장은 “뉴타운이 관 주도로 주민불만이 많았던 것을 감안, 맞춤형정비사업은 주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다”며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올초 1차 공모를 통해 8개소를 선정, 계획수립비를 지원했고, 7월말에 2차로 3개소를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신덕 기자 l oponce@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