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通

Thinking Economy | 일감몰아주기 규제

총수 일가 지분율 증감 놓고 이견

 



“대기업 총수 일가가 계열사를 이용해 부를 이전하는 거 이제 못하게 됐네. 재벌 상속녀들 빵집 놀이 금지돼.”
고 과장이 신문을 읽으며 키득 거린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 이상을 소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거래 쌍방에 관련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대. 고 과장, 속 시원해?”
박 부장이 고 과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네.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경제 양극화 해결을 위한 재벌 규제가 만들어 졌다니 기대가 좀 되네요.”
동네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부모 생각에 고 과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내년 2월 개정안 효력 발효돼
대기업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7월 2일 국회를 통과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7월말 정부에 이송돼 8월초 공포될 예정이며, 2014년 2월 중순부터 효력을 갖게 된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행위 근절을 위해 도입된 이번 개정안은 총수 일가가 몇 %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의 거래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할 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최대한 늘리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인 반면, 재계는 법 시행 초기에는 규제 대상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행령의 지분율 조항 자체가 상당히 예외적인 조항이고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파격적인 조항”이라며 “최소 지분율 50%로 규제 대상을 최소화해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규제 빠져나갈 구멍 있어
그러나 정부는 거래관계가 있는 계열사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율을 30% 수준보다 완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이야기됐던 수준 이하로 대상을 축소하게 되면 다 빼주냐는 소리가 나올 것”이라며 “이해관계 조정, 국회 보고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어 규제 대상 축소는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총수일가 지분이 1주라도 있는 대기업 계열사는 모두 405곳이다. 만약 시행령으로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곳으로 제한하면 해당 기업은 195곳으로 줄어들고, 기준을 50%로 높이면 131곳, 100%로 올리면 55곳만 규제대상에 포함 된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선 재계의 규제 대상 축소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개정안에 대해 “규제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규제 범위의 제한과 규제를 빠져나갈 수 있는 각종 구멍이 존재한다”며 “실효적인 규제 강화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에도 무차별 증여세 부과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부당 내부거래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상속세·증여세법(상증법) 시행령의 지배주주·특수관계법인·수혜법인에서 중소·중견기업을 제외해 달라는 의견서를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청에 제출했다.
중기중앙회는 의견서에서 “정부가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를 제재하기 위해 도입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실제로 중소·중견기업에 더 큰 타격을 입힌다”며 “국세청이 증여세 신고대상자로 추정한 약 1만명 중 30대 그룹 총수 일가는 70여 명이고 대부분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당초 내부거래에 대한 증여세 과세는 편법상속이 문제가 된 일부 대기업이 표적이었지만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모든 수혜기업과 그 기업의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친척에게 무차별적으로 부과되면서 제도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박현정 기자 l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