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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5년 새 집값 5배 뛴 중국, 현지 중산층의 소비 씀씀이는?


Global Report

13억 중국시장 大해부

80년대 개방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세계를 향해 문을 연 중국. 3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명실상부한 G2 국가가 됐다. 세계의 공장으로 자본을 축적한 중국은 이제 넘쳐나는 외화와 자본력으로 글로벌 맹주를 꿈꾸고, 그 세를 불려가고 있다. 이제 중국은 부자 국가 가난한 국민의 나라가 아니다. 점차 증가하고 있는 부유층들의 소비력은 여느 선진국 국민들 못지않다. 그리고 그들의 제품 선택기준도 날로 까다로워지고 있다. 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글|이신덕 기자․사진|김영창 기자

베이징의 명동 ‘왕푸징 거리’. 1㎞남짓한 거리 양편으로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이 밀집해 있다. 평일 낮 시간에도 이곳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1. 거대 소비시장의 부상

3억명 중산층, 럭셔리 시장을 이끌다

가격 보다 브랜드 먼저… 금융‧의료‧교육 시장 유망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베이징 왕징 일대의 모습.

2010년 중국은 GDP(국가총생산) 5조8790억달러로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경제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소비규모도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잦아지고, 관광지에서 쓰는 씀씀이도 커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난한 사람들로 여겨졌던 중국인들의 통 큰 씀씀이는 중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인들의 소비력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11월 중국을 찾은 이유다. 짧은 시간 중국의 전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베이징 현지에서 물가와 구매력, 소비시장의 형태 등을 알아보고 싶었다. 베이징을 거쳐 이우(義烏)로 이어지는 중국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국보다 비싼 물가

도착하자마자 방문한 북경 시내의 한 쇼핑몰. 한국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왕징 인근에 있는 이 쇼핑몰은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우리의 백화점처럼 꾸며진 이 쇼핑몰에 진열된 상품들을 천천히 둘러보던 중 눈에 띄는 것을 발견했다. 와이셔츠 코너였다. 600위안이라는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1위안이 우리 돈 180원 정도이니 11만원 정도 되는 가격이었다. 서민들이 이용하는 곳 치고는 가격이 좀 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와이셔츠 평균 가격은 400위안(7만2,000원) 정도였다.

신발 가격도 비슷했다.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스니커즈형 신발이 맘에 들어 가격표를 보니 1,000위안이었다. 같은 신발을 국내에서 산다면 아마도 4만~5만원 정도는 더 싸지 않을까 싶었다. 브랜드에 따라 가격차가 나겠지만 대체로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왕징 거리의 맥도날드에서 판매되는 햄버거 세트 가격은 20위안,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는 한 잔에 30위안이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10% 정도 비싼 가격이다. 천안문 앞 식당가에 위치한 맥도날드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로 가득한 맥도날드 매장.


유명 브랜드 가득한 베이징

2010년 중국의 1인당 GDP는 4,300달러 수준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2만달러를 넘었으니 산술적인 소득격차는 4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베이징의 물가는 우리나라와 다를 바가 없었다.

기자가 처음 중국을 찾은 것은 지난 2004년이었다. 당시는 칭다오와 광저우 일대를 방문했었는데,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일단 상품들의 가격이 지금보다는 훨씬 저렴했다. 그런데 불과 6~7년 사이에 중국 소비시장은 질적으로 크게 성장한 듯 싶었다.

우리나라 명동과 비슷한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는 소비도시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약 1㎞ 남짓 이어지는 이 거리 양쪽으로는 대형 백화점이 즐비하고, KFC, 지오다노, 라도, 게스, 샤넬 등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간판과 가게가 줄지어 서 있다. 평일 낮인데도 거리는 사람으로 넘쳐, 몸을 부딪치지 않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다.

여전히 남아 있던 중국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3억 중산층 10년 뒤 7억명으로

중국인들은 어느 정도로 부유할까? 지난해 중국 후룬바이푸(胡潤百福)가 발표한 <2011 재부보고백서>는 이 물음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백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1,000만위안(18억원) 이상 재산가는 96만명. 이중 1억위안(180억원) 이상 재산가는 6만명이며, 10억위안(1,800억원)이 넘는 재산가도 4,00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억위안(1조8,000억원) 이상의 재산가는 400명이나 됐다.

전자제품 상가가 밀집해 있는 베이징 중관촌 일대. 우리의 용산 전자상가와 비슷한 분위기다.


이 수치는 2010년에 비해 9.7% 증가한 것이다. 이들 중 17만명이 베이징에 살고 있다. 인구 13억명의 나라에 100만명 정도의 재산가는 비율상 많은 수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중국 동해안을 따라 발전된 대도시에 살고 있고, 이곳에는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소비계층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사회과학원에 따르면 현재 중국내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연간가구소득 6만~50만 위안인 사람의 수는 무려 3억명에 이른다. 이 수치는 10년 뒤에는 7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석송편(39) 씨는 이 기준으로 볼 때 중산층에 속한다. 그는 “중산층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집과 차, 저축이 있고 빚은 없으며, 부부의 수입이 월 3만위안 정도는 되어야 중산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금 베이징의 서민들 살림살이는 팍팍하기 이를 데 없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소득의 양극화를 부축이고, 중산층을 점점 얇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중산층들도 대부분 월급으로 생활하는데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못 미치고 주식시장마저 좋지 않은데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베이징 시민은 “집값이 5년 전에 비해 5배나 올랐다”며 “당시 집을 사지 않았다면 지금은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에서 30평 규모의 아파트를 사려면 한국 돈으로 5억원 정도 된다”고 했다.

상품 구매 시 브랜드, 품질, 가격 순 고려

이런 팍팍한 살림살이에도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이유가 “워낙 많은 인구 때문”이라고 했다. 아무리 살림살이가 팍팍해져도 여전히 잘 사는 사람은 많다는 것.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에 근무하는 한춘화 씨는 “베이징에는 공무원이나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인구가 많다”며 “이들은 병원, 주택 등 기본 복지가 잘 갖춰져 있어 월급이 적어도 일반인에 비해 충분히 풍족한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베이징에 있는 재래시장 전경.


소비가 늘고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중국 중산층들의 소비패턴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고급 자동차와 명품 브랜드 등에 대한 소비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

이들 잘 사는 중국인들이 제품을 살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브랜드다. 다음으로 품질을 따지고 제일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가격이다. 자동차의 경우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독일제다. 물론 중국 국내에 이들 외국 자동차 브랜드의 공장이 있고, 대부분의 차량은 중국 내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대부분의 모델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성능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 생산된 차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메이드 인 차이나’ 보다는 ‘메이드 인 저머니’를 더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한국에 있는 중고 외제차를 수입해 중국 내에서 팔면 아주 잘 팔릴 것이란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의 수입차들이 브랜드 보유국에서 만들어졌단 이유에서다.

2015년 세계 2위 럭셔리 시장으로

중국소비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전제해야 할 또 다른 요인은 중산층 이상 부유층들의 연령층이다. 후룬바이푸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천만장자의 평균나이는 39세, 억만장자는 43세로 상당히 젊은 편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돈 많은 젊은층의 소비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의 부유층들의 소비욕구와 패턴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동차는 독일제, TV는 삼성, 휴대폰은 삼성과 애플을 선호한다. 연령층에 따라 화장품과 옷에 대한 취향도 다르다. 석송편 씨는 “의류나 화장품의 경우 20대는 한국산을 좋아하지만 30대 이상은 더 고급브랜드를 선호한다”고 했다.

베이징 이공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송시아오탄(22) 씨는 한국 옷을 좋아한다. 그는 “중국 브랜드는 예쁘지 않고 비싸기만 하다”며 “그래서 시장에서 이름 없는 보세품이라도 한국에서 만들어진 옷을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한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가 아는 한국 브랜드는 LG, 삼성, 현대 등 대기업과 화장품 정도라고.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중국의 무역수지 적자와 소비시장 전망> 보고서는 ‘중국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이들 계층을 중심으로 자동차‧휴대전화 등 내구재 시장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고 럭셔리 상품 소비 급증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2015년에는 럭셔리 상품 시장규모가 115억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세계 2위의 시장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명품 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왕푸징 거리에 있는 롯데백화점.


더 큰 집, 더 큰 차, 그리고 여행 원해

지난해 11월 코트라 다롄무역관이 작성한 <중국 부유층, 어떤 제품 좋아하나?> 보고서는 ‘(중국 부유층들은) 가격이 주요 고려요소인 다른 계층과 달리 대부분 가격보다는 브랜드와 품질, 성능 등 가격외 조건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며 상대적으로 브랜드 의존도가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신분과시형 소비가 많으며 고급 지갑, 자동차, 의복, 장신구, 화장품 등 사치품에 소비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선물 혹은 투자 목적의 고가물품 구매가 보편화되어 있다’고 밝혔다.

점차 부유해지고 소비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중국 내부의 불만도 적지 않다. 특히 중산층들은 낙후된 금융시스템과 도시 인프라, 높은 집값, 서비스 산업 등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들 스스로 서비스와 국민의식이 좀 떨어져 있다고 자평할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바꿀 생각은 없다”고 했다.

반면 그들은 여유가 된다면 주거환경을 바꾸고, 더 좋은 차를 사고, 여행을 더 많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밝혔다.

럭셔리 시장 인정하고 품질, 브랜드 키워야

베이징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앞으로 중국에서 유망한 사업으로는 의료, 교육, 금융 산업을 꼽았다. 특히 교육은 중국 중산층들이 가장 관심이 큰 분야다. 베이징에서 만난 한 교민은 “베이징의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유치원의 경우 한 달에 한국돈으로 150만원 정도가 든다”고 했다. 금융의 경우는 특히 재테크 분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세계 어느 곳이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외적으로 과시욕과 차별화를 꾀하게 되고, 나아가 더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원하게 된다. 지금 중국은 급격한 부의 축적으로 소득보다 과한 소비,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소비 등이 만연하고 있다. 일면 우리의 현재와도 닮아 있어 보이는 소비형태다. 어쩌면 중국 시장 공략법은 우리들의 모습 속에 답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고 있는 해외여행,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 소매, 수요가 늘고 있는 의료‧금융 등 아직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많은 분야가 중국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짧은 베이징 방문에서 느낀 가장 큰 기억은 ‘중국에서는 뭐든지 크다’는 느낌이었다. 아마 이 차이가 우리의 경쟁력이 될 수도 약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제 중국은 가난하고 지저분한 나라라는 선입견은 버리고 우리와 함께 경쟁하고 있는, 우리의 경쟁자이자 깐깐한 큰 시장이라는 생각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