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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Issue & Trend | 한·중관계 제2도약 예고

20년 내다보는 동반자 시대 열어
박 대통령 방중, 대외 경제위기 대응·FTA 조속타결 등 구체적 비전 제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및 조약 서명식을 가지고 있다.

‘심신지려(心信之旅·마음과 믿음이 쌓여가는 여정)’
이는 지난 6월 2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슬로건이다. 올해로 수교 21년을 맞은 한·중관계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진정으로 ‘함께할 수 있는 벗’ 이라는 믿음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한·중 관계에도 제2의 도약이 예고되고 있다.

‘라오펑유’ 한·중시대
지난 6월 27일 중국 언론들은 박 대통령을 ‘라오펑유(老朋友)’로 칭했다. 오랜 친구이자 친한 벗을 뜻하는 이 호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 대통령을 “중국 인민과 나의 라오펑유”라고 부르면서 시작됐다. 두 정상은 2005년 서울에서 한나라당 대표와 저장(浙江)성 당서기로서 처음 만난 ‘8년 지기’이다.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라오펑유라는 호칭을 내어준 것은 그 만큼 한·중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이를 반영하듯 양국 정상은 한·중 정상 회담을 통해 기존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경제협력 관계를 벗어나 진정한 동반자로서 새로운 미래를 함께 설계 한다는 내용을 담은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성명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중요성과 ▲통화 스와프 연장 및 규모 확대 ▲2015년까지 무역액 3,000억달러 달 성 ▲한·중 정보통신협력 장관급 전략대화 개최 ▲수출입은행 간 상호 리스크 참여 협약 체결 ▲양국 지방정부 간 경제협력 강화 등 세부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공동성명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두 정상은 양국 경제가 상호 보완성이 크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한다”며 “이러한 보완성을 더욱 높여 양국 경제의 안정과 장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5년이 아니라 향후 20년을 내다보는 한·중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 경제위험에 공동 대응
우선, 한국과 중국은 지역 및 세계경제 현황을 평가하고 상생 발전과 성장을 위해 대외 경제위험에 공동 대응해나가기로 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 되고 있는 만큼 양국이 경제 분야에서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2011년 체결한 3,600억위안(64조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에 대해 2014년 만기가 도래할 때 다시 3년간 연장하고 향후 스와프 계약의 존속기간을 연장하는 데도 추가적으로 고려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규모가 현재 3,600억위안인데 이것을 앞으로 필요시 더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이 어느 정도로 큰 규모인가 하면 중국과 홍콩이 맺은 것이 4,000억위안인데 우리가 필요하면 앞으로 그 정도 이상으로 더 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앞으로 국제금융시장 상황, 교역규모, 역내통화 결제의 진전 등을 감안해 필요할 경우 통화 스와프 협정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중FTA 협상 속도전
한·중 자유무역협정 협상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양국은 경제 분야의 교역이 날로 확대되어 왔으며 FTA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 것이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높은 단계’의 FTA로 구체화된 셈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농산물·공산물 등 민간품목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이전보다 한층 진전된 내용이 포함됐다”며 “양국 정상이 협상타결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향후 세부내용 추진과정에서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속력이 있는 공동선언을 통해 한·중 FTA 타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한·중 FTA 타결에 무게중심이 쏠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외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시 국내총생산(GDP)은 2.3% (17조9,000억원) 증가하고, 제조업에서 26억달러의 무역흑자가 발생한다. 이는 관세 혜택으로 중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공산품 수출이 늘어날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국내 소비자들 역시 중국산 제품을 지금보다 더 싼 값에 살 수 있다.
개성공단 등 역외가공지역에 특혜관세를 부여하기로 합의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역외가공지역 지정은 한미 FTA 협상 때도 제기됐지만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한·중 FTA에 역외가공지역 지정 조항이 포함되면 남북 경협은 물론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긍정적인 요소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자동차와 기계류, 전자가전, 석유화학, 철강 등이 비교 우위 업종이다. 자동차는 국내 관세율이 평균 8%인데 반해 중국의 기본 관세율은 25%에 달해 한·중 FTA 최대 수혜주가 될 전망이다. 반면 의류 방직 분야와 비철금속, 생활용품, 농수산업 축산 분야는 피해가 우려된다.
정상회담 직후 열린 지난 7월 한·중 FTA 6차 협상에서 한국과 중국은 1단계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양국은 당초 6차 협상에서 사실상 1단계 협상을 마무리 한 뒤 오는 8월 중국에서 열리는 7차 협상에서 합의된 내용을 조문화할 계획이었지만 상품 자유화율(관세 철폐 품목 비율)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 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협상 결과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FTA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중국 실무자 측은 아직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1단계 협상에서 양국은 상품 자유화율과 관련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국 측은 90% 이상의 높은 자유화율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 측은 자국 공산품 시장 보호를 위해 이보다는 낮은 수준의 개방을 원하고 있다.

합작투자 등 협력 늘어날 듯
이외에도 양국은 한국 대기업과 중국 국영기업 간 합작투자와 원자재 확보방안 등 양국이 협력해 두 나라 모두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이나 과학기술·환경·금융·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을 증진시켜나가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간 장기적이고 호혜적인 경제관계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한·중 FTA를 포함한 상호 교역투자 확대 방안, ICT 등 과학기술과 환경·금융·에너지 분야 등에서의 협력 증진방안을 논의했다”며 “단일 특정 프로젝트를 강조했던 이전 한·중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은 개별 분야의 협력을 촉진하는 MOU를 채택하는 등 풍성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다). 이는 중국인들이 새로운 현상을 추구할 때 즐겨 인용하는 고사다. 급변하는 한·중관계의 새로운 물결 속에서 기업은 미래의 성장 기회를 잡아야 할 때이다.


이미영 기자 l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