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 소재 가방의 원조는 프라다가 아니라 롱샴(LONGCHAMP)이다. 프라다가 이탈리아에서 소매 상점을 운영하던 시절, 롱샴의 나일론 가방을 팔았다. 당시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판매만 했던 프라다는 나일론 가방의 제작을 롱샴에 부탁하기도 했다.
롱샴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다. 광택이 들어간 PVC 소재 천에 가죽 손잡이가 배합된 가방이 롱샴의 간판상품이다. 일명 ‘나일론 폴딩 백(공식명칭 르 플리아주)’으로 불리는 이 가방은 펼쳤을 땐 책 몇 권이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커지지만 가로 세로를 접어 똑딱단추로 잠그면 지폐 한 장 크기로 작아진다. 1993년 롱샴의 필리프 카스그랭 회장이 개발한 ‘나일론 폴딩 백’은 지난 18년간 1,900만개가 팔려나갔다.
나일론 백이 처음 탄생한 것은 1969년. 카키색 PVC 소재 천으로 여행용 가방을 처음 만들어봤는데 가볍고 튼튼해 매우 실용적이었다. 롱샴은 가방의 실용성에 디자인을 더했다. 핫핑크, 바이올렛 등의 원색부터 브라운, 베이지와 같은 내추럴 칼라까지 사용했다. 1971년 파리 오를리 공항에 매장을 내고 여행객들의 공항 쇼핑을 공략한 것이 지금의 롱샴을 있게 만들었다.
세계 100여개국에서 3억2,100만유로(약 5,087억원, 2010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롱샴은 지난 2010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3% 성장했다. 2004년 10월 롱샴 코리아가 설립된 한국은 롱샴 매출액 4위의 큰 시장이다. 프랑스, 미국, 일본, 한국 순이다.
롱샴은 여타 명품기업과 달리 상장기업이 아니다. 가족기업 경영 방식으로 전통적인 가치와 퀄리티, 장인정신을 중시한다. 롱샴은 다른 명품기업들과 달리 중국에서도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고 당당히 밝힌다. 전체 상품의 2/3는 프랑스에서, 나머지 1/3은 튀니지, 모로코, 모리셔스, 중국 등에서 제조한다. 롱샴은 표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정해 현지 인력들이 생산공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 세계 어느 공장에서 만들더라도 동일한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퀄리티를 유지하는데 최대 노력을 기울인다.
롱샴은 2010년부터 수퍼모델 케이스 모스를 디자이너로 영입, ‘케이트 모스 포 롱샴(KATE MOSS FOR LONGCHAMP)’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더 풍부한 컬러와 실용도 높은 사이즈의 가방은 구매자들의 만족감을 높여주고 있다.
요즘 롱샴 매장에서는 ‘나일론 폴딩 백’이 아닌 ‘개츠비(Gatsby)’ 라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09년 가을부터 출시된 롱샴의 개츠비 라인은 192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구성된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모티브로 개발됐다. 소설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당시대의 고전적이면서도 댄디한 감성을 담고 있다. 개츠비 라인은 닥터백 스타일부터 사각형 가방, 긴 끈이 부착된 미니 숄더백, 클러치 백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실용적이면서 우아한 멋을 자랑하는 롱샴의 ‘개츠비’ 라인이 누구나 들고 다니는 ‘나일론 폴딩 백’의 인기를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박현정 기자 phj@gfe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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