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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Issue & Trend | 일본 원전사고 지금은…

사고 원전 통제불능, 안정화는 ‘희망사항’
매일 방사능 오염수 300t 바다로… “6년 뒤 태평양 전체 오염”

 



▲사고 이후 2년 6개월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수습되지 않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진: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 태평양 앞 바다에서 일어난 진도 9.0 규모의 대지진과 그로 인한 15m 높이의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6개의 원자로가 멈췄다. 쓰나미로 전원공급이 중단되면서 원자로를 식혀주던 냉각시스템이 멈춘 것. 당시 1, 2, 3호기는 가동 중이었고, 4, 5, 6호기는 점검 중인 상태였다. 사고 여파로 다음날 1호기가 폭발했고, 14일 오전 4호기, 15일 오전 2호기가 폭발하는 등 1호기부터 6호기까지 모두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6개 원자로 중 3개의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녹아 내렸고, 이를 식히기 위해 주입한 냉각수로 인해 매일 약 400~500t의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올림픽 유치 앞두고 급조 대책 발표
사고 이후 일본은 2011년 12월 당시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사고원전의 냉온정지를 선언, 원전사고가 수습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 4월초 제1원전 지하 저장수조에서 오염수가 대량유출된 것이 확인되면서 후쿠시마원전사고는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수습단계에 들어갔다는 일본정부의 말과는 달리, 그동안 후쿠시마원전사 고는 더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울러 일본정부의 관련 정보 미공개 및 은폐와 이로 인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일본을 넘어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세계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사고 1년을 맞아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일본기상청 기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대기에 방출된 세슘의 총량은 약 4경(1경은 1만조) Bq(베크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지금도 방사능은 계속 방출되는데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량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누출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차원의 대책이 나온 것은 지난 9월 3일, 무려 2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나마 일본정부의 대책이란 것이 이미 기존에 나왔던 도쿄전력의 대책과 다르지 않고, 또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자국에서 조차 ‘올림픽 유치를 위한 쇼’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방사능 오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현재 알려진 정보만으로도 사고 이후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5일 원전지하저장 수조에서 오염수의 대량유출이 확인된 이후, 7월 22일 도쿄전력은 원전사고 이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하루 300t의 오염수가 매일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7월 24일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서 수증기가 분출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18일과 23일에 이어 3번째 수증기가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수증기는 시간당 2,170mSv(밀리시버트)의 초고농도 방사능을 지녔다고 밝혔다.
1mSv는 성인 한 사람에게 1년간 허용된 방사능 한계치다. 전문가들은 2,170mSv 의 방사능 농도에서는 보호장구를 입은 성인이 8분을 버티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어 도쿄전력은 7월 26일과 27일 바다로 유출되는 오염수 샘플을 채취한 결과 리터당 23억5,000만~31억Bq이라고 밝혔다. 인근 산에서 흘러내리는 지하수가 원전을 거치면서 오염되고, 이 오염수가 여 과 없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염수를 담아둔 탱크에서도 고농도 오염수가 유출되는 등,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점점 인재로 옮아가는 형국이다.



일본 정부, ‘희석 오염수 바다 방출’ 검토
9월 2일 다나카 순이치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도쿄에서 외신기자들과 만나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를 방사성 물질 농도를 낮춰 바다로 방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일본원자력학회 사고조사위원회도 보고서 최종안에 삼중수소를 희석한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정보 은폐와 미봉책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커지는 가운데, 일본정부가 지난 9월 3일 원자력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국비 470억엔(5,200억원)을 투입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지하수가 원전으로 유입돼 방사능 오염수와 섞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동토차수벽 착공, 원전내 오염수에서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다핵종제거 설비(ALPS) 개량과 증설, 오염수가 유출된 지상저장탱크의 용접처리 탱크 교체 등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관련 마부치 스미오 일본 민주당 의원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오염수가 동토차수벽을 녹일 수 있고 지반에 암석 등이 있다면 냉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ALPS의 개량과 증설도 고농도 오염수를 정화해 방류하기 위한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방법이나 과정상의 난제가 많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방치 시 태평양 전체 오염
일본정부의 미온적인 대책과 미숙한 사고수습은 이웃나라들을 크게 불안하게 하고 있다. 당장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그간 일본정부의 발표와 기준에 따라 대응하던 수산물 수입 규제를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9월 6일,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인근 8개 현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전량을 수입금지하기로 결정했고, 아울러 이외의 지역 수·축산물에서도 요오드나 세슘 등 방사성물질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기타 핵종에 대한 비오염 검사증명서를 추가로 요구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조금이라도 오염된 수산물은 원천 차단시키겠다는 의도다.
독일의 킬(Kiel)해양연구소는 “지금 이대로라면 6년 뒤에는 태평양 전체가 오염되어 수산물을 먹을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당장 빠르면 내년쯤 우리나라 해역에 방사능 오염수가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 오고 있으며, 늦어도 10년쯤에는 확실히 도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정보 은폐·통제론 사태 해결 어려워
최근 아베총리는 IOC총회에서 “오염의 영향은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 0.3㎢ 범위 안에서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고 말 했다. 그의 이 발언을 놓고 일본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고 수습책임을 맡은 도쿄전력에서 조차 ‘오염수의 완전차단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며, 총리 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아베총리의 원전 오염수 완전차단 발언에도 불구하고 올 가을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번 파견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인 이유로 정보를 은폐하고 통제 함으로 인해 대처시기를 놓쳤고, 국민들을 더 큰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점이다.
위기상황에서의 올바른 정보제공은 국민들을 공황상태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판단과 협조를 얻어내는 가장 확실한 해결방법이라는 것을 정부는 인식해야만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이신덕 기자 l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