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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황금은 지금... 한돈 5만원 돌반지 26만원 훌쩍 넘겨

<Cover story>-인간의 욕망, 황금을 말하다

 

, 구리, 납 따위의 비금속을 가지고 황금을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황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사라질 런지 모른다. 황금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시대를 관통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금을 만들어낸 연금술사가 없기에 금은 신화에서부터 지금까지 찬란한 빛을 자랑한다. 황금만큼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은 금속은 없다. 잊혀졌던 황금의 가치가 2008년 경제위기가 시작되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황금에 대한 열망은 그대로다. 투자와 투기의 모호한 경계에 있으면서 영원불멸한 신성성을 가진 금. 금의 면면에 대해 알아본다.

: 박현정 기자 phj@gfeo.or.kr

 

 

 

 

 

 

1. 황금은 지금

한돈 5만원 돌반지 26만원 훌쩍 넘겨

달러 기축통화체제 불안정성 증가세계 각국 중앙은행도 금 사들여

 

금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그야말로 금값(?)이 됐다. 아기 첫돌이 되면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의미로 금반지를 선물하던 우리네 풍습은 5만원, 10만원짜리 돈봉투로 바뀌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2012425일 현재 서울 소매가 기준으로 금 한돈(3.75g)의 가격이 261,800. 20019.11 테러 이전 온스당 300달러에 못 미치던 국제 금 가격은 최근 1,660달러까지 치솟았다. 11년 전에 비해 무려 다섯 배 이상 뛴 것이다.

 

 

금값 고공행진 금은방은 개점 휴업

최근 친구 아들 돌잔치 초대를 받은 전업주부 김재연(36) 씨는 고민에 빠졌다. 5년전 김씨의 딸 돌잔치를 할 때 금반지를 선물해줬던 친구여서 신경이 부쩍 쓰인다.

김 씨는 금값이 워낙 많이 뛰어서 금반지를 사기에는 부담이 너무 된다예전에 받았던 금 반지를 다시 친구에게 돌려주자니 그때와 가격차가 너무 많이 나 솔직히 아깝고 그렇다고 돈봉투를 하자니 얼마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외형상으로는 3.75g(1)짜리와 비슷하지만 두께와 폭을 얇게 제작해 가격을 낮춘 1g 돌반지를 선물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도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든단다.

최근 가격 하향조정세를 보이고 있는 금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동네 금은방들은 개점 휴업 상태나 다름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원 남문시장의 한 금은방 사장은 금값이 오르다 보니까 사려는 사람은 없고 내다 팔려는 사람들만 많다경영난이 심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출감소로 폐업을 하는 금은방이 늘고 있다. 서울 종로2~5가 일대 금은방 상점가에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3,000여개의 금은방이 모여 있었지만 지금은 2,000여개로 줄었다.

 

 

 

 

인조보석 소재 커스텀주얼리 인기

결혼예물 문화도 바뀌고 있다. 지난 3월 결혼한 직장인 남현우(34) 씨는 예전엔 귀걸이, 목걸이, 반지 세트로 많이들 했다고 하던데 요즘은 반지 하나 정도만 하는 추세라고 해 우리 부부도 반지 하나만 했다비싼 돈 주고 구입해 보관만 하고 있느니 반지 하나만 하고 다른 실용적인 것을 사는게 더 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값 상승에 따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국내 패션 주얼리 업계도 대안을 만들어냈다. , 합금, 크리스털, 플라스틱 등 인조보석 소재로 만든 커스텀 주얼리(생활 보석)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액세서리 품목 가운데 커스텀 주얼리 매출은 지난해 15.3% 성장했다. 커스텀 주얼리는 200918.2% 성장한 후 201014.1% 신장세를 보이는 등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129년만에 최고치 기록

국제금값은 지난 1, 29년만에 최고의 1월을 보냈다. 131(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일대비 0.3% 상승한 온스당 1,740.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1월에만 11%나 급등했고, 이는 지난 1983년 이후 1월 기준 최대 상승폭이다.

이에 대해 인테그레이티드 브로커리지의 딜러 프랭크 맥기는 유럽 재정위기 해결과정과 미국 연준(Fed)의 우려 섞인 시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시장에 아직 금값에 대한 모멘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금값 상승은 경제위기로 달러화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상대적 안전자산인 금 매입 수요가 늘어나면서 촉발됐다. 개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금 매입에 나섰고, 특히 외환보유고가 많은 중국의 금 매입이 두드러졌다. 중국은 이미 2008년부터 외환보유고 관리를 위해 국제 금시장에서 금값 상승세를 이끄는 가장 큰 손이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세계에 존재하는 164,000t의 금 중에서 32,000t(20%)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나머지는 개인과 기업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기준으로 미국이 8,133t, 독일(3,412.6t), 국제통화기금(3,217.3t), 프랑스(2,527.5t), 중국(1,054t) 등이 금을 보유하고 있다.

 

20096월말 주요국·공적기관 금 보유 현황

단위: t, ( )안은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 %

 

자료: WGC·한국은행

 

중국, 올해 세계 최대 금 시장 등극할 듯

특히 중국의 위세는 무섭다. 2012년에는 인도를 제치고 세계 최대 금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중국에서 판매된 금 총량이 지난해 전년도보다 20% 늘어 770t에 달했다. 이는 933t으로 1위인 인도 바로 다음 규모이다. 세계적으로 판매된 금은 지난해 0.4% 늘어 4,061t, 금액으로는 2,055억달러였다.

세계 최대 은행인 중국 공상은행은 중국 최초로 일반인에게 금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 2009년 문을 연 이래 금을 포함한 귀금속 거래는 24,000t에 달한다. 크고 작은 골드바는 세금을 따로 내지 않아 투자로 인기다. 중국공상은행은 VIP에게 전체 자산의 10%를 금으로 보유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금은 절세와 상속, 증여, 현금화 등에 있어 유리하며 자산가치가 보존되고 인플레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도 19984IMF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에서 모인 금반지, 금팔찌 등으로 3t을 사들인 이후 133개월만인 20116~725t의 금을 사들였다. 한은 금 보유량은 14.4t에서 지난해 7월말 39.4t으로 늘었다. 한국은행도 금 매입대열에 합류한 것처럼 달러 기축통화체제의 불안정성은 금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

금본위제가 국제통화질서에서 퇴출당한 지 만 40년이 지난 현재 이처럼 금은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귀환해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