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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COVER STORY | 신 가족의 사회·경제학 2

新가족의 경제학
솔로이코노미 소비시장 블루칩 부상
1~2인 가구 늘면서 2030년 관련 소비 규모 194조원 전망



성남 소재 IT회사에 다니는 이동권(33) 씨는 캠핑 마니아다. 한 달에 한번 주말을 활용해 캠핑을 즐긴다.
이씨는 “결혼을 하지 않은 동호회 친구들과 만나서 캠핑을 즐겨요. 새로운 캠핑 장비가 나오면 친구들과 공동구매를 진행하거나 남들보다 먼저 사용해보는 편이에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나만의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솔로 생활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이 씨와 같은 ‘나 홀로 가구’가 늘어나면서 2030년에는 관련 소비 규모가 19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가족 구조의 변화에 따라 이른바 솔로(solo)이코노미가 소비 시장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한 것.
산업연구원은 이러한 1인 가구의 소비 지출 규모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11.1%에서 2020년 15.9%, 2030년 19.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30년 18.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 4인 가구를 넘어서는 규모다.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 규모도 2010년 88만원에서 2020년 100만원대, 2030년 120만원대로 늘어날 것 으로 추정됐다. 특히 1인 가구는 오락·문화서비스, 이· 미용, 가정용품·가사 서비스 부문 등에서 다른 가구보다 월등히 높은 지출 증가율을 보였다.
일례로 2006~2012년 1인 가구 연평균 오락문화 내구재 지출 증가율은 27%, 장난감· 취미용품은 24%에 달했다.
가족 구조의 변화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뜨고 있는 가족 관련 아이템들을 모아 봤다.

가전시장에 부는 ‘나노’ 바람
가전제품 업계에서는 이미 1~2인으로 구성된 ‘나노 가족’을 위한 작은 크기의 주방용품과 가전 상품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쿠쿠 소형밥솥은 지난해 30만대 넘게 팔려 10만대 팔렸던 2005년에 비해 3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동부대우전자도 소형가전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6월 저렴한 가격대의 150ℓ대 소형 냉장고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이러한 ‘나노’ 바람은 가전 시장에만 부는 게 아니다. 요리와 보관이 용이하도록 야채, 양념, 고기 등 식료품들도 1인 가구를 고려해 작게 쪼개져 나오는 ‘나노(nano) 제품’이 나오고 있 다. 이마트는 최근 신선·가공식품을 작게 포장한 ‘990원 상품’들 을 대거 출시했다. 대표적인 품목은 ‘990 야채’로 당근, 양파, 마 늘, 대파, 고추 등 채소 10여개를 각각 990원에 맞게 포장을 줄였다. 회사 측은 혼자 사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아 매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35% 정도 뛰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마트나 홈 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싱글족을 겨냥한 상품들을 늘리고, 싱글 가전 전용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생활형 심부름 서비스 인기
혼자 사는 싱글족을 위한 생활형 심부름 서비스 및 안심 서비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사생활 뒷조사 등 어두운 이미지를 가졌던 심부름센터와 달리, 현재 생활심부름센터는 새로운 소비주체 1인 가구를 겨냥한 틈새시장을 뚫어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혼자 사는 나홀로 가족을 위한 장보기와 형광등 교체, 약국 방문 등 기본 생활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 가능한 홈보안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수원시와 서울시는 보안업체와 협약을 통해, 싱글 여성이 월 9,900원에 보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하우스케어 방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가 혼자 사는 노인 가구의 응급상황 대응과 고독사 방지를 위해 지원하는 독거노인응급안전돌보미 서비스도 인기다. 독거노인응급안전돌보미시스템은 온라인의 IT기술과 오프라인의 노인돌보미, 소방서 등이 연계해 독거노인에 대한 24시간, 365일 안전 확인 및 응급 상황 발생시 구조·구급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나만을 위한 1인 식당
솔로들의 대다수는 1인분의 밥을 해먹기 보다는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고 느낀다. 문제는 1인분 식사는 주문받지 않는다거나 주변의 시선이 껄끄러워 혼자 밥 먹는 것이 쉽지 않는다는 것. 이런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곳이 바로 1인 식당이다.
서울 신촌의 ‘이찌멘’은 자판기에서 식권을 구매한 뒤 자리에서 매운맛 레벨과 단무지, 공깃밥, 칼슘 등 추가메뉴를 고르면 맞춤메뉴가 완성이 된다. 특히 이찌멘은 테이블에 독서실처럼 각 좌석을 구분하는 칸막이를 설치, 식사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설계했다. 또 메뉴를 주문할 때도 무인 식권발매기를 이용해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1인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찌멘 신촌점은 평일 매장을 찾는 고객 중 40~50%에 해당하는 약 90~110명이 1인 고객일 정도로 싱글족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라면과 같은 간단 식사 외에 회식 메뉴의 대명사인 ‘고기’도 혼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나왔다. ‘이야기 하나’는 회전초밥집처럼 레일을 따라 고기가 돌아가면 원하는 부위를 골라서 1인 화로에서 구워 먹는 시스템을 제공해 혼자서도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한다.



1인 메뉴도 인기
굳이 1인 식당이 아니더라도 혼자 식당을 찾은 고객을 위한 1인 메뉴를 내놓는 외식업계도 늘고 있다. 지난 2007년 업계 최초 1인용 피자를 선보였던 한국 피자헛은 최근 실속 점심 메뉴 스마트 런치를 리뉴얼하고 미니 사이즈의 ‘치즈 듬뿍 피자’ 4종을 새롭게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피자는 한 사람이 한 판씩 먹기 적당한 사이즈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치즈듬뿍피자는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피자헛 레스토랑 매장에서 6,9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엔제리너스커피는 기존에 판매하던 디저트의 절반크기인 하프브레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하프브레드는 커피와 곁들여 즐기면 더욱 맛있는 디저트 메뉴로, 혼자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디저트나 식사대용으로도 즐겨 찾는 메뉴다. 던킨도너츠도 ‘미니도넛 세트’로 1인 고객을 공략하고 나섰다. 다양한 컬러의 아이싱으로 장식한 미니 사이즈의 도넛을 세트로 구성해 혼자서도 한번에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놀부NBG 미래전략마케팅팀 권태우 부장은 “최근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대로 혼자 먹기에 적당한 ‘1인 메뉴’가 주목 받고 있다”며 “외식 소비의 핵심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20~30대의 1인 고객을 잡기 위한 업계의 메뉴 개발과 경쟁력 강화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반려동물 시장확대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애완견 관련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상품 매출은 2011년 대비 지난해 23% 상승했다. 2012년 5월 대비 올해 5월에는 판매가 30% 증가했다. 사료의 경우 과거에는 저렴한 제품이 인기가 높았지만 애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유기농·수제간식에 대한 판매가 각각 40%, 65% 증가했다.
G마켓 역시 최근 한 달간 전년 동기 대비 애완용품 사료는 182%, 애견 브러시·발톱깎이 등은 84%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옥션에서는 올해 1분기 애완용품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오프라인에서는 롯데마트의 애완전용매장 ‘Pet Garden’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3월 오픈 이후 5일간 매출 규모는 3,000만원을 기록했고 올해 2월까지 1년간 매출은 전년 대비 3배(276.9%)가량 늘었다. 이마트에서 운영 중인 ‘몰리스 펫샵’의 경우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1%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려동물시장이 지난해 1조8,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것을 막고자 반려동물 등록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반려견에 대한 인식 및 성숙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족 맞춤형 주택 인기



가족 유형이 다양하게 세분화되면서 건설업계에는 ‘맞춤형’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고객이 직접 나만의 맞춤형 공간을 디자인해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홈페이지에 오픈했다.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가상현실을 통해 평면구조를 선택하고 벽지·바닥재·조명 등 다양한 마감재를 활용, 좋아하는 인테리어 스타일로 꾸밀 수 있다. 신혼부부, 노부부, 3세대 등 다양한 유형에 맞게 주택규모별로 18개 타입이 제공된다. 삼성물산은 고객들의 참여로 생성된 고객 유형별 선호 면적 및 평면, 인테리어 스타일 등을 분석해 고객 중심의 상품 및 공간 디자인을 구현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맞춤형 시스템을 실제로 적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기 의정부 ‘민락 푸르지오’와 대전 유성구 죽동 ‘대전 죽동 푸르지오’의 침실 1곳에 기본형, 무자녀, 유아기 자녀, 학령기 자녀, 노부부 중심 등 입주자의 연령과 가족구성원에 따라 ‘생애주기별 붙박이장’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청소, 세탁, 배달 등 거주자의 편의를 배려한 시스템이 함께 제공되는 12~50㎡ 면적의 소형주택도 인기를 끌고 있다.

 


 


INSIDE 2 | 선진국의 가족정책
가족 변화 대응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

 



▲영국이 운영하는 노인 공동주택 셸터드 하우징은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새로운 가족 형성의 기회가 되고 있다.

가족 구조의 변화는 비단 우리나라만 겪는 현상은 아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문제, 저조한 출산율은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공통 과제. 문제는 이러한 가족의 변화가 결국 인구의 감소와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족의 변화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가 된 가운데 선진국들은 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가족친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선, 프랑스는 저출산·고령화를 ‘정책의 힘’으로 극복한 대표적 사례이다. 프랑스는 2000년만 해도 5,900만명 수준이던 인구가 지난해 6,500만명을 돌파,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들 가운데 인구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되었다.
프랑스의 경우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지원한다. 프랑스 국민은 임신 8개월이 되면 국립가족수당금고(CNAF)에서 출산준비 비용 890유로(약 130만원)를 받는다. 출산휴가는 둘째 아이까지 16주, 셋째 아이는 무려 26주까지 쓸 수 있다.
육아휴직을 할 경우 일을 못해서 손해 보는 비용까지 정부가 보전해 준다.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월 560유로(약 81만원)를 지급하고,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는 비용 역시 전액 지원한다. 탁아소에 맡기지 않고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경우에도 지원한다.
특히 다양한 가족 구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하는 점이 프랑스 가족정책의 특징이다. 한부모 가정에는 100유로의 가족수당과 600유로의 최저생계비를 지원한다. 장애인 가정에는 별도로 현금과 함께 국가 차원에서 양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웨덴과 덴마크도 성공적인 가족 정책 사례로 꼽힌다. 두 나라는 한때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이 1.5명까지 내려갔지만, 최근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1.9명까지 회복했다.
스웨덴은 부부가 480일(16개월)에 달하는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남편과 아내가 각각 의무적으로 휴직 2개월씩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나머지 12개월은 부모 중 어느 쪽이나 쓸 수 있다. 특히 남편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장려금을 지급해 여성의 일방적인 가사 희생을 막고, 부부가 절반씩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 준다. 그러자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덴마크는 출산휴가를 6개월로 연장한 데 이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39시간으로 줄였다. 또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2002년에는 ‘부모 휴가제도’를 도입했다.
영국은 한부모 가정, 1인 가구 등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끼리 일종의 ‘대가족’ 시스템을 구성해 서로 어려움을 돕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지원한다.
영국에는 어느 마을을 가도 ‘셸터드 하우징(sheltered housing)’이라고 부르는 노인 주택이 있다. 보통 10~20가구가 함께 입주해 사는데 대부분 노인들 스스로 청소와 세탁 등 가사일을 한다. 장애 노인은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는다. 유료시설이지만 정부에서 수당이 나와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핵가족을 넘어 나노가족으로, 가족의 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1인 가구와 한부모 가정, 노인들을 연대해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형성해주는 게 사회 안정망 확충 차원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복지 시스템의 초점을 개인이 아닌 가족에게 맞추려는 노력과 함께 친가족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