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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베트남, 외국인투자의 천국 ‘post China’로 급부상

흔히 국제결혼과 쌀국수, 그리고 자전거가 떠오르는 나라 베트남.

최근들어 베트남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의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의 2010년 경제성장률은 6.8%. 다소 주춤한 지난해에도 5.8%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흥개도국 가운데 베트남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국가는 많지 않다.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2011년)은 1,240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6년 608달러에서 4년 만에 2배이상 커졌을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의 내수가 활성화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그 중심에는 인구가 있다. 베트남의 인구는 약 9,111만명으로 한국보다 약 2배나 많다.

고무적인 현상은 중산층이 날로 커진다는 점이다. 얼마 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은행들에게 베트남이 매력적인 새 ‘먹잇감’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베트남 국민 5명 중 1명만이 은행계좌가 있을 만큼 글로벌 은행들이 유치할 신규 고객 잠재력은 크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베트남은 현재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중산층이 고소득층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의 경제성장 방식은 한국과 매우 유사하다. 정부가 1991년부터 5년 단위의 5개년 사회·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에 따라 경제를 운용하고 성장시켜 오고 있는 것. 그동안의 ‘정부주도형 경제’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시장경제’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2011~2015년 계획을 살펴보면 사회주의 시장경제 제도개선, 인적자본의 육성, 인프라의 구축을 중심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쌀․커피 세계적인 수출국가

올해 초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베트남 성장의 유지: 도전의 증가’라는 리포트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지난 4반세기에 걸쳐 중국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25년간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 5.3%를 기록했다.

내부 구조개편과 함께 농업 등 1차 산업을 제조업·서비스업 등 2·3차 산업으로 전환한 것이 성장동력이 됐다. 또 베트남의 높은 청년 비율 역시 성장 배경으로 평가됐다.

지난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미국은 물론 주요국들과 교역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맥킨지는 밝혔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천국인 베트남 하노이 시내의 모습>

 베트남 정부는 지난 1986년 ‘도이모이’라는 대외개방 정책을 통해 무역과 자본흐름에 대한 장벽을 없애기 시작했다. 이후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1990년대 아시아가 금융위기에 직면했을 때에는 물론 최근 경제침체기 속에서도 베트남 경제는 평균 7% 성장(2005~2010년)을 달성했다.

전형적인 농업중심 경제구조에서 급속하게 탈피한 게 주효했다. 지난 15년 동안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서 20%로 절반가량 줄었다. 중국과 인도가 농업기반 구조에서 벗어나는데 걸린 기간이 각각 29년, 41년 이었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지난 20년 동안 농업부문 고용률은 13% 줄어들었고 대신 산업과 서비스 분야는 각각 9.6%, 3.4%씩 증가했다.

농업중심의 경제구조를 벗어났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쌀과 커피, 후추와 같은 향신료 등에 있어 세계적인 수출국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베트남은 쌀은 태국에 이어, 커피는 브라질에 이어 각각 세계 2위의 수출국이다. 차와 새우, 참치 등과 같은 해산물 추출에 있어서도 세계 5, 6위를 차지할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경제 침체기에도 외국인투자는 급증

또 하나 베트남의 성공요인을 살펴보면 중국과는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베트남은 중국에 비해 개인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가구별 소비는 GDP의 65%를 차지하는데 이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평균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제조업 수출과 비정상적으로 높은 자본투자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베트남 경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 속에서 성장한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은 이머징 마켓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국가로 꼽힌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2003년 320억달러에서 2008년 717억달러로 3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심지어 글로벌 경제 침체기인 2009년에도 FDI는 215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래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리운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베트남이 어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발달된 사회기반시설이 한 몫을 한다.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베트남은 도로 건설에 특히 총력을 기울였다. 2009년 기준으로 태국의 도로 밀집도는 필리핀이나 태국에 비해 훨씬 높으며 이코노미스트들은 앞으로 이러한 기반시설이 더욱 발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베트남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온라인산업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베트남의 모바일기기 사용률은 2000~2010년 사이 70% 가까이 증가했다. 베트남 인터넷 사용자들의 94%가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규모 확대에 따라 베트남 은행권의 대출규모는 지난 10년 동안 33%나 급증했다. 빠른 성장을 해온 중국이나 인도, 아세안 지역 국가들에 비해서도 빠른 증가세다. 2000년 GDP의 22%에 달하던 대출규모는 2010년 말에는 120%를 기록했다.

베트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으로 젊은 노동층의 증가를 빼놓을 수 없다. 2005년부터 2010년 동안 베트남의 젊은층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이들은 베트남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던 농업부문에서 빠른 속도로 벗어날 수 있었다.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진출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올해 초 포스코가 스테인리스 냉연강 공장 준공식을 갖는 모습>

한국기업들 베트남 진출에 경쟁적

요즘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도심에는 초고층 빌딩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 사업비 10억달러를 투자해 한국의 경남기업이 지은 72층 높이의 타워동 ‘경남하노이 랜드마크 72’는 단연 돋보인다. 346m 높이에 베트남 최고층 최대 건축연면적(60만9,673㎡)을 자랑하는 이 빌딩은 연면적으로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3.5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부르즈칼리파의 1.3배 규모에 달한다.

경남기업 뿐 아니라 현대건설, 금호건설 등도 베트남의 초고층 빌딩건설에 참여하면서 하노이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데 한국 건설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베트남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메콩강 경제권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로 진출하는데 거점이 되기 때문이다. 베트남을 비롯한 이들 국가는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고도성장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아세안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우리 기업들의 욕구와 맞물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유통, 물류, 보험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개척에 나서거나 기존 진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양상이다. 중소기업들도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세제혜택 등 우호적인 사업 환경 때문에 관심을 베트남으로 돌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베트남 수교 20주년을 맞아 양국이 다방면에 걸쳐서 교류협력을 확대키로 하여 민간과 기업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지난해 10월 완료한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하기 위해 국내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우리 정부는 공동연구 작업을 통해 FTA 포괄범위를 상품, 서비스 및 투자 외에 투명성, 지재권 및 기타 상호 합의하는 이슈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베트남사무소 집계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우리 기업의 베트남 누적 투자건수는 2,823건, 투자금액은 234억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금액에서 한국은 미국(7위)과 일본(4위), 싱가포르(3위) 등을 앞지른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하롱베이>

공기업 방만 경영․젊은층 인구 줄어들어

한편으로 베트남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많다.

외국 자본이 급격하게 유입된 2007년 이후 베트남 주식·부동산 시장에는 거품이 생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이런 거품이 조금은 해소됐지만 문제는 아직도 남아 있다. 특히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기업의 해외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는 공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부분적 민영화 등 각종 개선책을 강력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베트남 경제의 주요 성장동력인 젊은층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지속적인 성장세의 장애요인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주요 도시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베트남의 5~19세 인구는 지난 2010년 전체의 27%에서 오는 2020년에는 2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의 5~19세 인구 비율은 지난 1999년에는 34%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특히 베트남의 노동 가용인력의 연령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가용인력의 연령은 중국의 35.2세보다는 낮지만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노동인구는 향후 10년 동안 0.6%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 2000~2010년 사이 연 평균 2.8% 성장에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으로 하락하게 되는 셈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도 중요한 과제다. 생산성을 연간 6.4%로 끌어 올리면 베트남의 GDP 성장률은 연 7%로 높아질 것으로 맥킨지는 내다봤다. 그러나 생산성이 정체되면 베트남의 성장률은 4.5~5.0%에 머물 전망이다.
오석원 기자 won@gfeo.or.kr

* 베트남 개요(2011년 기준)

-인구: 9,111만명

-면적: 33만991㎢(남한의 약 3.3배)

-경제성장률: 5.8%

-GDP: 1,085억달러

-1인당 GDP: 1,240달러

-외환보유액: 124억달러

(자료: 베트남 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