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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COVER STORY | 스마트시티가 온다1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스마트 열풍이 가전·통신기기를 넘어 자동차, 주택으로 번지더니 이젠 아예 도시 전체를 의미하는 말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한때 세계는 ‘U-City’를 꿈꿨다. 도시의 모든 인프라가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스마트시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U-시티의 하드 인프라 뿐만 아니라 교육, 경제 등과 같은 소프트 인프라까지 구현되는 도시다. 현실로 다가온 ‘똑똑한 도시’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 글 l 이신덕 기자 oponce@gfeo.or.kr


 

도시, ‘지능’을 입다
ICT와 환경 결합한 ‘휴먼시티’ 목표
전 세계 130개 도시, 국내 36개 지자체 52개 지구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추진


 

지난 9월 2일, 영국의 BBC 방송은 인천 송도를 다룬 기획 기사를 방영했다. 주제는 ‘미래의 도시 : 송도는 얼마만큼 스마트한 도시인가’였다. 방송에서 소개한 주요 내용은 ‘송도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과 ‘채드윅국제학교’다. 송도 생활 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은 폐기물 수집운반차량이 거리를 다니는 대신 각 가정과 부엌에서 지하관로를 통해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를 이용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 채드윅 국제학교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본교와 화상대화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 BBC의 이 기획기사는 ‘미래도시’란 주제의 시리즈 기획물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송도가 선정됐다.

주목 받는 스마트시티 ‘송도’
송도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스마트시티(Smart City)’다. 대규모 무선인터넷 환경이 구축돼 있는 송도는 이미 지난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에서 ‘스마트 스페이스(Smart Space)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IBM이 개발한 ‘셀라돈 (Celadon) 위치 인식 플랫폼’에 기반해 구현된 스마트 스페이스 서비스는, 사용자의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해 다양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스마트 스페이스 서비스를 하는 ‘투모로우 시티’에 들어서면, 기기가 자동으로 서비스 존을 인식해 문자 및 음성안내, 위치 찾기 서비스, 채팅 및 아바타 서비스, 지능형 버스 정류장 서비스, 원격 교육 서비스, 헬스 매니저 서비스, 지능형 광고판 서비스 등등 다양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의 네트워크 통신회사 시스코는 지난 10월 10일 송도에 ‘GCoE(글로벌센터 오브 엑설런스)’를 개통했다. 스마트시티 솔루션 전시장과 R&D센터의 기능을 겸한 이 센터에서는 스마트시티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스마트시티의 지하철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역사 내 인근 식당을 조회해 메뉴를 검색하고 예약까지 할 수 있다. 또 가상화 환경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내 PC 그대로의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버스정류장의 대형 스크린과 센서는 탑승할 버스의 현재 위치를 알려준다. 만약 버스정류소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류장 시스템이 119에 신고까지 한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춘 가정에서는 의료상담이나 화상교육은 물론, 외국 현지의 교사에게서 언어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인천 송도만큼 스마트시티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부산시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총 1,17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방 재, 환경, 헬스케이 등 도시형 스마트시티 사업과 항만, 관광 등 특화형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U-시티’에서 ‘스마트시티’로
세계의 도시들이 ‘스마트’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때 정보 통신의 발달은 ‘U-시티’ 열풍을 불러 왔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모든 인프라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U-시티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U-시티는 스마트시티로 다시 변신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U-시티와 스마트시티는 어떻게 다를까? 지난 6월, 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내놓은 보고서 에 따르면 ‘U-시티와 스마트시티는 고도의 ICT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형 도시라는 점에서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U-시티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통한 단위 도시의 완결성에 초점이 맞추어진 반면, 스마트시티는 도시내외 커넥티비티(네트워킹, 연결성)와 친환경을 통한 지속가능성 등이 더욱 부각되며, 최근에 ICT 핵심기술로 부상한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빅데이터 분석 및 정보보안 등이 더욱 중요시 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봉문 목원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스마트시티는 기술과 통신 중심의 물적 환경 개선을 통한 첨단도시가 강조되던 U-시티와 다른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으로 접근되어져야 한 다”며 “스마트시티는 단순히 스마트(smart) + 도시(city)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제반 과정을 포함한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시티와 비슷한 개념으로 공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도시를 나타내는 ‘테크노피아’, 네티즌이 중심이 되는 ‘사이버 시티’, 거대도시의 새로운 형태를 의미하는 ‘월드시티’ 등이 있다. 또 전자장치와 그래픽 또는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지만 현실공간의 연장이며 정보의 저장과 전달을 전제로 한 기호와 이미지로 구성된 미디어매체의 도시인 ‘e-시티’도 있다.

메가시티 늘면서 스마트화 필수
스마트시티가 본격화되면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마트시티는 텔레커뮤니케이션 기반시설이 도시의 모든 곳에 생물의 신경망처럼 빠짐없이 연결되어 있다.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든 사무공간이 되고, 모든 공간은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보로 채워져 있다. 도시의 기본 인프라인 교통과 전력, 그리고 방범 등은 스스로 최적의 상태로 유지된다. 전력은 필요한 부분에만 공급되고, 사용하지 않는 곳은 스스로 차단한다. 거리의 가로등은 주변의 상황을 인식해 저절로 켜지고, 신호등은 교통량에 따라 최적의 상태로 운영된다.
도시의 스마트화는 단순히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담겨 있다. 현대의 도시에는 세계인구의 약 절반이 거주하고 있다. 청정기술 시장조사 전문업체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가 올초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40년은 더욱 급격한 도시화와 도시 인구 증가가 진행되어, 2010~2050년 사이 도시 인구는 36억명에서 63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의 인구집중은 필연적으로 빈곤과 슬럼화를 낳고, 오염으로 인한 대규모 환경파괴가 따르게 된다. 지금의 도시들, 특히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불과 100년전만 하더라도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 20곳이 채 되질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무려 450 여개에 이른다. 오는 2025년경이면 전 세계적으로 인구 천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도 37개나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22 개는 아시아권의 도시다.
따라서 도시의 체계적인 관리는 도시의 생존과 경쟁력을 위 해서도 반드시 필요해졌다. 여기에 대응해 떠오른 것이 도시 의 스마트화다.
따라서 지금 세계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정책은 환경을 우선으로 한다. 주요 스마트시티로 떠오르고 있는 네 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나 덴마크의 코펜하겐, 노르웨이의 수 도 오슬로, UAE의 마스다르 등은 이미 그린시티로 잘 알려진 도시들이다.
향후 40년 1조달러 시장으로
부산발전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스마트시티 구축으로 IT융합 산업을 육성> 보고서는 ‘스마트시티는 정보통신기술과 공간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도시로 다양하고 복합적 인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리고 ‘U-시티는 스마트시티로 가는 디딤돌’이라고 정의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대략 130여개 정도다. 내비건트 리서치는 스마티시티 기술과 관련된 시장규모를 2012년 현재 약 61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연 평균 18.6%로 성장해, 오는 2020년에는 202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향후 40년 동안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장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은 송도의 예에서 보듯 IBM, 시스코, GE 등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IBM과 시스코는 자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참여 중이다. 그에 반해 아직 국내기업의 스마트시티 사업 참여는 걸음마 단계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SI 대기업과 KT, LGU+ 등 통신사가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이미 U-시티 개발을 통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경쟁력은 상당한 것으로 평 가받고 있다.
보고서는 ‘스마트시티의 인프라를 이루는 기술들은 교통관리 시스템, 스마트 그리드, 물 관리 시스템, 에너지 효율화시스템 등이 주축이 될 것이며, 세부적으로는 사물통신(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센서 네트워크, 스마트 미터, 스마트 빌딩, 빌딩에너지 관리 시스템(BEMS), 홈에너지 관리 시스템 (HEMS), 스마트 자동차, LED, 유무선 기가급 통신 네트워 크, 정보보안 등이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곳곳 스마트시티 열풍
현재 국내에서 기획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시티의 수는 약 36개 지방자치단체, 52개 지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 졌다. 경기도에만 화성 동탄, 수원 광교, 파주 운정, 용인 흥덕, 성남 판교 등이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 역시 스마트시티 건설에 열심이다. 일본은 탄소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스마트시티를 설계했다. 일본의 스마트시티는 태양열과 바람, 원자력 등의 에너지원을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가정과 기업, 전기자동차 등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중국은 2015년까지 320개의 스마트시티를 건설한다는 목표 아래 3,000억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 1월 90개의 스마트시티 시범구역을 발표한데 이어 8월에는 103곳을 추가로 확정해 발표했다.
공상영화를 통해 접하던 미래도시가 이제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불과 5년 남짓한 시간에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스마트폰과 그에 따른 산업의 확산을 볼 때, 스마트시티 역시 곧 당면한 현실이 될 것이다. 앞장 설 것인지 뒤따를 것인지의 선택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