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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Cover Story - 중소기업 새 활로, 협업과 융합

Cover Story

중소기업 새 활로, 협업과 융합

 

2007년 1월 세상을 바꾼 새로운 제품이 출시됐다. PC 시장에서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려 수명을 다해가던 기업 애플이 만든 ‘아이폰’이었다. 세상은 아이폰 출시 전과 출시 후로 확연히 구분된다. 세상의 모든 일상들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일상부터 달라졌다. 가방 속에 들어 있던 MP3 플레이어, 카메라, 녹음기, 필기도구 등이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됐다. 많은 기업들, 특히 IT기업들은 스마트폰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협업과 융합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으로 기업의 생존 코드로 자리 잡았다. 협업과 융합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IT의 눈부신 발전이 협업과 융합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일깨운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중소기업의 활로는 융합과 협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이신덕 기자 oponce@gfeo.or.kr    
■취재 및 자료 협조|대‧중소기업협력재단, (재)경기테크노파크

 


1.기업의 생존 코드, 협업과 융합
경영효율화신성장동력 추진의 핵심
협업 성공 위해선 기업 간 소통‧사업 추진에 대한 자신감 필요

 

세상이 무섭게 헤쳐 모여를 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존의 사업 분야나 영역은 여지없이 허물어지거나 재편되고 있다. 이전에는 절대로 경쟁관계가 될 수 없었던 분야들이 경쟁을 벌여야하는 사태가 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방송과 통신, 콘텐츠와 미디어가 다른 영역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드웨어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전화기와 카메라는 절대로 경쟁 관계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카메라 없는 스마트폰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서로 다른 영역 혹은 기기 간의 합체는 이제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누가 더 혁신적이고 감성적이며 친 소비자 성향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가 기업의 활로를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IT 분야에만 국한된 현상만은 아니다.

 

강관 회사와 코팅 회사의 협업
㈜영신은 파형강관(CSP)를 생산하는 회사다. 파형강관은 가스관과 수도관이다. 1896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된 파형강관은 미국에서 100년 이상 사용되고 있으며, 미주지역 전체 배수관 수요의 6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는 제품이다. 미국 파형강관협회와 철강학회는 파형강관의 내구성을 100년 이상으로 예측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을 정도다.
미국의 첨단장비와 기술로 파형강관을 제작하는 영신으로서는 당연히 이 제품의 신뢰성을 믿었다. 하지만 실제 땅 속에서는 이러한 신뢰도를 의심하는 현상들이 벌어졌다. 철판과 그 위에 입혀진 폴리에틸렌수지(PE)가 분리되거나 자체 균열이 생긴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정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필름타입의 코팅파형강관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겨울만 되면 배수관이 망가져 다시 공사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는 제품이고 마땅한 대안도 없는 만큼, 이러한 잦은 교체는 오히려 회사입장에서는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상황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신은 70년 이상 견디는 제품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난제가 너무 많았다.
이때 함께 손을 잡은 회사가 코팅을 전문으로 하는 동연이었다. 처음 막막했던 두 회사는 점차 체계적인 협업구도를 만들면서 공동연구와 결과 테스트를 수 없이 반복했다. 그리고 탄생한 것이 ‘Preecoat Pu’라는 우레탄 코팅 파형강관이었다. 말 그대로 100년을 가는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두 회사의 노하우가 집적된 이 제품은 회사의 매출을 두 배로 높여 주었고, 해외 주문까지 쇄도하는 놀라운 성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융합과 협업은 자본력과 이종 기술 확보에 취약한 중소기업에게는 경쟁력 향상에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융합과 협업으로 새로운 생태계 만든 ‘애플’
융합과 협업에 있어 가장 극적인 모델은 애플이다. 혹자는 애플의 아이폰을 두고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저 애플이 개별기기들이 갖고 있는 고유기능을 아이폰 하나로 묶어낸 것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두고 ‘혁신’이라고 부른다. 세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혁신제품을 만들어낸 애플에는 공장이 없다.
애플은 제품을 만들면서 설계와 디자인은 자사에서,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과 조립은 아웃소싱을 통해서 생산하는 국제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애플과 협력하는 회사로는 우리나라의 삼성, LG, 일본 샤프, 재팬 디스플레이, 미국의 인텔과 퀄컴 등 유수의 IT?전자 업체들이 망라되어 있다. 제품을 조립 생산하는 회사도 중국에 있는 대만기업 폭스콘이다.
애플의 협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아이팟에서 사용되는 콘텐츠는 애플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만드는 것이다.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인터넷 상의 소프트웨어 판매 장터를 만들고 많은 소프트웨어 제작자들과 협업관계를 맺었다. 이들이 만들어 올린 제품이 팔리면 그 수익을 나눠 서로 윈-윈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애플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융합과 협업이 만들어냈고, 새로운 생태계를 통해 스스로의 먹거리를 창조했다. 한번 구축된 생태계는 스스로 진화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혁신을 창출해낸다. 그래서 생태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화 시대 혁신 더욱 중요해져
융합은 단순히 두 가지 이상의 기술을 섞는 것이 아니다. 애플의 사례에서처럼 혁신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냈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융합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조준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IT 산업을 중심으로 소위 ‘애플발 충격’이라고 일컬어지는 스마트화의 변혁이 불어 닥치면서 혁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스마트화로 인해 소프트웨어 기술 기반의 UI(User Interface) 및 기능 융합의 급진전. 둘째, 컨버전스를 통한 영역 간 경계가 붕괴되면서 전자기기, 통신서비스, 콘텐츠?미디어,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등 다양한 기업들 간의 전면 경쟁 또는 협력의 불가피. 셋째, 개인화?맞춤화 경향이 심화되면서 기존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대량맞춤화)를 통한 제품?서비스 개발이나 고객 가치 충족 방법으로는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가 힘들어졌다는 점 등이 그가 든 이유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글로벌화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과거보다 더 치열한 중소기업의 역량구축 노력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계 고객의 니즈에 맞는 품질, 세계적 원가와 가격경쟁력을 갖춰 차별화에 노력하고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자본력과 기술력에서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협업과 융합인 것이다.

 

협업과 융합, 긴밀한 보완 관계
협업에 대한 정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진흥법에 보면 ‘여러 개의 기업이 제품 개발, 원자재 구입, 생산, 판매 등에서 각각의 전문적인 역학을 분담하여 상호 보완적으로 제품을 개발?생산?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 또 융합은 산업융합촉진법에 산업융합이라는 개념으로 ‘산업 간, 기술과 산업 간, 기술 간 창의적인 결합과 복합화를 통하여 기존 산업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사회적, 시장적 가치가 있는 산업을 창출하는 활동’으로 정의되어 있다.
최만범 한국산업융합협회 상근부회장은 “협업과 융합은 별도의 구별된 상이한 개념이라기보다는 상호 긴밀한 보완적 기능을 가지며, 서로 잘 결합된다면 기업의 경영효율화를 통한 기업성장과 나아가 신성장동력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섭 ㈜미래경영기술 대표이사는 “협업을 하게 되면 중소기업의 구조적 변화가 촉진되어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력 강화가 예상된다”며 “사업부서?부문, 국가별 사업본부, 기술센터, 영업소, 마케팅, 연구소와 같은 여러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통한 협업을 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고 매력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 더 나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92.8% “융합 필요해”
지난 해 초 산업연구원은 중소기업의 융합 추진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산업연구원이 84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을 분석한 자료다. 여기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92.8%가 기업 간 융합활동의 필요성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융합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는 중소기업은 23.2%에 불과했다.
이 조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융합을 위한 실제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기업들은 융합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으로 중소기업 내부의 인력?자금 등 융합추진 여건 미흡, 융합활동 촉진을 위한 지원제도 미흡, 기업 간 융합화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 미성숙 등을 들었다.
정부는 지난 해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산업융합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산업융합발전기본계획의 수립, 융합신산업 관계법령의 개선권고, 옴부즈맨, 융합신제품의 적합성인증, 융합연구개발 활성화, 연계조직 강화, 융합인력 양성, 중소기업자 등의 산업융합사업 지원, 융합제품 구매자 지원, 산업융합 지원센터 설립, 산업융합표준화, 국제협력과 신시장 진출 촉진, 금융지원 등 각종 지원 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협업과 융합은 선택 아닌 필수
융합과 협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지면서 정부의 지원과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결국 주체가 되는 것은 기업이다. 김상철 포유기업혁신연구센터 대표는 “협업사업이 성공하려면 첫째,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였을 때 소통을 통하여 상호 간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신뢰가 전제 되어야하고, 둘째로 각 협업사업체들이 사업추진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희남 ㈜에이스엔 대표이사는 “융합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서로의 기술을 오픈하는 것”이라며 “기술을 오픈했을 때 뺐기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융합을 더디게 한다”고 밝혔다.
이제 융?복합 제품은 더 이상 신기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중소기업이 그 벽을 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융합과 협업은 그 벽을 넘어 가제 하는 특별한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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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p
P&G 감자칩 ‘프링글스 프린츠’의 비밀

 

미국의 생활용품 제조회사 P&G에서 2004년에 개발한 감자칩 ‘프링글스 프린츠’는 출시 6개월만에 매출 1,000만달러를 돌파한 공전의 히트작이다. 이 감자칩에는 칩마다 빨갛고 파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내용은 일반상식이나 동물상식, 농담 등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제품에는 P&G의 특별한 협업사례가 담겨있다. 당시 P&G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2000년 P&G의 주가는 118달러에서 52달러로 반토막이 난 상태였다. 이를 타계할 새로운 제품이 필요했는데 바로 프링글스 프린츠였다. 문제는 감자칩에 글씨를 새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P&G는 제품개발을 기존 R&D방식에서 C&D(Connect & Develop)방식으로 전환한다. C&D는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그 자원을 내부 R&D역량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감자칩에 글씨를 새기는 기술이 필요했던 P&G의 R&D팀은 필요한 기술 및 아이디어에 대한 요구서를 C&D팀에 제출했다. 이 아이디어 요구서는 C&D팀은 전세계 네트워크 전문가를 통해 필요 아이디어를 탐색했고, 곧 P&G의 유럽네트워크 전문가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한 대학교수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C&D 정보총괄부서에서 이 기술을 보유한 대학교수와 특허 이용 및 기술협업에 대한 게약조건 및 특허권에 대한 협상을 시작했고 계약은 이루어졌다.
P&G는 이탈리아 교수의 기술을 이용해 감자칩 프린트기를 개발했고, 1년 뒤 프링글스 프린츠를 선보였다.
P&G의 성공이 주는 시사점은 필요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외부 자원과 신속하게 연결됐고, 검증된 기술을 사용해 신제품 개발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또 연구개발비용은 줄었지만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는 점과 협업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출처 : KT경제연구소 ‘협업을 이용한 기업의 위기극복 사례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