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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단독주택이 뜬다-아파트 인기 주춤하자 반사이익

<ISSUE&TREND>

 

단독주택이 뜬다

아파트 인기 주춤하자 반사이익

중년·노년층 전원생활 관심 높아져환금성과 유지·보수 비용 고려해야

 

142.41.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아니다. 지난 3월 경남 양산물금지구에서 분양한 단독주택용지(128필지)18,320명이 몰려 평균 청약경쟁률이 142.41을 기록했다. 일부 필지의 최고경쟁률은 2,1361에 달했다. 양산신도시는 지난 2년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국 최고 수준인 45.6%를 기록한 전력이 있는 곳이지만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의 폭발적인 인기는 최근의 부동산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수도권 인기 단독주택용지 완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국 공공택지지구에서 공급하고 있는 단독주택용지는 지난해 1269,000가 팔려나갔다. 월별로는 194,000에서 12272,000로 급증하는 추세다. 20082,884필지 수준이던 단독주택용지 판매량은 20105,644건으로 2배 이상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6,833건으로 전년대비 21% 증가했다. 공급가 1~4억원대로 놀라운 흥행성적을 보인 경남 양산신도시 외에 용인 동백· 성남 판교 등 수도권 내 인기 단독주택용지도 지난해 물량이 완판됐다.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barometer·기준)라 할 수 있는 경매시장에서도 단독주택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아파트 수준인 80%대까지 올라서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 전문기업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최근 1년간 경매에 나온 전국 단독주택 물건 14,698개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낙찰가율은 전년보다 2.9%p 오른 79.6%를 기록했다. 특히 유찰 건수는 같은 기간 8,971개에서 7,248개로 19.2% 줄었다. 유찰을 거치지 않고 경매에 나오자마자 낙찰된 단독주택도 786개에서 882개로 12.2% 늘었다. 또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된 물건도 1년만에 1,069개에서 1,150개로 7.6%(81) 늘었다.

 

전국 단독주택 경매 낙찰가율

(단위 : %)

자료: 부동산태인

 

 

버블 세븐지역 아파트 가격하락폭 커

이처럼 단독주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부동산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아파트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시원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단독주택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시 분당구, 경기 안양시 평촌동, 경기 용인시 등 이른바 버블 세븐지역의 최근 1년간 아파트 낙찰가율이 77.4%로 전년 동기보다 6.5%p 떨어졌다. 특히 서초구(-9.3%p)와 송파구(-8.7%p) 등 강남 지역의 하락폭이 두드러졌고, 송파구(-8.7%P), 평촌(-7.1%P), 분당(-5.6%P), 용인(-5.1%P) 등도 많이 떨어졌다.

아파트 수익률 하락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단독주택은 정부 규제 완화로 가치가 더욱 상승했다. 지난해 5월 국토해양부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제1, 2종 일반주거지역 내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 층수는 기존 2층에서 3층으로, 점포겸용은 3층에서 4층으로 완화했다. 1가구(주거전용) 또는 3~5가구(점포겸용)로 정해졌던 가구수 제한도 없앴다.

 

 

<아파트 매매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땅콩주택이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아파트의 새로운 대안으로 인기

단독주택은 은퇴자들에게도 인기다. 여유로운 노년층의 경우 은퇴 이후 서울 외곽 및 경기도 권역의 주택전용 택지를 매입, 주택을 신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매시장에서 경기도 포천(102.87%)·남양주(89.39%)·광주(83.19%)의 단독주택 낙찰가율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특히 양평 지역은 고가낙찰 11, 신건낙찰 7건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복잡스런 도시 생활을 접고 전원생활을 고려하는 도시민 수요가 늘어난 것도 단독주택 몸값 상승의 요인이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귀농·귀촌 바람이 불면서 실제 거주나 주말농장 운영 등의 목적으로 교외의 단독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교사 정숙영(58·경기도 광명) 씨는 용인 양지 쪽에 전원주택을 알아보고 있다귀농학교에서 배운 농사기술을 내 집 마당에서 발휘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탈()아파트의 대안으로 땅콩주택이 큰 인기를 끌면서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자녀들과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하는 30~40대 젊은 세대도 단독주택이라는 새로운 주택수요를 형성했다. 땅콩주택의 공식 명칭은 듀플렉스 주택(Duplex House)’으로 한 필지에 집 두 채를 짓는 것이다. 적당한 부지만 있으면 마당을 갖춘 단독주택을 아파트보다 저렴한 3억원대에 지을 수 있다. 도시생활과 전원생활을 절충할 수 있는 땅콩주택 바람이 분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투자보다 실거주로 접근해야

업계에 따르면 단독주택 용지는 수도권에서 평균적으로 3.3700만원, 지방에선 3.3200만원 전후에서 매입할 수 있다. 점포겸용 수익형 단독주택의 경우 건축비 3~5억원(3.3300만원대)을 더하면 수도권에선 9~10억원, 지방에선 6~7억원 전후에 마련 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독주택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조언한다. 단독주택의 가장 큰 문제는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공비도 천차만별이고, 유지·보수 비용도 꾸준히 든다. 건축기술의 발전으로 난방과 관리가 상당부분 보완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에 비해 집 관리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아파트에 비해 교통·교육 등 편의성도 떨어진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단독주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단독택지 가격이 급등했고, 매입 후 개발 시 투자수익률이 낮은 경우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단독주택의 인기에 무리하게 편승하기보다 실제로 살 여력이 있는지, 생활에 불편함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도 단독택지의 경우 덩치가 워낙 커 환금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최근 단독주택 공급이 크게 느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가격의 하향안정화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실거주가 아닌 투자가치 측면에서의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정 기자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