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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Issue & Trend | 웨어러블 PC가 온다

입고 쓰고 걸치는 모든 것이 컴퓨터
구글 글래스·갤럭시 기어 선두 주자로… 2017년 시장규모 60억달러 전망


 

 

▲왼쪽부터 구글 글래스, 삼성 갤럭시 기어, 나이키 퓨얼밴드, 오클리 에어웨이브.

지난해 구글은 특별한 안경을 발표했다. 얼핏 SF영화에서 본 듯한 이 안경의 이름은 ‘구글 글래스’, 실체는 다재다능한 컴퓨터다. 사용자들은 이 안경을 통해 길 찾기, 질문하기, 번역서비스, 사진 촬영, 스마트폰으로 메시지 보내기 등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3’를 발표하면서 이와 연동되는 손목시계를 함께 선보였다. ‘갤럭시 기어’로 명명된 이 손목시계는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전화를 받거나 걸 수 있고, 문자메시지, 사진촬영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컴퓨터가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세상의 모든 기기들과 정보들이 하나로 묶이기 시작했고,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만나면서 이 연결은 선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다. 이제 손(手)마저 기기들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 바로 입는 컴퓨터, 웨어러블(wearable) PC 시대의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2014년은 웨이러블 기술의 해가 될 것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1월 초 ‘2014년을 웨어러블 기술의 해가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살짝 맛만 보인 구글의 구글 글래스와 삼성의 갤럭시 기어, 소니의 스마트워치, 애플의 아이워치 등등의 웨어러블 PC들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되고 개선되어 보급되는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웨어러블 PC 개발에 너도나도 뛰어든 글로벌 IT업체들의 움직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심지어 아디다스나 나이키 같은 스포츠 브랜드까지 이 전선에 뛰어들고 있어 웨어러블 PC는 조만간 스마트폰만큼이나 흔하 고 대중적인 기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망은 국내도 다르지 않다. 지난 10월 8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설문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ICT 10대 이슈 중 첫 번째가 ‘웨어러블 컴퓨터 시대의 개막’이었다. 9월에는 KDB대우증권 소속 15명의 애널리스트가 공동으로 ‘IT, 한국의 미래다’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12가지 미래기술을 선정했는데, 이중 1순위로 꼽힌 것이 웨어러블 컴퓨터였다.
관심이 높은 만큼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웹 뉴스 서비스인 뉴스비트는 웨어러블 PC 시장이 매년 50% 이상 성장해 오는 2017년 6,0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고, 시장조사기관인 버그인사이트 역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830만대에 그쳤던 웨어러블 PC 출하량이 2017년 6,4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이 이보다 더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MS리서치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는 2016년 웨어러블 PC 시장이 1억7,100만 대규모로 성장하고 시장 규모는 최소 6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웨덴의 시장조사기관인 비즈니스 인사이드 역시 웨어러블 PC 출하량이 2017년 연간 2억5,000만대에 육박하고 시장은 6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비즈니스 인사이드가 전망한 올해 웨어러블 PC 시장규모는 약 21억달러다.

시계·안경·헬스 등 다양한 상품 쏟아져
선두주자는 스마트워치다. 이 시장은 이미 글로벌 IT 기업 대부분이 뛰어들었다. 지난 9월 삼성이 ‘갤럭시 기어’를 선보였고, 뒤이어 10월 소니는 ‘스마트워치2’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구글은 11월말 ‘젬(Gem)’을 내놓았고, 애플은 내년에 ‘아이워치’ 출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신생 IT기업인 패블도 ‘페블 스마트워치’를 출시했다. LG전자는 최근 국내와 미국에서 스마트워치인 ‘G헬스’를 상표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 글래스 역시 주목 받는 웨어러블 PC의 선두주자다. 대부분 구글 글래스가 이 분야의 최초로 알고 있지만, 실은 지난 2011년 출시된 미국 ‘버전스 연구소의 에피파니 아이웨어(Vergence Labs' Epiphany Eyewear)’가 먼저다. 이 기기는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컴퓨터를 통해 가상의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 탑재돼있고 사진 촬영, 비디오 촬영이 가능하다.
이 분야의 가장 유명한 제품은 단연 구글 글래스. 내년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오클리의 스키 전용 스마트 고글인 ‘에어웨이브’, 신생업체인 글래스업스의 ‘글래스업’, 인피니티 에이알의 ‘스마트 에이알 글래스’, 엡손의 ‘모베리오 BT-100’, 뷰직스의 ‘M100’ 등도 출시됐거나 출시를 기다리는 제품들이다.
건강이나 레저·스포츠 분야의 기업들도 웨어러블 PC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나이키의 ‘퓨얼밴드’. 손목에 팔찌처럼 착용하는 이 기기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하드웨어가 운동량과 신체변화 등을 측정하면 앱으로 관련 정보를 확인한다. 아디다스는 최근 ‘마이코치 스마트런’이라 는 스마트워치를 출시했다. 이 기기는 심박수 측정·GPS·가속도계·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최첨단 기능이 담긴, 러닝에 최적화된 워치다.



해킹·프라이버시 침해 등 숙제도 많아
인텔은 최근 웨어러블 PC용 반도체 프로세서 ‘쿼크(Quark)’를 출시했다. 인텔 역사상 가장 작은 프로세서인 쿼크는 저전력, 초소형으로 웨어러블에 최적화됐다.
아빈드 소다니 인텔캐피털 CEO는 “웨어러블 컴퓨팅 시대가 오고 있다”며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 웨어러블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텔이 이 분야의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 다. 실제로 인텔은 최근 웨어러블 기기로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는 베이시스밴드로 유명한 스타업인 베이시스사에 1,175 만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활화산처럼 불붙기 시작한 웨어러블 PC시장이지만, 숙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 10월 8일 킨텍스에서 열린 ‘IT산업전망 컨퍼런스 2014’에서 정현태 전자부품연구원 UI·UX 연구실장은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능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배터리 발전이 꼭 이뤄져야 한 다”고 밝혔다.
IT전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폰의 보조장치로 남을 것’이라며 ‘실제로 2017년까지 스마트폰을 웨어러블 기기와 태블릿으로 대체할 소비자는 1% 미만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문제는 프라이버시 침해다. 이미 스마트폰은 휴대의 간편성과 촬영 기능으로 인해 많은 프라이버시 침해 사례를 양산하고 있다. 눈에 착용하는 구글 글래스는 시선이 머무는 곳을 그대로 촬영할 수 있다. 촬영 당하는 사람은 전혀 알 수가 없다. 갤럭시 기어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미국 시애틀의 한 술집에서는 구글 글래스 착용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또 웨어러블 PC의 해킹으로 인한 사용자 주변의 모든 정보가 노출될 수도 있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니즈(needs), 기술, 경제성, 규제의 네 가지 측면의 성공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며 “웨어러블 기기의 장점에 기반한 용도를 발굴하고, 대중적인 구매를 촉발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하드웨어를 개발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신덕 기자 l oponce@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