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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Thinking Economy | 상법 개정안 논란

경영권 침해 VS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하는 것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위해서 당연한 거 아니야! 대주주 마음대로 기업운영 못하게 말이야.”
고 과장이 대기업 규제를 찬성하고 나섰다.
“생각해봐. 대주주의 이사선임권을 제한하면 지배구조 체계에 혼란이 생길 수 있어. 기업 활동에 있어 경영권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외국계 투기 자본이 ‘지분 쪼개기’를 한다고 쳐봐. 2003년 소버린이 SK지분 매입했을 때 SK가 경영권 방어에 1조원을 쓰면서 경영전반이 흔들렸었잖아.”
박 과장은 신중한 입장이다.

대주주 의결권 제한시 경영 혼란
법무부는 지난 7월 17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감사위원회위원 분리선출, 집행임원제·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 대표소송제도, 전자투표제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은 ‘지배주주의 권리’ 를 건드리고 있어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이중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의 내용을 담고 있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부분 개정안이 가장 문제다. 재계는 대주주 입장에서 의결권 3% 제한은 이사선임권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배구조 체계와 경영 전반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감사임원 선임시 2~4대 주주들이 합심해 회사 경영에 간섭하거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상의, 전경련, 경총, 은행연합회 등 19개 경제단체는 지난 8월 22일 상법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상법 개정안이 개별 기업의 경영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지배구조를 받아들이도록 의무화함으로써 해당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지배구조 경제민주화 비(非)대상
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 경영 투명화와 소액주주 보호라는 상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되는 등 기업활동에 많은 위험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감사위원회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에 관한 쟁점과 향후과제’ 보고서를 통해 “지배구조 체계와 경영 전반에 혼란을 가중 시킬 수 있다”며 상법개정안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헌법 119조2항은 경제민주화의 실천수단으로 ‘적정한 소득분배’ ‘경제력 남용의 방지’ ‘경제주체간 조화’를 열거하고 있다”며 “상법 개정의 핵심인 기업지배구조 관련 대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상충 방지는 헌법상 경제민주화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필요
그러나 상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대기업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2009년의 잘못된 개정을 바로 잡는 것”이라며 “이번 개정은 기존 상법의 감사 선출의 취지와도 부합하고 2009년의 잘못된 개정을 바로잡는 것이므로 타당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재벌의 감사위원 임명권 제한과 집중투표제는 경영 투명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최근 정부의 수정 움직임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상법 개정안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여당지도부 차원의 손질에 들어간데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중한 검토를 이야기해 심의 과정에서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현정 기자 l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