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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Issue & Trend | 2014 경제 트렌드

불황의 시대, 경계 무너진 무한경쟁 돌입
3D프린팅·빅데이터 분석기술 활용해 틈새 속 틈새전략 펼쳐야

 



새로운 길을 ‘잘’ 찾아가기 위해서는 지도가 필요하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 속 생존의 길을 찾는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거대한 글로벌 대기업들도 한 순간 발을 헛디디면 추락하는 무한경쟁시대, 새로운 시장에 발맞춰 혁신적인 전략과 탄탄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안내해 줄 지도가 필요하다. 갑오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전략을 준비 중인 기업을 위한 지도, 2014년을 이끌 시장의 흐름과 최근 떠오르는 경제 트렌드를 알아봤다.

틈새 속 틈새시장 공략
2014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아시아개발은행의 3.5%에서 기획재정부의 3.9%까지, 4%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장기화 된 불황에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것, 정말 맘에 드는 것에만 지갑을 연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틈새 속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은 타깃 시장과 소비자를 정확하게 파악해 아주 미세한 시장까지 정밀 타격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 거 남성용 화장품이 틈새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그 안에서도 ‘군인용 화장품’이라는 또 다른 틈새시장이 형성된다. 이처럼 틈새 속 틈새를 찾는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최근 상용화된 빅데이터 분석기술 덕분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그동안 어렴풋하게만 파악할 수 있었던 소비자 개개인의 특화된 니즈를 보다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브랜드마케팅그룹의 이장우 박사는 “얼어붙은 소비 시장에서 작은 틈새를 찾아내는 노력이 많아질 것이고 이곳에서 정체돼 있는 시장의 신사업 계획이 탄생할 것”이라며 “상품과 서비스 안에 의미를 담으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데서 틈새 속 틈새 상품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3D프린팅, 사업기회로 활용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4년 새로 등장한 기술로 ‘스마트머신’과 ‘3D 프린팅’을 꼽았다. 특히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부활의 핵심으로 지목한 ‘3D프린팅’은, 2014년부터 활용범위가 확대되며 제조업 분야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가트너는 2014 년 3D프린터의 전세계 출하량이 기존보다 75%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게다가 3D프린팅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관련 기술이 대중화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된다.
3D프린터 보급이 대중화되면 소비자도 얼마든지 상상력을 발휘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다. 이는 ‘프로슈머(prosumer)’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다. 프로슈머란 생산자(producer) 와 소비자(consumer)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뉴질랜드에 위치한 포노코는 대표적인 프로슈머를 위한 공장이다. 3D프린팅 전문업체인 포노코는 개인이 컴퓨터에서 디자인한 디지털 파일을 클라우드에 올려 놓으면, 이를 적절하게 수정한 후 실제 물건으로 만들어 배송해 준다. 아이디어를 모아 제조업과 연결해 주는 새로운 형태의 제조업의 등장인 셈이다.

이윤과 공익의 공존
사회적 경제 역시 뜨거운 화두다. 이제는 기업이 이윤창출과 함께 사회적 공헌을 더불어 할 때 그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이다. 네덜란드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놀이동산인 ‘블레이브니스파크’, 방글라데시의 빈곤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휴대폰 대여 사업인 ‘그라민폰’ 등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한 성공적인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 2012년 12월, 협동 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금융과 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5명 이상만 모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초창기에는 영세 시민운동가나 농촌 중심으로 설립되던 협동조합이 최근에는 영화·출판·공연 등 전문적인 문화예술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영화나눔협동조합 ‘씨네쿱’은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스스로 선택하고 영화 제작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비자 협동조합이다.

모바일·직구 쇼핑이 대세
유통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으로 모바일· 직구 쇼핑 등이 등장하면서 소비시장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미래정책연구소는 ‘2014년 유통업 전망 보고서’에서 유통업계에 ‘탈국경화’(Borderless), ‘탈장소화’(Everywhere), ‘탈연령화’(Young&Old), ‘탈채널화’(On&Off), ‘탈시장화’(New Markets), ‘탈시간화’(Da y&Night) 등 탈경계화(BEYOND) 소비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간, 공간의 제약 없이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홈플러스는 기존 오프라인 사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자 온라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홈쇼핑, 오픈마켓 등과 직접 경쟁하겠다는 방침이다. 식품 분야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한 상태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은 모바일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다. 기술조직 전체가 모바일을 먼저 고려하면서 서비스와 사용자경험(UX) 개발에 나섰다. 유통업계의 모바일 매출 비중은 50% 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브랜드 제품을 직접 쇼핑하는 ‘직구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서비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오픈마켓 옥션은 구매대행 사이트를 별도로 운영 중이고 소셜커머스 위메프도 배송대행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X)와 제휴를 맺고 저렴한 국내용 카드 연회비로 해외 가맹점 네트워크를 제한 없이 이용 가능한 브랜드를 선보였다.

‘어른아이 40대’ 소비주역
이와 함께 2014년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른 21세기형 중년, ‘철없는 마흔’을 잡기 위한 노력도 뜨겁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교수는 저서인 ‘트렌드코리아 2014’를 통해 한때는 ‘X세대’로 불렸지만 어느새 마흔 줄에 들어선 40대가 그동안 표출하지 못한 욕망과 본능을 소년 감성으로 분출하는 ‘어른아이’로 되살아나 소비 시장과 문화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의 놀이· 미적·문화 본능은 생활 스포츠 분야에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 장난감·로봇·피규어 등 키덜트 산업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이들을 겨냥한 유통업체들의 중년 남성 ‘모시기’ 경쟁도 한층 가열되며 전용 소비 공간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5월 말 문을 연 무역센터점 남성관 ‘현대멘즈’의 고객 연령대별 매출을 최근 분석한 결과 40대의 매출 신장률과 객단가 신장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남성매장 매출과 비교한 40대 남성 매출은 81% 로 현대멘즈 전체의 매출신장률(65%)을 크게 웃돌았다. 40대의 객단가 증가율 역시 48%로 전체 평균인 40%보다 높았다. 30대는 38%, 50대는 35%였다.
김 교수는 “탈권위적 사회와 해외 문화를 경험한 새로운 40대는 소년 같은 감성을 지닌 어른아이들”이라며 “미용, 여가 등 다방면에서 소비의 주역으로 가정과 자아를 중요시하는 이들은 시장의 핵심 계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 l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