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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세상의 모든 공산품 중국 이우(義烏)에 多 있다


Global Report

2. 소상품의 메카 이우(義烏)를 가다
세상의 모든 생활용품 다 있는 잡화상
세계에서 판매되는 소상품 종류 80% 갖춰… 중국내 완구 90%, 액세서리 산업 70% 점유

 

10만개의 점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우국제무역성. 1구에서 5구까지 면적만 400㎢에 이른다.


베이징 공항에서 밤 10시가 넘어 출발한 중국남방항공 국내선 여객기가 이우(Yiwu. 義烏) 공항에 도착한 것은 자정 무렵이었다. 한국에서 일반인들에게 이우는 무척이나 생경한 도시다. 이번 중국 출장길에 이우가 추가된 것은 중국에 있는 한 지인의 추천 때문이었다. 처음 지명을 접하고 관련 자료를 찾으면서 이우에 대한 호기심이 짙어졌다.

이우는 중국 동부에 있는 저장성(浙江省) 진화시(金華市)에 속해있는 현급(縣級) 도시다. 자료에 따르면 이 도시는 세계 최대규모의 소상품 판매도시로, 세계에서 판매되는 50만 종류의 소상품 분류 중 40만 종류를 이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적어도 완구나 문구, 액세서리 등을 수입하는 사람이라면 이우는 메카나 다름이 없다.

동대문․남대문 시장 더한 것의 8배 규모
이튿날 아침 일찌감치 이우시내 북쪽에 자리잡은 ‘중국이우국제상무성’으로 향했다. 2001년 10월 1구역 공사를 시작으로 현재 5개 구역으로 조성된 이우국제상무성은 약 4만1,000여개의 점포가 영업 중이다. 1~4구(區)까지는 현재 영업이 활발하며, 중국정부에서 조성해 최근 문을 연 5구만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다.


각층별로 문구, 완구, 액세서리, 자동차용품, 스카프 등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50만 종류의 소상품 중 40만종을 이곳에서 구할 수 있다.

푸텐시장으로 불리는 국제상무성은 규모만큼이나 각종 자료들도 오차가 크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점포수는 4만여개 혹은 10만여개까지 수치가 다르다. 2008년 이우시정부 자료에 따르면 3구까지 5만8,000개의 점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시장의 전체 면적은 400㎢다. 이 수치는 우리의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을 더한 것의 약 8배에 이르는 크기다.

1구 1층으로 들어서자 각종 완구와 조화들이 가득한 점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특히 갖가지 종류의 인형과 풍선 그리고 전자완구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복도 곳곳에서는 무선조정 헬리콥터를 비롯한 무선조정 완구들이 이리저리 곡예를 부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자 액세서리 가게가 끝없이 이어졌다. 1구는 1층 완구․조화, 2층 헤어 액세서리․쥬얼리, 3층 도자기 및 장식 공예품, 4층 조화 및 액세서리, 공예품 등을 파는 가게들로 구성되어 있다.

2구는 1층 우산․우비․봉투․가방, 2층 철물․자동차용품, 3층 주방용품․소형가전․전자기기, 4층 한국․사천․홍콩․안휘 등 지방상품관이 자리잡고 있다. 3구는 운동기구와 문구, 화장품, 지퍼 등 의류부자재를 다루고 있으며, 4구는 양말, 모자, 스카프, 벨트, 속옷 등을 다루는 전문상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우 시내 전경.

한국상품관 별도로 마련돼
1구에서 2구로 이어지는 2층 통로를 지나자 열쇠와 공구 등을 파는 상가가 이어졌다. 조금 더 가자 눈에 익은 포스터가 들어왔다. 대장금 사진이었다. 그리고 한쪽에 한국상품관이라는 문패를 단 안내 데스크가 보였다. 사람은 없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곳을 둘러보다가 ‘한국중소기업우수상품전시장’이라는 간판을 단 점포가 눈에 들어왔다. 몇몇 중소기업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중국인 점원들이 눈인사를 했다. 전시장과 관련한 한국인 대표를 물으니 근처에 한국상인회 관계자가 있다고 했다. 안내를 부탁하자 경인크리스탈 이장우 대표에게로 데려다 주었다.
현지 이우한국상회(한국인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기도 한 이 대표에게 이우 현황을 비교적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사탕수수밭이었다고 한다. 과거 계획경제 시절 중국정부는 진화시에 소상품을 산업으로 주었다. 진화시는 이를 하찮게 여겨 이우시에 넘겼는데, 이우시가 이를 받아 성공시켰다는 것. 당시 이우시는 같은 저장성의 원저우시(Wenzhou, 溫州市)를 모방해 상권을 키웠다. 무엇보다 소상품은 노동력만 있으면 키울 수 있는 산업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실제로 지금도 이우시 곳곳에는 노동력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액세서리, 3,800개 기업에서 120억위안어치 생산
이우시의 오늘은 80년대 시내 중심가에 좌판을 깔고 영업을 하던 1기에서 시작해 천막으로 옮겨간 2기, 그리고 점포로 바뀐 3기를 거쳐 현재의 4기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옮겨갈 때 마다 규모는 수십배씩 커졌다. 성공의 밑거름에는 이우시 정부의 노력도 컸다.

특히 이우는 중국 최대의 완구류 상품 집산지로 유명하다. 전국에서 생산된 완구의 90%가 이우를 통해 세계 100여개국으로 수출되며, 연평균 판매액만 42억위안이 넘는다. 액세서리의 경우 이우에 생산기업만 3,800여개에 이르고, 생산액은 120억위안이나 된다. 중국내 액세서리산업의 70%를 이우가 차지하고 있다. 지퍼는 연간 35억위안이 판매되며 중국 지퍼시장의 40%를 차지한다.

이장우 대표는 “이우시장은 생필품 위주라 세계경제의 영향을 좀 덜 받는다”고 했다. 그는 “이우시장의 품질을 높인 것은 한국 사람이라 이곳에서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에 있는 한국상품관의 유래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이우에는 단일국가로는 한국상인이 가장 많다고 한다. 대략 5,000여명 정도 되는데 그중 90%가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식당은 200여개가 넘고 슈퍼마켓도 30여개나 된다. 

한국상품관은 사천, 홍콩, 안휘 등 지역상품관과 함께 7~8년 전에 조성됐다. 초기에 45개 점포로 시작했는데, 이 대표에 따르면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고 한다. 원래 지역상품관은 양도가 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운영권이 넘어간 경우가 많다고.

1구에 있는 액세서리 점포의 경우 양도 시 권리금이 1,000만위안에 이른다고 한다. 다른 곳도 대부분 100만위안이 넘을 정도다. 이우시장이 얼마나 유망한 시장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우 시내 중심가에는 곳곳에서 한글 간판이나 한국과 관련된 상호를 만날 수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 한글간판도 곳곳에
이우시내는 비교적 깨끗하고 잘 정비되어 있다. 국제무역성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빌딩 전체가 상가인 곳도 많다. 이우 시내 외국풍거리에서는 한글 간판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식당, 미용실, 의류매장 등에는 한글 표시나 의도적으로 한국산을 취급한다는 분위기를 풍기는 문구가 간판에 적혀 있기도 했다.

베이징과 달리 분위기도 훨씬 자유로워보였다. 왠지 경직되어 보이는 베이징과는 달리 이곳 사람들은 친절했고, 상업도시답게 경제력도 상당히 있어 보였다.

이우 시내에서 스타벅스를 발견하고 아메리카노 한 잔이 생각나 들어갔다가 의외의 한국말을 만나기도 했다. 서툰 한국말로 “한국사람이에요?”라는 질문을 하는 종업원의 얼굴에는 반가운 표정마저 읽혔다. 그는 한국말로 환영한다는 말이 무엇이냐고 묻고서는 “어서오세요”란 대답을 따라하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이우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소매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음에 들어도 한두 개 낱개로 살 수 없다는 점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돌아오는 길은 이우에서 고속도로를 두 시간이나 달려, 항저우(Hangzhou, 杭州) 국제공항을 이용해야 했다. 반드시 무역을 하지 않더라도 이우는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