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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Thinking Economy | 시간선택제 일자리

경력단절여성 혜택 vs 정규직 아르바이트(?)


 

“언니, 은행들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 한대. 경력단절 여성들 뽑는다고 하니까 재취업할 수 있을거야. 한번 알아봐.”
고민경 과장이 전업주부 언니에게 말했다.
“그래? 정년보장 되고 복리후생도 정규직이랑 비슷한가? 한시적 고용이라면 불안할거고, 안정적인 채용이 된다고 해도 정규직하고의 차별이 있을 거 같은데….”
언니는 미심쩍어 하는 눈치다.

93만개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박근혜 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 ‘고용율 70% 달성’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내놨다. 정부는 추가로 창출할 일자리 238만개 중 93만개를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시간선 택제 근로자가 하루 4∼6시간 근무하면서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처럼 고용을 보장하고 4대 보험이나 복지제도 등에서 전일제 정규직과 동등한 혜택을 받는 일자리를 말한다.
현재 대기업과 공기업 중심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임금과 사회보험료 등 기업들의 실질적 부담을 덜어주는 다양한 지원을 통해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창출할 경우 80만원 한도에서 임금의 절반을 1년 동안 지원하기 위해 올해 227억원을 투입한다. 또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의 사업주 부담금 전액을 2년간 지원할 방침이다.

안정성 보장된다면 환영
경력단절 여성과 은퇴한 베이비붐세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전업주부인 조윤진(36) 씨는 “출산과 육아로 재취업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통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반색했다. 최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0~11월 여성 가운데 미취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수요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84%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녀 보육·교육(40.6%)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선호의 가장 큰 이유였다.
은퇴자 박봉경(54) 씨는 “3년전 은퇴하면서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하고 경비직을 전전했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확대되면 예전의 경험을 살려 비슷한 일을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중요도가 낮은 업무를 배정받거나 인사상 불이익, 고용 불안 등은 걱정스럽다고 토로한다.

양이 아닌 질적 측면 확대돼야
일자리는 양이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장래성 보장이 어려운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경우 ‘정규직 아르바이트’일 뿐이라고 표현한다. 시간제 비정규직 일자리가 양산되면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 심화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의 노동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가 아무리 ‘반듯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상용제 시간선택제 일자리’라고 포장하더라도 생계를 위해 2개, 3개의 알바를 전전해야만 한다면 그것은 불안하기 그지없는 일자리일 뿐”이라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비정규직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내포한 비정규직일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단순한 고용률 수치를 넘어 일자리의 질과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한 고용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의 투자 증대가 선행돼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l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