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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왜 금을 원하나-신화에서 현대까지 변하지 않는 가치에 매혹

<Cover story>-인간의 욕망, 황금을 말하다

 

2. 왜 금을 원하나

신화에서 현대까지 변하지 않는 가치에 매혹

미래의 불안감 금으로 극복장기적 달러화 가치 하락 대비 금 주목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금은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간과 공간과 종교를 초월하는 황금은 신화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금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상품이자 화폐의 역할과 가치를 뛰어넘는 유일한 재화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그 진가가 다시 세상에 드러났다.

 

 

 

 

부와 행운의 상징

1인당 국민소득이 3,400달러(380만원) 밖에 되지 않는 인도는 놀랍게도 세계 최고의 금 수요를 가지고 있다. 금 공식 보유량은 357.8t에 불과하고 국가의 전략비축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7.8%로 높지 않지만 일반 국민이 보유한 황금은 1t에 달한다. 현재 인도는 연간 600~800t의 소비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금소비시장이다.

금에 대한 집착은 인도인들의 문화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인도의 결혼식에서는 금을 빼놓을 수 없다. 금을 통해 집안과 집안이 맺어진다. 결혼식날 신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금빛으로 장식하고, 신부측에서 준비한 금예물을 식장 한켠에 전시해 부를 과시하기도 한다. 중산층 가정의 경우 결혼비용의 40%가량을 금에 소비한다. 금으로 지참금을 준비해야 하는 딸을 가진 부모는 딸이 태어나면 금 모으기를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 딸을 결혼시키고 나면 막대한 금값 지출로 인해 부모는 생활비에 쪼들리는 것이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인도인들은 금을 포기하지 않는다.

힌두교 디왈리 축제 5일 중에 첫날인 단테라스는 금을 사기에 좋은 날로 이날 금을 사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인도인들은 굳게 믿고 있다. 그러서인지 이때 소비되는 금의 양이 한해 판매량의 20%에 달한다.

 

신성한 종교와 연결

금과 함께 인도인들이 꼭 사는 것이 부와 행운의 여신으로 알려진 락슈미여신 조각상이다. 락슈미 사원에는 사업 번창을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2억 인구의 신분사회인 인도에서 돈은 현생에서의 구원을 소망할 수 있는 대상이고, 바로 금이 변하지 않는 돈으로서 인도인들에게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세금제도가 미흡한 인도에서 부유층은 국가에 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고가의 금을 사 모으고, 일반 국민들은 부족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금으로 극복한다. 지난해 인도의 금 수요는 933t에 달한다.

인도뿐만 아니라 미얀마도 금을 수단으로 신을 숭배한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의 불교성지 쉐다곤 파고다는 60t의 금판으로 만든 불탑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00달러로 6,000만명의 국민이 하루 1달러에 못 미치는 소득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미얀마에서는 황금보시가 일반적이다. 생전에 꼭 한번은 방문해야 하는 황금의 언덕(쉐다곤 파고다)’에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것을 바치는데 불상에 금박을 정성스레 입히는 황금보시가 가장 흔한 방법이다. 금은 종교와 함께하면 신성한 것이 되는 것이다.

 

 

<사진 : 미얀마 쉐다곤 파고다>

 

 

 

금화 유통되자 상업혁명 일어나

고대 이집트 룩소르의 왕가의 계곡에서 발견된 파라오가 황금에 덮여 있듯이 마야, 잉카 등의 부족시대에 황금은 영원한 태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신과의 소통 수단이자 부귀와 권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무역의 발달과 함께 금은 교환수단으로 이용되면서 화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원전 7세기에 번성했던 소아시아 고대왕국 리디아에서는 인류 최초로 황금을 돈으로 사용했다.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가 세계 최초로 금화를 주조했고, 금을 통한 경제 활동이 가능해지자 상업혁명이 일어났다. 1500년동안 유럽을 지배했던 비잔틴 제국은 순도 98%4.5g짜리 금화(솔리두스)를 유통시켜 세계 기축통화로 만들었고, 왕권의 상징이자 종교적 숭배의 대상으로 금을 이용했다. 6세기 유스티아누스 대제는 13의 금으로 성 소피아 성당을 짓기도 했다.

인간에게 경제적 자유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매개체로서 금이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황금시대가 열렸고, 금을 통한 세계화가 촉발됐다.

 

흑인노예의 피로 변한 금의 비극

1400년대 유럽인들은 중국과 인도의 향료와 비단 등에 매료됐다. 더 많이 사기 위해 더 많은 금이 필요했던 유럽인들은 새로운 세계로 눈을 돌려 신대륙 정복에 나섰다. 스페인 국왕 페르난도 2세는 대항해를 떠나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게 가능한 많은 금을 가지고 올 것을 명했고, 콜럼버스 역시 항해일지에서 금에 대한 욕망을 한껏 드러냈다.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엄청난 양의 금을 스페인으로 가져오면서 본격적인 황금시대를 열었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신대륙 정복은 하나의 사업이었다. 선원의 1년 평균 월급이 0.5파운드였는데 정복에 참여한 기병은 90파운드를 받았다. 이는 선원 180년치의 월급분에 해당한다. 정복을 통한 약탈은 자연스럽게 자행됐다. 콜롬비아에서 칠레까지 16세기 이후 남미 대륙에는 속속 식민 금광이 들어섰다. 더 많은 황금을 탐하는 스페인 정복자들로 인해 남미, 아프리카 일대의 흑인노예들이 수없이 죽어갔다. 수많은 흑인노예들의 피로 변한 황금의 비극은 여전히 그들의 후손에게 전해지고 있다. 콜럼비아 등지의 광산에서 사금을 채굴해 하루하루를 먹고 사는 흑인노예의 후손들은 지금도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덤 스미스는 탐험가와 정복자를 신대륙으로 이끈 것은 바로 종교화된 황금에 대한 갈망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본위제 깨지면서 달러 남발

16세기 가장 번성한 상업도시였던 스페인 세비야의 세비야 대성당은 27m 높이의 중앙제단을 황금으로 제작할 만큼 스페인은 남미에서 유입된 금으로 넘쳐났지만 이를 생산 자본을 확대하는데 이용한 것이 아니라 상품을 소비하는데 이용하면서 힘있는 경제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과거 스페인의 모습은 현대의 미국과 비슷하다. 매년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중국 등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대량으로 수입해 소비하는데 미국은 금 대신 화폐를 이용할 뿐이다. 미국은 각종 금융파생상품을 만들어내 시중에 돈을 풀었다. 실질구매력이 높아진 미국인들은 소비를 즐긴 결과 현재 가구당 부채는 12만달러(13,000만원)를 넘어섰다. 미국 국내총생산의 397%가 빚이고 정부 부채는 15조달러에 달한다. 20005조달러에서 20103배가 된 셈이다.

1차 세계대전과 월가에서 시작된 경제대공황으로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은 금의 태환 정지를 선언했다. 금에 기반을 두고 지폐를 발행해야 한다는 금본위제가 깨지면서 달러가 기축통화로 자리잡았다. 미국 중앙은행은 달러를 자국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마음대로 공급할 수 있게 됐고, 달러 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971년 대비 달러는 201134배 증가했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미국은 최대 호황을 누렸고 미국은 전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이 됐다. 그러는 사이 월스트리트의 금융가에서는 홍수처럼 불어난 달러를 이용해 파생상품을 만들어 미국의 초고속 성장을 견인했다. 금리 하락을 이용해 달러의 신용대출이 폭증했고, 폭증한 달러가 전 세계적으로 범람했다.

 

 

 

금의 족쇄 빚의 족쇄로 변질

2007~2008년 파생상품 총액은 600조에 달할 정도다. 그 덕분에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졌다. 짐바브웨에서는 20097월 물가상승률이 23,100%까지 치솟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엄청난 화폐를 찍어낸 결과 종이보다 돈이 더 가치가 없어졌다. 당시 300조 짐바브웨 달러는 미국 달러로 1달러 수준이었다.

루안총샤오는 저서 <금의 전쟁>에서 귀금속으로 만든 화폐와 금은본위에 연계된 지폐는 그 가치가 기본적으로 안정적이다라며 그러나 가장 진실한 금본위제는 일부 엘리트들이 고안해 낸 법정화폐가 국민의 신임을 받으면서 공격 받기 시작했고 금 시장의 가격도 수시로 요동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한 나라의 화폐를 세계화폐로 삼는 현행의 국제 화폐체계는 화폐의 남발을 가져오게 된다이것이 이번 금융위기 발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자 근 30년 동안 세계 금융위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 제도적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금의 중요성 장기적으로 커질 것

이처럼 금의 족쇄에서 풀려난 돈은 빚의 족쇄로 변질됐다. 경제위기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화폐에 대한 불신으로 금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세계 금 공급량이 제한돼 있어 금값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채굴된 금의 양은 165,000t으로 올림픽 수영장 세 개 분량에 불과하다.

달러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예측이다. 장기적으로 금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어떤 화폐든 금에 대해 평가절하 될 것으로 전망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21세기 황금은 국제 화폐체계의 한부분이 될 것이라며 달러화의 장기적 가치는 하락하겠지만 금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1971100달러를 소지한 사람은 2011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 가치는 17달러로 줄어들지만 1971100달러로 금을 산 소비자는 2011889달러로 상승한 금의 가치에 놀라게 된다. 당신이라면 금을 사 장롱 속에 보관해 놓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