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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화제의 기업 | ㈜A.C.E

히타칩 장비분야의 히든 챔피언
1999년 설립, 산업자동화의 블루칩 ‘미세코일확산접합기’ 개발

 


▲㈜A.C.E의 미세코일확산접합기. 이는 히타칩을 이용해 미세코일을 접합하는 새로운 방식의 설비기계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최근 한국에서 가장 ‘핫’한 산업 분야다. 이 두 산업에서 활용되는 자동화 설비 시스템을 개발, 생산하는 기업이 있다. 히타칩을 적용한 미세코일확산접합기를 생산하는 ㈜A.C.E(www.ac-eng.com·대표이사 안현철)가 그곳. 지난 1999년 설립 이후, 남다른 경쟁력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 기업을 찾았다.

위기에서 찾은 기회
"창업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었어요. IMF경제위기 당시,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냥 월급쟁이로 살아가고 있었을 거예요.”
흔히 CEO의 창업 과정을 보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처음부터 사장이 인생의 목표였던 사람과 창업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창업으로 이어진 경우이다. ㈜A.C.E의 안현철(46) 대표이사는 두 번째 케이스에 속한다. 1997년 IMF 경제위기 당시, 안 대표는 5년간 다녔던 직장을 잃었다.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그에게 직장의 부재는 인생에 있어 큰 위기였다.
그는 “전 회사에서 전기제어장치 설비를 담당했어요.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전 직장의 거래처에서 연락이 왔어요. 기계에 문제가 생겼는데 도대체 해 결방법을 모르겠다고 한번 와서 봐달라는 전화였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미 그만둔, 전 직장의 거래처에서 온 전화였다. 바쁘다고 무시하면 그만인 이 전화 한 통이 안 대표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기계를 두고 그 회사의 기계 전문가들이 총출동해서 하루 동안 씨름을 했다고 해요. 그것을 제가 가서 5분 만에 해결을 했더니 다들 놀라더라고요.”
안 대표가 봤을 때 이 문제는 기계 부품을 새로 끼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었던 단순한 문제였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부분에서만 해결방법을 찾던 이들의 눈에는 문제의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기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그 문제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 전체를 보고 판단을 해야 한다는 안 대표의 평소 지론이 힘을 발휘했던 순간이었다. 이를 계기로 기계에 대한 안 대표의 탁월한 감각을 눈여겨 본 거래처의 대표가 안 대표에게 사업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단돈 500만원으로 창업
1999년 8월, 어려운 시절이었다. 아내의 뱃속에는 둘째 아이가 있었다. 안 대표는 주위 지인들의 힘을 빌려 창업자금 500만원을 모았다. 그 돈으로 사무실 한 칸을 얻었다. 그렇게 그는 자동화기계설비기업 A.C.E를 설립했다.
전 직장 거래처에서 창업을 독려할 정도로 안 대표의 실력과 성실성은 이미 업계에서도 인정한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창업 초기부터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창업 이후 몇 년간 회사는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회사가 성장을 멈췄다. 정체기에 돌입한 것이다. 안 대표의 눈에 회사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주문은 밀려들고 일은 바빴지만 정작 남는 건 일의 강도에 비해 많지 않았어요. 전기제어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섰죠. 새로운 아이템이 절실했어요. 그때 우연히, 친구로부터 일본에서 개발한 히타칩(HeaterChip·발열칩) 장비에 대해서 듣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히타칩의 경우 기존 전극을 이용한 용접 방식이 아닌 칩(Chip) 자체의 발열을 통한 열과 압력으로 미세 코일류를 접합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는 근로자의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기존 용접 방식의 단점인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 저하, 높은 불량률을 보완해줄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미세코일확산접합기 개발
처음에는 히타칩 부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부품 영업을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히타칩을 활용한 장비가 고가라는 점이었다. 비싼 가격 때문에 이를 쓰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 그만큼 칩 부품 시장도 크지 않았다.
“장비가 비싸니 이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았어요. 칩 부품만 수입해서 팔려고 했는데 시장 상황을 보니 도저히 수익이 나지 않겠더라고요. 그렇다고 히타칩을 포기하기에는 기술 자체가 가진 매력이 컸어요. 고민 끝에 직접 장비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일본 장비는 비싼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한국의 기업 환경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일본 장비의 경우 하나의 미세코일을 접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1~5초 정도. 생산 속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에서 이를 활용하기에는 사이클 타임이 너무 길었다.
안 대표는 제품을 새롭게 개발하면서 이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히타칩의 장점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한국의 기업 환경에 맞게, 빠른 접합 속도를 겸비한 장비 개발에 돌입했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A.C.E는 자체 기술로 약 0.1초의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미세코일확산접합기 개발에 성공했다.
시스템을 개발하자마자, 이 제품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여기저기 발품을 팔면서 영업에 나섰다. 때마침, 스마트폰을 생산하면서 새로운 자동화 시스템이 필요했던 삼성전기로부터 연락이 왔다.
안 대표는 “삼성 스마트폰 안에 카메라 렌즈와 같이 들어가는 미세코일이 있는데 이를 기존의 용접으로 작업하면 이물질이 생겨서 렌즈의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합 시스템으로 A.C.E의 미세코일 확산접합기가 사용되게 된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에 시스템을 납품하면서 기술의 신뢰성을 높인 A.C.E는 최근 이를 기회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오토포커스 모듈과 마이크로 스피커, DMB 안테나, 진동모터의 미세코일 접합 등에 탁월한 미세코일확산접합기에 국내 기업 뿐 아니라 중국 기업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요. 올해에는 중국 청도와 상해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습니다.”
한 발 앞선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기업 ㈜A.C.E. 히타칩 장비분야의 글로벌 넘버원을 향한 이 기업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미영 기자 l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