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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자영업자 생존권 위협

<Thinking Economy>

 

자영업자 생존권 위협 나몰라라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 논란

 

홍대 앞 리치몬드 과자점이 문을 닫았어. 가족 생일 때마다 일부러 들러 케잌을 살 정도로 아주 맛난 빵집이었는데.”

고민경 대리는 박호영 대리에게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요새 널린 게 빵집이잖아. 아파트 단지 주변에 브랜드별 빵집은 하나씩 다 있는데 거기서 편리하게 사먹으면 되지. 뭐 빵 하나 갖고 그렇게 유난을 떨어

박 대리는 이해 못하는 표정이다.

이거 봐. 박 대리 리치몬드가 왜 문 닫았는지나 알아? 대기업이 그곳에 커피집을 차린단다. 떡볶이 같은 서민 먹거리도 다 대기업이 해먹고 있다구!”

고 대리는 버럭 화를 낸다.


 

 


 

재벌 자녀 빵집 철수 아직 안해

재벌 2, 3세는 취미로 할지 모르지만 빵집을 하는 사람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대기업의 소상공인 업종 진출을 비판한 이명박 대통령의 연초 발언 이후 재벌 오너 자녀들의 문어발식 골목상권 확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벌 2, 3세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사업철수를 선언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대부분 정상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롯데의 포숑’, 삼성의 아티제’, 신세계의 베키아에누보’, 한화의 빈스앤베리즈’, 코오롱의 비어드파파등이 사업을 정리하지 않고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

지난 1월말 폐업한 홍대 앞 리치몬드 과자점에는 리치몬드가 건물주에게 지불하던 보증금의 2배 이상을 주고 롯데그룹 계열사인 엔제리너스가 들어선다. 지하철 홍대입구역 반경 100m 안에는 이미 스타벅스와 카페베네가 각각 4곳씩, 엔제리너스와 탐앤탐스가 각각 3곳씩 영업 중이다. 대기업들이 대거 베이커리와 커피전문점 운영에 나서면서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골목상권 보호가 어렵게 됐다.

 

대기업 분식집, 학원업에도 진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03년 초 전국 약 18,000개였던 자영업자 제과점 점포 수는 지난해 말 4,000여 곳으로 크게 줄었다. 동네 빵집은 8년 만에 무려 77.8%가 감소한 반면, 대기업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는 지난해에만 매장 300여개를 여는 등 1986년 출점 이후 연평균 120개씩 점포를 늘리고 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은 빵집뿐만 아니다. LG그룹은 아워홈과 사보텐, LF푸드 등 계열사를 통해 라면·순대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CJ역시 비빔밥 등 한식사업과 차이니스레스토랑 사업에도 진출해 있다. 애경그룹은 일본 라면집을, 농심은 일본 카레식당을, 매일유업은 인도식당을, 남양유업은 이탈리아 식당업에 뛰어들었다.

대기업은 학원업에도 진출했다. 현대차는 입시학원인 종로학원을 운영하는 입시연구사와 수험서 출판업체인 종로학평을 계열사로 두고 있고, 대상그룹은 온·오프라인 강의업체인 더체인지를 인수했으며, KT는 입시교육 콘텐츠 업체인 ‘KT에듀아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웅진그룹은 씽크센터라는 학원을 오픈해 점포수를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동반성장과 상생은 공염불에 그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29일 발표한 대기업집단 계열회사 변동현황 정보공개자료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의 베이커리 회사, 대우조선해양그룹의 상조 회사, CJ그룹의 웨딩서비스 회사 등 그룹의 주력 사업과는 무관한 계열사들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재벌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은 재벌이 꼭 이런 사업까지 해야 하냐는 비판여론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경기 불황 속에 대기업과의 경쟁으로 적자와 파산이 비일비재하다중소기업과 영세서민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이 계속된다면 동반성장상생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도 한 조찬 세미나에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 규제를 풀었더니 커피숍이나 입시학원을 경영하고 있다대기업은 규제를 왜 풀어줬는지 분별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현정 기자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