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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COVER STORY | 신 가족의 사회·경제학 3

|기고 l
가족,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30년 1인 가구 32.7% 차지… 현실적인 가족정책 수립 절실






한국의 가족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 다른 나라들처럼 많은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국 가족의 변화는 세계의 가족 변화와 유사하면서도 함께 묶어 설명 하기에는 곤란한 특수성을 띄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 실체처럼 한국의 가족도 다양화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예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핵가족은 감소하고 있다. 핵가족은 2000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8.2%를 차지하였으나 2012년 현재 35.1%까지 감소했고, 2030년에 즈음해서는 전체 가구의 22.5%만이 전통적인 핵 가족의 형태를 띌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편, 1인 가구는 큰 폭으로 증가해 2000년 전체 가구의 15.5%를 차지했던 것이 2012년 현재에는 25.3%로 증가했다.
즉 5가구 중 1가구 이상은 혼자 사는 단독가구인데, 2030년에는 32.7%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이할 수 있다.
통계청의 ‘2010년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한부모 가족은 2012년 현재 전체 가구의 9.3%로 나타나 이 역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독신 남녀를 대상으로 동거경험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600명 중 31.2%가 과거에 동거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며, 남성의 동거 경험이 여성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아 39.1%에 달하였다.
현재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과거의 한 시점에서 동거 생활을 한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1/3에 가깝다는 결과를 통해 우리 사회에 동거가족의 형태도 적지 않게 존재함을 추론할 수 있다.
어디 이뿐이던가? 아이들 둔 젊은 맞벌이 부부가 부모와 가까운 거리, 흔히 표현하기를 ‘국이 식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살며 도움을 주고받는 수정확대가족 역시 오늘날 무시할 수 없는 가족 유형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조부모 양육 수당을 주장하는 정책적 제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영어 교육이 사회의 관심과 사교육의 대표주자가 되면서, 자녀와 엄마를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 아빠 혼자 지내는 기러기 가족 역시 우리사회의 독특한 가족 유형임에 틀림없다. 한국 가족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기능적·정서적인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고, 지금 현재에도 그 변화는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읽고 해석하는 시각은 너무나 다양하다.

가족 해체? 아니면 변화?
가족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점과 견해는 다양하고 하나의 통일 된 견해를 갖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가족의 현실 변화가 ‘현실 자체’에 대한 이해는 물론 그러한 현실에 대한 ‘가치 판단’이라 는 해석상의 문제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가족의 변화를 읽는 시각은 가족 ‘해체’ 혹은 ‘변화’로 달리 이해되어 왔으며, 또한 가족의 변화로 이해하는 경우에도 그에 대한 평가는 ‘자연스러운 변화’ 혹은 ‘위협적인 변화’로 상이하게 나타났다.
가족의 변화를 가족해체로 이해한 사람들은 이혼, 동거, 한부모, 무자녀 부부, 자녀 돌봄의 위기, 출산율 하락, 결혼연령의 상승 등의 현상을 가족의 위기와 쇠퇴로 인식하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간주했다. 한편 동일한 현상을 가족 변화론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가족의 위기와 쇠퇴는 ‘가부장적 가족’의 위기와 쇠퇴일 뿐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획기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패러다임적 전환을 하고 있는 중으로 이해한다.
또 최근의 변화는 근대적 성별분업과 가부장적 핵가족의 쇠퇴 인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가족정책의 시발점이 되었던 건강가정법의 제정과 시행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유발하기도 했다.
건강가정법의 제정과 관련해 정부는 가족의 변화를 사회적 안녕을 위협할 수 있는 가족의 해체, 즉 위기로 인식했고, 여성학계에서는 여성의 교육수준과 취업률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개인의 선택과 변화로 인지했으며, 가족관련 학자(가족옹호론자)는 변화는 있지만 보편적 제도로서의 가족의 기능은 영원한 것으로 해석했다.

건강가족기본법의 방향
가족을 둘러싼 변화와 이를 해석하는 학자들의 견해 차이는 국가의 가족정책 및 저출산·고령화 정책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족의 변화에 대한 학자들의 반응에 대해 Skolnick & Skolnick(2009)은 3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는 가족은 변화하고 있지만 변화의 의미에 대한 견해에 불일치가 있으며, 둘째, 변화를 바라보는 학문적 관점에 차이가 있고, 셋째,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정도를 과장하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과장의 문제는 현재 한국가족의 특성과 상황을 해석할 때에도 적용되는 것으로서, 주의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된 경기도 1인 독신가구의 실태조사 결과 분석에서 드러난 다양한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가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해 독신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보기 어렵고, 보편적인 가족 형태를 벗어나기 위해 또는 기존의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회의를 느껴 전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한 가족의 유형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결혼과 출산의 기대를 가지고 있고, 보편적인 가족유형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노후를 결혼하여 배우자 및 자녀와 함께 집에서 보내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가족지향적 성향에 근본을 두고 있으나, 적절한 시기에 배우자를 찾지 못한 채 독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현재의 삶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오늘날 보이는 다양한 가족의 유형은 사람들이 가족을 둘러싸고 표출한 행동의 결과이지만 그 행동은 일부 학자들이 지적하였던 제도, 관습, 전통의 거부에서 비롯되는 대안적 라이프 스타일로만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즉, 개인의 순수한 의사결정과 자발적 선택에 따른 행동의 결과로만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뜻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가족의 유형이 개인의 자율적 선택과 의지임을 강조하며, 결혼과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희망을 ‘가족에 대한 환상 혹은 신화’로 간주해, 시대착오적인 ‘전통적 핵가족의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견해로 일축해버리는 문제가 있다. 한편으로는 ‘건강가정기본법’이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최근의 변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가족에 대한 사회·심리적 위기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본법 제8조 1항에 제시된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에 대해 국민을 계도하고 교육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명시된 것이라고 많은 반박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재정부담의 증가가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국가적 문제를 초래하는 것에 대해 대 국민적 인식을 불러일으킬 의무와 책임이 있다. 동시에 국민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는 점에서 볼 때, 국가는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하며, 그를 위해 어떠한 정책과 사업이 필요한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가족의 변화냐, 해체(위기)냐의 전문가적 해석보다는 국민들이 지향하는 가족의 가치를 인지하고 현 시점에서의 가족에 대한 가치정립을 통해 가족 정책의 큰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혼율의 증가, 핵가족의 감소, 한부모의 증가가 국가적 위기 상황이 아니라, 진정한 위기는 결혼과 출산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취업과 고용안정, 주거마련, 보육의 문제 등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가족유형을 선택할 수 없는 사회적 맥락이 위기임을 지각해야 한다. 국가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구체적인 서비스 지원을 통해 결혼과 출산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한다. 또한 동시에 다양한 유형의 가족이 공존하기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속적인 제도의 보완과 편견의 배제가 필요하다. 학자들이 언급하는 ‘전통적 핵가족의 이데올로기 붕괴’는 이제 누구나 언급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징적 어구가 되어 버렸지만, 가족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전통적 가족에 대한 환상 혹은 신화’라는 견해로 일축해버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가족은 변화했고, 그 변화를 읽는 해석의 시각은 다양해졌으나, 미래를 지향하는 가족정책의 방향은 오로지 한 곳이다. 국가의 발전지향성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이 원하는 삶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만이 가족정책이 추구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