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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Issue & Trend | 미 출구전략과 세계 경제

금리 인상·양적완화 축소 시기에 촉각
시행 시기 의견 분분… 세계 각국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갇혀



▲미연준의 출구전략 시행시기를 놓고 세계경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미국 서부의 금융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 몽고메리 스트리트.

“제길~~. 버냉키 때문에 주식시장이 폭락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하 미 연준)는 지난 6월 19일 미국 경제가 계속 좋아질 경우 양적 완화 규모를 점차 축소해나가 내년 중반쯤 종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출구전략을 당장 시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발표했을 뿐인데 주식시장이 급등락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경기회복 속도에 따라 출구전략 유보
버냉키의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예상 밖으로 출구전략 시행에 대해 시장의 반응이 민감해 미연준은 시장을 달래는데 애를 쓰고 있다. 7월 17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벤 버냉키 미연준 의장은 출구전략 시행과 관련, “당분간은 상당한 수준의 부양책과 저금리 정책이 필요하다”며 양적완화 조기축소 우려를 완화하는데 주력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를 비롯 몇몇 대형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파산하면서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는 등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게 됐다. 이에 미연준은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풀어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를 3차까지 시행했다. 미연준은 지금도 매달 약 100조원(85억달 러)에 달하는 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근 미국 경제는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가 늘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등 경기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연준은 물가 상승과 자산 가격 버블 등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올리고 풀었던 돈을 적정 수준으로 줄이는 출구전략을 시도할 예정이다.

G20, 고용과 성장이 중요한 시점
그러나 시장은 출구전략 시행이 경기회복 의 시그널임에도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출구전략은 과거 경기 회복을 위해 시행한 경기부양책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정 상적인 상태로 돌리는 것인데 주식시장은 유동성 이탈을 염려해 충격에 빠진다.
이에 버냉키 미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수 정의 기준인 실업률 6.5%와 물가상승률 2% 등 경제지표가 기준치 이하로 하락해도 경기회복 속도에 따라 저금리 기조를 변경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7월 19, 20일 러시아 모스 크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 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각국은 출 구전략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 선 진국 통화정책의 변화를 신중하게 조정 하고 시장과 명확히 소통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회원국들은 공동선언문에서 “세계경제는 매우 부진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경기회복은 취약하고 많은 국가의 실업률은 과도하게 높다”며 “단기 정책의 우선순위가 고용과 성장의 촉진이라는 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적완화의 급격한 축소는 세계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데 G20이 합의하면서 미연준의 출구전략 전면 시행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

신흥국 투자 자금 빠져나가면서 충격
이번 회의 결과는 미연준의 출구전략 움직임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한국 등 신흥국에 긍정적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실제로 한국처럼 해외자금의 유출입이 자유로운 국가는 그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6월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 신흥국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의 확대 배경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10개 신흥국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주식·채권 투자 자금은 선진국이 양적 완화를 시행한 2009년부터 크게 늘었다.
2009년 이후 한국을 포함, 이머징마켓으로 흘러 들어간 돈이 무려 1조달러, 한화로 1,030조원이나 된다. 지난 5월말 기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식 보유 규모는 413조원, 채권 보유 규모는 98조원에 달한다.
출구 전략이 시행되면 이머징마켓으로 흘러들어갔던 돈이 미국으로 급속하게 빠져나가면서 각국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지난 6월 둘째주 한주 동안 21억달러에 달하는 돈이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을 대량 매도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주식이 최근 급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6월에만 14% 넘게 급락했고 외국인은 이 기간 2조1,77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날 삼성전자 주가는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6월 20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장중 한때 연중 최저가인 133만1,000원까지 밀렸다.



양적완화 시기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7월 17일 미연준의 메시지는 이머징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행태를 출구전략 조기시행의 우려를 낳았던 지난 6월 19일 이전으로 복원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며 “미연준은 유동적으로 자산매입 규모를 조절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만약 금융시장 여건이 경색된다면 현재 자산매입 속도가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동석 이트레이드증권 책임연구원은 “경제상황에 따라 속도조절은 있겠지만, 적어도 현상태로 경제지표가 개선된다면 시장예상대로 9월에 축소가 시작되고 내년에는 자산 매입이 완전히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계획은 사실상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의 시기를 놓고 9월, 12월, 2014년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가서야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으로 내다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을 고려할 때 연준이 내년에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줄일 것으로 보이고 감축규모도 아주 작을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연준이 올해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감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요동치는 세계 경제 속에 한국호(號)는 미지의 거친 바다에 떠 있다. 대규모 유동성 붐이 막을 내리고 출구를 준비해야 하는 지금, 불확실성만 넘쳐난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출구전략’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채상황을 점검하고 채권 및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등 출구전략에 맞는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l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