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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경기도 협동조합을 찾아서 | 마돈나 돈가스

“마을을 가꾸는 돈가스 나들터입니다”
문화마을 만드는 대추골 사람들의 ‘젖줄’로 지난해 9월 영업 시작


 

 



‘마돈나 돈가스’란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마돈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미국의 유명 여가수. 헌데 이 가수,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성적 매력을 강조한다.
돈가스집이면 부모가 아이들 데리고 오기 쉬운 곳인데, 조금 이상하다. 왜 굳이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마을을 가꾸는 돈가스 나들터’의 약자예요.”
마돈나 돈가스 정순옥 운영이사의 설명이다. 왜 돈가스집 이름이 ‘마돈나’인지는 알겠다.
그런데 또 이상한 게 있다. 건네주는 명함에는 ‘마돈나 돈가스’ 대신 ‘대추동이 문화마을 만들기’ 부위원장으로 되어 있다.
돈가스집 이름에 왜 ‘마을을 가꾸는’, ‘문화마을’ 등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일까? ‘마을’과 ‘돈가스’는 무슨 관계일까? ‘대추동이’는 또 뭐지….
궁금증이 하나 풀리니 새로운 궁금증이 물밀 듯 밀려온다.
아무래도 좀 더 긴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정 이사의 말을 따라가 보자.
● ‘마돈나 돈가스’의 ‘마돈나’는 ‘마을을 가꾸는 돈가스 나들터’ 의 약자다.
● ‘마돈나 돈가스’는 수원시 장안구 조원1동 마을 만들기 사업 추진단이 사업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만든 사업체다.
● ‘마돈나 돈가스’는 이 추진단 및 마을 사람들의 나들터(쉼터) 성격을 갖는다.
● 조원동은 조선 임금 정조가 비운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이장한 후 제사에 쓸 대추를 심은 곳으로, 이후‘ 대추골’로 불리게 됐다. 동네 이름 ‘조원’도 ‘대추나무(棗) 동산(園)’이란 뜻이다.
● ‘동이’는 ‘아이’을 뜻하는 우리말로, 대추를 의인화한 것이다.
● 이 마을은 2010년 문화를 중심으로 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사업 이름이 ‘대추동이 문화마을 만들기‘이며 그 추진단 이름이 ’대추동이 문화마을 만들기 추진단‘이다.
● 2013년 9월 영업을 시작한 ‘마돈나 돈가스’는 2013년 11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았다.
이렇게 해서 ‘마돈나 돈가스’라는 ‘이름’이 갖는 다른 ‘이름들’ 과의 복잡한 관계가 설명된다. 아, 한 가지 더 있다. 이 마을 만들기 사업 추진단은 조원1동 소재 주민들 20여 명과 조원시장 사람들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며, 마돈나 돈가스도 이 시장 안에 있다. ‘대추동이’도 실은 이 시장의 캐릭터로,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그대로 쓰기로 한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맛도 ‘Good’
규모는 대략 49.5㎡(약 15평)다. 좌석 수는 20여 개. 외형상 일반 돈가스 집과 비교해 큰 특징을 찾기 어렵다. 규모가 조금 작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랄까. 하지만 벽에 붙은 가격표로 눈을 돌리면 바로 마돈나 돈가스의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 1인당 4,900원. 5,000원에 미치지 못한다. 정 이사는 “다른 집에서는 7,000원 정도 한다”고 말한다. 30% 정도 싼 가격이다.
영악한 현대 소비자는 의심이 많다. 싸다고 무조건 좋아 하지 않는다. 품질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돈나 돈가스’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일자리든 서비스든 취약계층을 위하는 데에서 존재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질 낮은 음식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정 이사의 말도 그렇다. “고기도 식용유도 최고급 음식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대추가루와 한약재를 섞어 만든 소스는 대한민국 유일의 최고 소스”라고 자랑한다.
점심시간도 한참 지난 오후 3시. 정 이사는 “맛 한번 보라” 며 굳이 돈가스를 내온다. 보기에는 다른 집 돈가스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맛은 담백하다. 정 이사는 “좋은 식재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스는 어디서고 경험한 적 없는 특이한 맛이 있다. “대추가루에 한약재를 섞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 이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든다. 어떻게 값싸고 질 좋 은 돈가스를 줄 수 있다는 말인가? 돈 벌이에 관심이 없다는 말인가? 정 이사는 기다렸다는 듯 “모두 이사장님 덕”이라고 설명한다. 한 시간 가량 묵묵히 듣기만 하던 김병곤 마돈나 돈가스 이사장(대추동이 문화마을 만들기 추진위원장 겸직)이 짧게 한 마디 한다. “고기는 확실히 보장합니다.”
얘기가 너무 짧았다고 생각했는지 정 이사가 보충설명을 한다. “이사장님이 시장에서 정육점을 하신다”는 것이다. 또 “돈가스집을 낸 이유도 좋은 고기를 싼 값에 받을 수 있는 확실한 선(線)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원가로 고기를 댄다”고 말했다.

원가 최소화로 경쟁력 확보
그러나 싼 값에 좋은 돈가스를 제공할 수 있는 비결은 단지 ‘싸고 좋은 고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 이사는 “원가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걸 또 하나의 비결로 말한다.
무엇보다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저와 점심시간 동안 주방에서 일하는 두 분께 하루 4시간 시급 5,000원 드리는 게 고작”이란다. 하루 인건비 6만원이 다인 것이다. 월 인건비 200만원이 채 안 든다. 지역주민 5명 외에 등재 직원은 3 명이지만 아직 정식 급여는 없다. 부족한 손은 조합원 여러 명의 자원봉사로 메운다.
집세도 없다. “이사장님 건물에 가게를 차린 덕”이란다. “사업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인건비에 자원봉사, 그리고 무료 임대. 이 정도면 좋은 돈가스를, 다른 가게에 비해 30%나 싸게 내 줄 수 있는 ‘비결’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마돈나 돈가스는 싸고 좋은 음식을, 별 이익 없이 주민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차린 것으로 보인다.
“정기적으로 동네 다문화 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 아이들에게 무료급식도 한다”는 설명을 들으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돈나 돈가스는 수익 업체로 만들어진, 조원동 마을 만들기 사업의 ‘젖줄’”이라는 것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은 경험도 역량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만 운영을 하지요. 하지만 돈가스 매출의 80~90%는 배달에서 나옵니다. 내년에는 저녁 시간에도 영업을 할 테고 배달사업도 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손님 1인당 나오는 수익은 적어도 전체적으로는 꽤 쌓이게 되겠지요.”(김병곤 이사장)
정 이사는 한 걸음 더 나간다. “프랜차이즈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싸고 좋은 돈가스를 점심에, 저녁에, 배달에, 프랜차이즈까지로 확대한다? 그렇다면 매출도 수익도 늘어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싸고 좋은 돈가스를 서비스하는 것은 물론 수익도 많이 내서 일자리도 많이 만들 것”이라는 김 이사장의 말은 왜 마돈나 돈가스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꾸며지는지 알게 해 준다.


이재광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l imu@gr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