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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문형식 청첩장 수집가

문형식 청첩장 수집가
유명인 등 청첩장 1,300여장 모아

 

 

 

 

 

“국제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세계를 누빌 때 마치 월드 투어를 함께 다니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2002년 월드컵에서 안정환 선수가 반지키스를 했을 때나 이승엽 선수가 아시아 홈런 최고기록를 세웠을 때는 마치 가족인냥 기쁨과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30년간 유명인, 외국인 등의 청첩장 1,300여장을 수집한 문형식(64) 씨는 청첩장 수집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은퇴 전 중소기업 CEO를 하던 시절에도 그 바쁜 시간을 쪼개 청첩장 수집에 열정을 다했다. 네델란드, 이란, 싱가포르, 네팔 등 세계 여러 대사관에 편지를 보내 다양한 외국청첩장을 구했다. 2002년에는 그렇게 수집한 청첩장을 모아 ‘세계결혼청첩장’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문 씨는 “화폐로 수집에 입문했지만 화폐 모으는 사람들은 이미 주변에 많았다”며 “아무도 하지 않은 의미있는 수집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즐거움이 뒤따르면서도 가치 있는 수집품을 궁리하다 생각해낸 것이 바로 청첩장 수집. 청첩장은 인생 최대의 경사를 알리는 알림장이자 미적으로 아름답기도 하고, 시대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변화하는 모양도 향후 훌륭한 역사적 가치를 가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72년 고향 누나의 청첩장을 시작으로 오래된 것, 유명인의 것, 외국의 것, 가까운 친지들의 것 등 다양한 청첩장을 수집했다. 탤런트 김지호 김호진 부부의 청첩장은 주례를 맡았던 이광자 당시 서울여대 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구했고, 채시라 김태욱 부부의 청첩장은 채시라의 아버지가 만학도로 대학에 입학한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해당 대학으로 편지를 보내 그녀의 아버지에게 직접 받았다. 팬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채사라의 아버지는 훗날 문 씨에게 채시라의 자녀 돌잔치 초대장을 보내주기도 했다. 특히 그는 (故)노무현 대통령의 딸 노정연 씨의 청첩장을 구하기 위해 노씨종친회의 문을 여러 번 두드려 얻기도 했다.
그에게 청첩장은 결혼의 소중한 가치를 매순간마다 일깨워 주는 ‘사랑의 메신저’이자 유명인들의 간접적인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기쁨과 보람의 매개체다 .

박현정 기자 l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