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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Issue & Trend | 캠핑의 경제학

불황에도 ‘활활’ 1조원 시대 열리나
올해 캠핑인구 130만명, 시장규모 6,000억원… 중고·대여시장 매출도 ‘쑥쑥’

 


직장인 김성호(37) 씨는 요즘 주말마다 캠핑을 떠나는 재미로 산다. 2년 전 우연히 친구와 떠난 캠핑이 계기가 돼 결혼 후에도 매주 가족과 함께 캠핑장을 찾는다고.
김 씨는 “바쁜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말 캠핑으로 풀고 있다”며 “여행 준비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대화가 늘어나면서 예전보다 가족 간 애정이 돈독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캠핑시장 매년 급성장
최근 ‘아빠, 어디가’, ‘1박2일’ 등 캠핑 관련 TV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면서 캠핑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뜨겁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캠핑산업은 매년 20~30%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급성장 중이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캠 핑인구는 130만명으로, 2010년 60만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2010년 300개였던 캠핑장은 불과 3년 새 1,200개로 증가했고, 2008년 7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도 지난해 4,000억 원에 이어 올해 6,000억원으로 성장했다.
현재 국내 전체 인구당 캠핑 인구 비율은 약 5% 내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15% 에 이른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접어들 때 캠핑문화가 번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5년 이내 1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가계동향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그대로 나타난다.
2분기(4∼6월)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3.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오락·문화에 사용한 돈은 6.8% 늘었다.
특히 공연 및 극장 등 관람시설 이용비 (11.0%), 단체여행비(37.3%) 등의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러한 캠핑산업의 성장 요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 5일제 안착과 국민소득 2만 달러 등 소득 증가에 따른 가족중심의 레저활동 수요확대, 캠핑 인프라의 확충 등 을 꼽았다.
오익근 계명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캠핑산업은 수년 내 1조원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고성장 산업” 이라며 “캠핑문화가 급속도로 대중화되면서 캠핑용품, 아웃도어 의류, 캠핑카, 먹거리 등 관련 산업의 동반성장을 이끌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연계산업 매출도 '쏠쏠'
캠핑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른 산업에서도 이와 연계한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국내 완성차업체 최초로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를 출시했다. 이 차는 출시된 지 한달도 채 안돼 올해 판매 가능한 120대를 모두 팔았다.
캠핑 음식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생겼다. 위켄드조이, 플레이 더게임, 쿠킹대디 등과 같은 사이트에선 고기, 수산물, 탕찌개류 등 캠핑장에서 먹 기 좋은 음식을 포장해 판매한다. 번거롭게 집에서 양념이나 조리를 할 필요 없이 주문해 받으면 즉석에서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 맛볼 수 있다.
기존 서비스에 캠핑을 연계한 서비스도 인기다. 세탁 프랜차이즈인 크린토피아는 올해 세탁하기 까다로운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를 손상 없이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아웃도어 전문 세탁 서비스를 새로 내놨다.
이러한 캠핑의 열기는 창업 시장으로 이어진다. 캠핑장이나 아웃도어 대리점 창업이 늘어나는가 하면 캠핑용품을 대여해 주거나 ‘도심 속 캠핑장’을 내건 외식 프랜 차이즈가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최고 인기는 실내에서 바비큐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캠핑 음식주점이다. 마치 캠핑장에 온 것처럼 매장 안을 온갖 종류의 캠핑 도구로 꾸미고 각종 바비큐 메뉴를 제공해 골라 먹는 재미를 높였다.

중고시장 등 실속파도 급증
캠핑이 대중화되면서 실속있게 캠핑을 즐기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고 캠핑 용품 시장은 전체 캠핑시장 규모의 30%에 달한다.
올해 캠핑시장 규모가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고시장 규모는 1,800억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쓰던 중고 캠핑용품을 위탁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캠핑트렁크’는 소비자로부터 중고 캠핑용품을 사들여 상태에 따라 가격을 낮춰 판매한다. 신상품은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또 중고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구입가의 70%까지 보증해준다.
업계 관계자는 “일상용이 아닌 캠핑용품 특성상 중고제품의 경우도 사용 횟수가 그리 많지 않다”며 “사용법대로 깨끗하게만 쓰면 한번 사용한 것과 수차례 사용한 제품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 ‘직구족(직접 구매)’도 늘고 있다. 해외배송 대행 서비스 업체인 ‘몰테일’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주요 캠핑& 아웃도어 쇼핑몰 배송대행 건수는 2,256 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767건) 대비 22% 증가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A브랜드는 8인용 텐트가 최저 100달러에 구입 가능하다. 같은 제품의 국내 가격에 비해 약 10만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선 주문제작형 공동구매도 인기다. ‘인포캠핑’ ‘캠핑룸’ 등 최근 1년 새 문을 연 캠핑용품 공동구매 사이트만 10여개에 달한다. 한 캠핑동호회 관계자는 “공동구매를 하면 100만원대 초중반의 브랜드 텐트와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60만원대에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심화·법제화 미비 등 문제
캠핑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캠핑에 관한 법이 명확하지 않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오토캠핑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차량 1대당 80㎡ 이상의 공간과 2차선 이상의 진입로를 확보해야 한다. 또 상하수도, 전기, 통신, 공동화장실, 공동 취사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1,000여개에 달하는 전국의 캠핑장 대부분은 주차장을 별도로 갖추지 않고 야영 장소에 자동차를 주차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이런 요건을 모두 갖추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등록 요건을 충족한 오토캠핑장은 전국에 21개소(지난해 말 기준)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시장이 커짐에 따라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도 캠핑업계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이 발표한 <2013년 4분기 캠핑산업 경기실사지수>에 따르면 캠핑산업 종합 전망 BSI는 77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캠핑산업 경기실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을 상회하면 경기호전 및 매출증가, 100을 하회하면 경기악화 및 매출 감소로 본다.
업계는 ‘경쟁심화(36.1%)’를 가장 큰 애로점으로 꼽았다.
심형석 캠핑아웃도어진흥원 원장은 “캠핑산업은 경기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지만, 현재는 이러한 대외 경제적 요인보다는 대내적인 경쟁심화에 따른 매출액 감소와 수익률 저하를 더 큰 애 로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캠핑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시장참가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시적인 조정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미영 기자 l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