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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한-미FTA 발효, 수출기업 원산지 관리에 비상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마침내 지난 3월 15일 공식 발효됐다. 한‧미FTA가 발효되면서 세계에서 우리 경제 영토는 60.9%까지 늘어나 세계 세번째로 큰 경제영토를 갖게 됐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EU),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FTA를 발효한 아시아 유일국가가 됐다.

한‧미FTA 발효와 함께 미국측은 전체 품목의 82.1%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한국은 80.5%의 관세를 폐지했다. 특히 자동차 부품과 컬러 TV, 캠코더, 합성수지 등 우리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다른 경쟁국보다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섬유 역시 평균 13.1%인 관세 폐지로 다른 국가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승용차는 추가 협상을 통해 관세 철폐시기가 연기됐지만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2016년 3월15일부터 대미 수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측 승용차 관세(2.5%)는 한미 FTA 발효 5년 차에 철폐된다. 한국측은 현재 8%인 관세를 발효 즉시 4%로 낮추고 역시 5년차에 완전 철폐한다.

관세 철폐에 따른 대미 수출 증가로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한‧미FTA 발효후 10년간 최대 5.66% 늘어나고 신규 일자리는 35만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5년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연평균 1억3,800만달러 증가할 전망이다. 대미 수출은 연평균 12억8,500만달러, 수입은 11억4,700만달러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농축수산업과 제약업체들의 경우 한‧미FTA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 농업은 향후 15년간 연평균 무역수지 적자가 4억2,4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며, 수산업은 연평균 1,100만달러의 적자 확대가 예상된다. 제약업도 복제약 생산 차질 등으로 향후 10년간 연평균 최대 1,197억원의 생산 감소, 1,59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 확대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총 54조원을 농축수산업과 제약업 등 피해 산업 지원에 사용키로 했다.

‘관세인하’ 소비자 효과는

한‧미FTA)가 발효되면서 미국산 수입 상품 관세 인하로 농축산물과 자동차, 가방류 등에 대한 세부담이 절감된다.

2000cc 이상 수입자동차의 가격은 최대 12%, 돼지고기 삼겹살은 18.4%, 캘리포니아 오렌지는 33.3% 크게 인하됐다. 또한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CK청바지, 폴로 티셔츠, 아베크롬비 등 미국에서 수입하는 공산품도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수입가 5,000만원인 미국산 승용차의 경우 약 400만원, 수입가 30만원인 재킷은 약 4만3,000원의 세금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현재 8%인 승용차 관세가 4%로 낮아지고, 개별소비세 등이 인하돼 미국산 승용차(수입가 5,000만원·2000cc 초과)의 경우 세부담이 1,712만2,000원에서 1,314만8,800원으로 397만3,200원 낮아진다. 2000cc이상 승용차의 개별소비세는 10%에서 즉시 8%로 조정된 뒤 2015년 3월15일에 5%까지 떨어진다. 자동차세도 cc당 220원에서 즉시 200원으로 인하된다.

수입가 30만원인 재킷의 경우 관세(13%)가 철폐되면서 세금부담이 4만2,900원 절감된다. 또 10만원인 가방(8%)은 세부담이 8,800원 줄어든다. 1만원 기준으로 체리(24%)와 와인(15%)의 경우 한‧미FTA가 발효되면서 각각 2,400원, 2,194원의 세부담 효과가 발생한다..

한편 물품 취급 수수료 철폐로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미 수출시 ▲2,000달러 미만은 2달러 ▲2,000달러 이상은 0.21%의 물품 취급 수수료가 부과된다. 한‧미FTA 발효로 물품 취급 수수료가 페지됨에 따라 정부는 연간 8,000만달러의 기업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 한‧미FTA 주요 품목 관세철폐 시기
(괄호는 관세율.%)

구분

한국

미국

즉시

자동차부품(3~8), 통신용광계이블(8), 항공기엔진(3), 에어백(8), 전자계측기(8),디지털프로젝션TV(8) 등

자동차부품(1.3~10.2), LCD모니터(5), 캠코더(2.1), 컬러TV(5), 전구(2.6), 전기엠프(4.9) 등

3년

치약(8), 향수(8), 골프채(8) 등

골프용품(4.9), 샹들리에(3.9), 콘택트렌즈(2)

5년

승용차(8), 면도기(8), 헤어린스(8), 바닷가재(20) 등

승용차(2.5), 타이어(4), 가죽의류(6) 등

10년

기초화장품(8), 초음파영상진단기(8), 콘택트렌즈(8) 등

전자레인지(2), 세탁기(1.4), 화물자동차(25) 등

10년

이상

명태(냉동‧30), 민어(냉동‧63), 고등어(냉동‧10) 등

특수신발(20~55.3)

*자료: 통상교섭본부

원산지 속이다 적발땐 稅추징·과태료

한편 한‧미FTA 발효 이후 정부의 수출기업 원산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연간 5,000건의 원산지 검증을 실시하는 등 지금까지 맺어진 다른 FTA 국가들보다 원산지 검증에 엄격해 자칫 오류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영세기업과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원산지 규정 관련 추가 컨설팅을 계획하는 등 원산지 증명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미FTA 원산지 입증은 생산업체나 수출업체 등이 원산지 증명서를 자유롭게 발급할 수 있는 ‘원산지 자율 증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칠레나 인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등과의 FTA가 권한이 있는 기관에서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하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간편한 제도다. 또 한‧미FTA는 다른 FTA와 달리 수입업체도 원산지 증명서를 자유롭게 발급할 수 있다.

이처럼 자율 증명제를 채택한 대신 원산지 검증은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자동차나 섬유 등 FTA 혜택이 큰 산업을 중심으로 연간 5,000건 이상의 원산지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저가 중국산 등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팔릴 가능성이 커 미국측이 한미 FTA 발효 이후 원산지 검증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원산지 부정 발급이 확인될 경우 그동안 감면받은 관세를 추징당하는 것은 물론, 과태료와 가산세까지 부과된다. 위반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고발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산 부품 ‘부메랑’… 미국車 강해진다

한‧미FTA가 국내 자동차업계에 커다란 기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감당해야 할 미국과 일본 업체들의 반격도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를 통해 미국 완성차업체들은 부품 공급단가를 낮출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부메랑이 돼 한국산 완성차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구조조정과 함께 최근 인건비 상승의 주원인이었던 잡뱅크제(실직자를 잡뱅크에 소속시켜 연공에 따라 최장 6년까지 직전소득의 95%를 지급하는 제도)를 폐지, 차 1대당 인건비를 40%나 절감했다.

여기에 한·미간 부품 관세 인하 요인까지 합치면 미국업체들은 중소형차급에서도 한국산차의 수요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자동차업체에 들어가는 한국산 부품과 미국산 부품이 치열한 경쟁체제를 형성하는 등 결과적으로 미국 부품업계도 강한 체질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FTA활용지원센터 적극 이용을

한‧미FTA에 대한 대응과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난 해부터 전국 시‧도에 설치된 FTA활용지원센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FTA지원센터는 FTA 활용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도와주는 곳으로, 경기도의 경우 남부(수원. ☎1688-4684)와 북서부(고양. ☎031-995-7483) 두 군데에 운영하고 있다.

FTA지원센터에서는 FTA실무자(원산지 관리사) 교육을 비롯 수출입통관 및 관세환급 교육, FTA활용 컨설팅, 업종별‧지역별 찾아가는 설명회 등 FTA활용 전반에 대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서울 강남 삼성동의 한국무역협회 내에 설치된 FTA종합무역지원센터에서는 사업기회 포착부터 생산, 수출, 사후검증 등 FTA활용 전단계에 걸쳐 지원 접수부터 사안 해결까지, 기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오석원 기자 won@gfeo.or.kr

 

Tip. 대한상의 제시 한‧미FTA 4대 전략

① “선제적 가격인하 등 공격적 마케팅 펼쳐라… 정부-산업계의 공동 프로모션도 필요하다”

② “적기생산·A/S체계를 구축하라...현지 기업과의 협력강화 및 美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제도 를 잘 활용하라”

③ “FTA 원산지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라...대중소기업간 협력을 통해 美세관의 검증에 대비해야한다”

④ “해외진출 기업들, 국내유턴도 검토할 때다...세계경제 61%가 자유무역지대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