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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중계|제7차 사회경제포럼 ‘최근 사회적 금융 동향’

제7차 사회경제포럼 ‘최근 사회적 금융 동향’
공익 투자 금융 새 패러다임 부상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 “설립 붐 협동조합 자금줄 절실”

 



 ‘윌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지난 2011년 9월, 뉴욕 증권거래소가 위치한 금융 자본주의의 중심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경제 양극화를 규탄하며 1%를 위한 자본주의 체제에 변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反윌가 시위가 열렸다. 미국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금융권의 부패와 무책임을 비판한 이 시위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고통을 받은 99%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해산, 점령시위는 끝이 났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형태로의 시위는 현재 진행형이다. 윌가 점령 시위의 후속 버전이라 할 수 있는 ‘계좌 이동 캠페인(Move your money)’. 메인 스트림이라 불리는 윌가의 대형 금융기관에 맡겨 놓은 돈을 신협과 지역개발금융(CDFI) 등 지역 기반의 사회적 금융기관으로 옮기자는 이 운동은 미국에서만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개인계좌를 이동시키는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냈다.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 절실
지난해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 이후 자본주의의 새로운 대안인 사회적 경제 모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나 혼자 잘 사는’ 무한경쟁 시스템이 아닌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경제 모델. 문제는 이 사회적 경제의 실현을 위해서 는 무엇보다 이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 기존의 자본금융 시스템이 아닌 새로운 금 융 시스템 ‘사회적 금융’이 절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어요. 문제는 이들이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 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1월 31일 경기개발연구원에서 열린 제 7차 사회경제포럼에서 문진수 한 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은 ‘최근 사회적 금융의 동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가치에 투자하는 착한 은행
사회적기업이 제대로 정착하 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금융 기반이 필요하다. 돈벌이보다 윤리와 공익에 투자하는 사회적 금융, 이른바 ‘착한 은행’이 필요한 이유다.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 은행은 사회적 금융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 은행은 태양 광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유 기농, 주택 협동 건설, 소액금융, 예술 기획, 공정무역 등 ‘윤리적 사업’에 집중 투 자한다.
이 은행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에만 투 자를 하면서도 1980년 설립 이후 30년 동안 분기손실을 기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영국의 대표적인 공익 금융기관 채러티 은행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금융이다. 2002년 정식으로 문을 연 이 은 행은 일반 은행처럼 고객들의 예금으로 대출을 해주고 수익을 얻는다. 다만 대출 대상이 취약계층으로 대출 금리는 2% 정도로 낮다. 또 대출을 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재무적인 부분까지 꾸준히 컨설 팅해 준다는 것이 특징. 첫해 60명이던 예금자는 최근 2만5,000명을 넘어섰다.

결과가 아닌 육성에 지원
“영국의 전체 사회적투자 시장은 3,300억원 규모예요. 영국이 이 정도 규모로 사회적 투자 시장을 끌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적투자 시장에 앞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영국의 자선단체와 기부후원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한 해에 무려 70조원이 넘는 돈이 자선단체, 사회적기업들에 지속적으로 모집되고 전달되고 있죠.”
영국은 지난 2000년 시민사회가 노동당 정부에 제안해 ‘사회적투자 태스크포스(SITF)’를 구성, 10년간 사회적금융을 실험하고 운영한 결과를 모아 최종보고서를 냈다. 주목할 점은 그 기간 동안 다양한 사회주체, 민간중간지원기관들과 함께 다양한 기금들을 만들고,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금융을 실험했다는 것.
문 원장은 “한국은 사회적금융이, 미소금융처럼 ‘마이크로크레딧’ 형태만 존재하는데, 영국은 ‘대출, 투자’가 ‘단순 보조금, 기부금’과 혼재해 각각의 사회적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이를 지원하고 있어요. 일례로, 영국은 한국과 달리, 청년소셜벤쳐를 뽑을 때 ‘우수한 팀’에 국한해 뽑지 않죠”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적투자 중간지원기관인 ‘언리미티드(Unltd)’의 경우, 청년소셜벤처들이 오면 각각에게 장시간 컨설팅을 해주고, 로드맵을 다시 그려준다. 그리고 그 계획대로 사업계획을 재구성해 오라며 처음에는 종잣돈을 무상으로 기부해 준다. 그 후 약속을 잘 지켜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올 경우, 조건부 투자금과 기부금을 각각 혼합해 제공해 주는 식이다.

복지의 대안 ‘사회혁신채권’
이외에도 사회적 금융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사회혁신채권’이다. 복지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혁신채권은 비용이 많이 들면서 개선하기 힘든 사회적 문제를 이해당사자가 함께 해결하는 성과 보상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면 노숙인 자립이나 청소년 범죄예방 등을 정부가 예산을 들여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자본의 투자유치를 끌어들여 일정 성과를 나타내면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사회혁신채권의 대표사례로는 영국의 ‘피터버러시 교도소 재수감율 낮추기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피터버리시는 남자 퇴소자들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본 프로젝트를 시행했고 3년간, 3,000명을 대상으로 재범율을 확인했다. 평균 7.5% 이하 일 경우, 채권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평균 기대수익률은 13%로 설정했다. 프로그램 시행 1년 후, 중간평가 성과는 놀라웠다. 정부는 기존 예산 가운데 75% 이상을 절감했고, 재범률은 영국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문 원장은 “사회혁신채권 모델의 최대수혜자는 바로 현장의 사회적기업, 자선단체라고 할 수 있어요. 채권을 통해 평균 4~6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그 다음 수혜자는 정부지자체예요. 그동안 단순 용역, 보조금 사업 등으로 소진하던 예산 가운데 일부만을 채권발행에 지출하고, 나머지 부족분은 민간투자자로부터 조달하기 때문에 예산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원환된 금융지원체계 필요
“사회혁신채권을 포함해, 튼튼한 사회적경제 민관 거버넌스 정착을 위해서는 단기결과중심의 조급한 호흡에서 벗어나, 의제중심, 성과중심 사고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문 원장은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결과가 아닌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 투자하는사회적 금융이 바탕이 돼야 한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혁신기업, 마을공동체기업, 협동조합, 자활공동체 등 사회경제 조직들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개별 조직의 성장단계에 맞는 폭넓고 다원화된 금융지원체계가 필요해요. 그런 측면에서 현재와 같이 단순융자 방식의 자금지원, 영리기업 중심의 보증심사 제도,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규제 장벽 등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 이미영 기자 l misag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