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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니하오! 차이나 | 대기오염 해소에 골몰

환경분야 대대적 투자 거대시장 열린다

 



스모그로 유명한 베이징 도심 전경. 스모그가 자욱한 모습(위)과 스모그가 걷힌 후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대기오염 문제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더라. 시종일관 서울시의 공기가 어떻게 좋아졌는지에 대해서 물어오더라.”
지난 4월 2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궈진룽(郭金龍)서기를 면담한 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했던 말이다. 박 시장이 서울시와 베이징시의 우호협력 강화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던 당일도 베이징에는 스모그가 뒤덮여 있었다. 당시 베이징시의 PM2.5 수치는 200㎍/㎥에 육박했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PM2.5 기준치인 25㎍/㎥이다. 무려 기준치보다 10배 가까운 미세먼지가 베이징시를 뒤덮고 있었던 셈이다.

중국 전역서 스모그 때문에 몸살
PM2.5는 머리카락 직경의 1/30∼1/200 수준인 직경 2.5㎛(1㎛는 100만분의 1m) 이하 크기의 미세먼지로, 흡입 시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침투해 심장,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스모그가 극심했던 지난 1월 베이징 공기오염도는 PM2.5 수치 500까지 치솟기도 했었다. 지난 1월 베이징에서는 한 달 가운데 5일만이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대기질 2급 수준을 기록했다. 때문에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내외국인은 자신의 휴대폰(스마트폰)에 대기오염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날마다 체크해 마스크를 착용한다든지, 외부활동을 자제한다든지의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웬만한 마스크가 아니면 미세한 입자까지 걸러줄 리 만무하고, 일반인들이 외부활동을 자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스모그현상은 베이징 뿐만 아니라 중국 북부지역 전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극심해진 대기오염 탓에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이 거주하고 있는 베이징에서도 시민들의 불만은 무척 높은 편이다. 때문에 궈진룽 베이징시 서기의 제1순위 관심사 역시 단연 대기정화에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대기정화라는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도 중국 당국자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평균 기대수명 5.5년 단축” 큰 파장
최근에는 중국의 스모그가 시민들의 평균 기대수명을 5.5년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중국 칭화대·베이징대, 이스라엘 헤브루대 연구팀이 중국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중국 북부 지역에 만연한 유독성 스모그가 기대수명을 단축시킬 뿐 아니라 폐암과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발생 비율을 높인다는 내용이었다.
연구에 참여했던 칭화대 경제학과의 리훙빈(李宏斌) 교수는 “장기간의 대기오염이 사람의 건강과 기대수명, 질병유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리 교수는 “정부가 경제성장을 희생하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할 가치가 있다”며 “중국 북부 지역의 기대수명 감소는 이 지역 노동인구가 8분의 1 가량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는 중국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황허(黃河)강을 중심으로 한 북부와 남부 지방 거주민들을 비교 대상으로 했다. 중국의 경우 황허강 북쪽지역은 겨울철 난방 연료로 석탄을 자유롭게 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황허강 이남지역은 겨울철 난방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황허강 북부 지역의 대기오염 정도가 남부보다 훨씬 심하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중국내에 큰 파장을 가져왔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서 이 소식을 광범위하게 퍼날랐다. 한 네티즌은 “사랑하는 조국이지만, 돈을 벌어 이민을 가야겠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정부당국의 부패가 만연해 환경규제가 느슨한 게 원인”이라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평균연령 100세 시대에 접어든 만큼, 5년 더 일찍 세상을 뜬다 한들 무슨 해가 되겠는가”라는 자조석인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도 대기오염 심각성 절감
이에 중국 당국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중국 환경보호부 과학기술표준사 류즈취안(劉志全) 부사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실증이 부족하고 편파적인 것”이라며 “표본이 부족하면 이런 결론은 신뢰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매연에 포함된 중금속과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등이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틀림없지만 수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충분한 근거가 없다”면서 “국제적으로도 이 수치의 계산법에는 많은 논란이 있어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 부사장은 이어 “이 연구는 장기적인 현장 조사와 대량의 표본 조사를 병행해야 한다”면서 “현재 환경보호부는 보건당국인 국가위생·계획생육(가족계획)위원회와 공동으로 오염 피해 범위에 대한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 인민들은 류 부사장의 말보다는 보고서의 결과를 더 신뢰하는 모습니다.
류 부사장이 진행중이라고 소개한 조사연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 관련 보고서’를 발표해 오염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토의 1/4 지역에 스모그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6억명의 인구가 이 영향권 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합리한 산업·에너지 구조가 문제
중국 화베이(華北) 평원, 황허(黃河)지역과 화이허(淮河)지역, 창장(長江) 중하류와 화난(華南) 북부 등지에서 스모그 현상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에서 발생하는 스모그가 영향권이 넓고 지속시간이 길며 오염물질의 농도가 짙은 ‘3대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보고서는 심각한 스모그의 원인으로 중국의 불합리한 산업·에너지 구조와 함께 대기오염 방지 관련 법제시스템의 미비와 기상 여건 등을 꼽았다.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했지만 이는 광범위한 공기, 토양, 수질의 악화를 동반했다. 최근에는 환경오염 문제가 사회적 불안정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중국 정부는 환경법 및 환경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중국 국무원은 더욱 강한 대책을 마련중에 있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상무위원회를 열고 대기오염 예방을 위한 10개 조치사항을 발표했으며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대기오염 방지 행동계획 제정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의 오염방지사 왕타오 처장은 모든 행동계획에 대한 투자규모가 1조7,000억위안(3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로 꼽히는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 배출을 없애기 위한 행동계획에만 약 1,350억위안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올 상반기 환경관련 주식 38% 올라
이같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환경투자 예산은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A주(株) 시장(내국인 전용 주식시장)에서 환경부문 성장률은 38%에 달했다. 또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관계자와 환경부문 인사들은 중국 환경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전국공상연맹환경상회 뤄젠화(駱建華) 비서실장은 “중국 정부는 환경보호 산업을 위해서도 아낌없는 투자를 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간 중국의 환경보호지출 및 환경시설 투자 비용을 늘려 전체 국내생산액(GDP)의 2~3%를 차지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첨단 매연절감 기술과 청정 도시시스템에 목말라하는 중국에 거대한 환경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은 과거 극심한 대기오염을 극복해낸 경험과 기술, 노하우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이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