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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중국은 지금. 대기오염과의 '전쟁 중'

‘PM 2.5’.

요즘 중국에서 논란거리와 동시에 관심사로 떠오른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봄의 불청객 황사에다 도시내 스모그가 겹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PM 2.5는 미세먼지 기준. 입자 지름 2.5㎛ 이하인 초미세 먼지를 뜻한다. 머리카락 지름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초미세 먼지는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아 폐 기능을 약화시키거나 모세혈관을 통해 심혈관계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PM 2.5 기준의 대기환경 기준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PM 2.5 기준의 대기오염도 측정 기준을 시행할 계획이다.

중국은 1996년 이래 지름 10㎛ 이하인 미세먼지(PM 10)를 기준으로 대기오염을 측정해 발표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중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측정 방식에 대한 논란은 PM 2.5 이란 전문 수치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스모그가 짙게 낀 중국 저우시내의 모습.

 

각 도시마다 PM 2.5 기준 시행 계획

지난해 12월 초 주중 미국대사관은 베이징의 PM 2.5 농도가 522를 기록해 대기가 ‘위험’ 수준이라며 SNS 사이트를 통해 자국민의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미국의 대기오염 측정 기준으로는 PM 2.5가 500을 넘으면 등급조차 매길 수 없다.

베이징 정부는 즉시 반박했다. 베이징시는 PM 10을 기준으로 한 측정치를 발표하고 대기가 조금 오염됐을 뿐이라며 미국대사관의 발표를 깎아 내렸다. 그러면서 안개가 낀 것을 공기오염으로 잘못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시민들은 미국대사관 쪽의 수치를 신뢰했다. 중국의 기준이 실제 오염도를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중국 정부가 자국민 건강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이처럼 정부가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지도부는 특수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을 분노케 했다. 최근 후난성에 있는 공기청정기 제조업체인 브로드 그룹이 밝힌 바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가 모여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 내부에 수 백개의 공기정화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는 중난하이 내 지도부의 주택 내부부터 회의실, 헬스클럽, 그리고 인민대회당 등에 특수 공기정화기가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중국 지도자들이 중난하이 바깥으로 나갈 때도 공기청정기는 필수적으로 지녀야 할 품목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식을 접한 중국인들은 인터넷 상에서 백성들은 불량음식을 먹는 것도 모자라 심하게 오염된 공기를 들이 마시고 있다며 정부에 불만을 터트렸다.

 

 

오토바이를 탄 중국인들이 매연으로 뒤덮인 베이징 시내를 달리고 있다.

 

베이징, 가장 오염된 도시 손꼽혀

실제 최근 베이징뿐 아니라 톈진, 허베이성, 산둥성, 허난성, 장쑤성, 후베이성 등 동남부지역에서 짙은 스모그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베이징에서는 지난해 공기 좋은 날이 줄었다. 베이징시는 지난 11월말까지 대기 질이 가장 좋은 1급 또는 2급인 ‘하늘이 푸른 날’은 261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일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지난해 12월 5일 베이징에서 갖기로 한 중요한 미팅에 늦고 말았다. 주중 미국대사관과 베이징시 정부의 대기오염 수치 발표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던 이날 베이징과 동부 지역에서 스모그 탓에 항공기가 잇달아 결항되면서 김포공항에서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4시간 넘게 묶인 때문이었다. 이날 낮 베이징의 하늘은 회색빛 안개와 스모그로 덮여 저녁처럼 어두컴컴했다. 베이징시 기상대는 전날 오후부터 가시거리는 500m 이하로 내려가자 안개 황색경보를 발령했었다.

1월 말 중국 최고 명절인 춘제(설)부터 2월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진 폭죽놀이로 미세먼지 농도는 급증했다. 이어 3월과 4월에는 봄철 황사가 예년에 비해 거세지는 않았지만 짙은 스모그 현상이 자주 나타났다. 베이징에서는 4월 21일 비가 내린 다음 날에도 며칠 째 스모그가 시를 뒤덮었다. 도심에서 가시거리는 500m 정도에 그쳤다. 베이징시 당국이 가끔 물을 사용해 도로 먼지를 청소하는 차량을 돌리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4월 중순 베이징 시내에서 만난 한국 단체 관광객들은 “비행기가 베이징 상공에 들어섰을 때 짙은 황갈색의 먼지 구름띠가 선명하게 보였다”며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상주인구 2,000만명을 넘긴 베이징의 시민들은 올 봄에 극심한 황사가 아직 몰아치지 않은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다. 실내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두려 해도 먼지가 들어 올 것을 걱정해 그냥 넘어갈 때가 많다. 시민들은 “호흡기 질환이 늘고 있는 것도 무엇보다 미세 먼지, 스모그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겠냐”며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언론매체들도 어린이와 노약자들은 외출을 삼가 달라는 당부를 반복하고 있다.

 

 

중국 대도시에는 최근 환경관련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호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석탄 연료, 자동차 매연, 공장 연기도 원인

중국 도시에서 대기 질이 떨어지는 원인은 우선 주로 안개 등이 자주 끼고 바람이 약해지면서 오염물질이 퍼지지 않고 안개에 섞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씨에만 스모그가 잠시 걷히는 모습이다.

남방 지역에서는 황사 피해를 덜 받는 대신 자동차나 공장, 건설현장, 탄광에서 나온 매연이나 미세먼지 등이 안개에 섞여 가라앉아 스모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창쟝대학 교수와 학생 대표들은 지난해 11월 초 후베이성 징저우구 정부 청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학교 부근 제철공장을 이전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학 부근에 무허가 제철공장이 들어선 뒤 매연과 분진, 소음으로 호흡기 계통 질병에 걸리고 암 환자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징저우구 정부는 최근 이 공장 가동을 잠정 중단시켰다.

석탄 연소도 주요 도시에서 잿빛 날씨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석탄은 중국내 에너지 소비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석탄 소비가 계속 증가하면서 아황산가스와 이산화질소도 늘었다. 겨울철에는 대부분 석탄연료를 이용한 중앙난방을 하는 탓에 공기가 더 탁하다.

대명절인 춘제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지는 폭죽 놀이도 대기오염의 주범이다. 지난 1월 23일 춘제 당일 새벽 폭죽놀이가 절정에 달하면서 베이징의 PM 2.5 농도는 전날의 20㎍/㎥보다 무려 80배 가량 치솟았다고 베이징 시가 밝혔다. 주중 미국대사관이 제공하는 실시간 대기질 정보에 따르면 23일 새벽 1시엔 측정 불가 수준까지 올라갔다.

도시에서 최근 수년 동안 자동차 수가 급증한 것도 스모그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부분 자동차의 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질소가 시내를 뒤덮고 있는 것. 중국의 자동차 보유량은 지난해 8월 사상 처음 1억대를 넘어섰다. 지난 한 해 승합차를 포함한 전체 승용차 판매량은 1,370만대였다. 오는 2015년 한 해 자동차 수요는 1,960만대로 2,0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국가통계국은 내다보고 있다.

더군다나 황사 발생 소식은 요즘도 중국 언론의 단골 뉴스다. 대규모 산림 파괴와 오랜 가뭄 등으로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와 몽골의 사막 면적이 계속 늘고 있어서 황사 빈도는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이로 인해 건강과 산업, 농축산, 교통 등에 걸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中정부, 대기오염 대책 마련에 고심

중국 정부는 그 동안 정확한 미세먼지 수치 발표를 꺼려왔다. 대기오염의 실체가 드러나면 국민의 불신과 비난이 커지고 경제성장과 안정을 위협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측정이 부실하다는 강한 비판 여론에 밀려 결국 지난 1월 베이징을 시작으로 PM 2.5 기준의 대기오염 측정 기준을 도입했다. 베이징시 정부는 1월 21일부터 2환 순환도로 안쪽의 도심지역부터 PM 2.5 기준 측정에 들어갔다. 연말까지 시 전체 지역으로 측정지점을 넓힐 예정이다.

한 달여 만에 광저우와 상하이, 난징, 우시, 선양 등 17개 주요 도시에서도 대기오염 측정 기준을 PM 2.5로 삼았다. 또 3월부터는 항저우를 비롯한 저쟝성 내 일부 도시, 4월부터 톈진시가 PM 2.5를 기준으로 도입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3월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정부업무 보고를 통해 2015년까지 PM 2.5 측정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말 ‘환경공기질량표준(수정안)’을 내놓은 환경보호부의 저우셩셴 부장(장관)은 내년부터 113개 도시로 PM 2.5 기준 측정시스템을 확대하고 2016년부터 전국에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연장선에서 공업정보화부는 ‘제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 기간에 에너지 소비를 21% 줄인다는 목표를 밝혔다. 에너지 소비가 21% 줄어들면 석탄 사용을 6,700만t가량 줄일 수 있다는 추정이다. 중앙 정부는 또 공해배출 산업인 알루미늄제품 생산을 포함한 10개 분야에 대해 공장 폐쇄를 유도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자동차 산업정책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국무원은 4월 18일 자동차 산업을 전기자동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15년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량을 50만대로 늘리고 2020년에는 500만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혀다. 이에 발맞춰 베이징시도 전기자동차를 사면 최고 12만위안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한편, 지난해 부터 실시한 번호판 추첨도 면제해 주기로 했다.

 

경제성장 포기할 수 없어 ‘개선’ 쉽지않아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기 질이 조속히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내륙개발과 경제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국 정부가 여론에 떠 밀려 ‘PM 2.5’를 대기오염 측정 기준으로 세웠지만 이 기준에 도달하기에는 ‘짙은 안개’만큼이나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위쟨화 베이징시 환경보호국 대기환경관리처 처장은 4월 22일 관영 중앙TV에 나와 “현재 우리가 설정해 놓은 8년 간의 목표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모든 오염물질을 30%로 낮춘다 할지라도 베이징의 PM 2.5 수치는 여전히 국가 기준에 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분야 학계‧기관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가 정확한 환경측정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서 저명한 ‘환경 투사’로 불리며 민간 환경단체인 ‘공중환경연구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마쥔 주임은 “무엇보다 정부가 정확한 환경측정 정보를 공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선결 조건이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방정부 가운데 여전히 대기 질 측정방법이나 계산 방법이 잘못된 지역이 있는데다 허위보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환경보호부도 인정했다.

아울러 마쥔 주임은 “중국내 대기업의 환경 관련 행위가 지렛대 효과를 갖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는데, 이는 중소기업들도 대기업과 사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며 대기오염 개선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 대륙이 잿빛 스모그에 갇혀 있는 가운데, 국민들이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갖고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 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글∙사진 ㅣ 온기홍(중국통신원) onkih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