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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THINKING ECONOMY | ‘속락’ 금값의 진실

경제 상황·투기 수요 따라 등락 예측 불허

 



“금값 계속 오르기만 할 줄 알았는데 요새 많이 떨어지네.”
박 부장이 아내에게 말한다.
“더 떨어지기 전에 돌반지랑 결혼패물이랑 팔아서 애 대학 등록금 마련해 놔야 하지 않을까? ”
박 부장 아내는 마음이 급해진다.
“좀 더 두고 보자고. 신흥국에서는 계속 금을 사들이고 있고, 금값 조작설도 나오고 하잖아. ”
등락을 거듭하는 금값에 박 부장은 머리를 긁적인다.

3년래 최저치 급락, 최대 하락률
지난 6월 26일(현지시간) 뉴욕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이 전날보다 온스당 45.30달러(3.6%) 급락한 1,229.80 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10년 8월 23일 이후 최저치다. 금 가격은 2/4분기에만 23%가량 폭락하며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된 이래 분기 기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6월 바닥을 찍은 뒤 최근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금값이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금값이 1,300달러대로 오르는 등 반등했지만 금광업체들은 일시적인 오름세로 보고 금값 하락의 위험으로부터 수익성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헤징(hedging)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경기침체기에 인기 투자처였지만 최근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많은 투자자들이 금 투자를 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0년여간 상승한 금값의 폭락을 조정 국면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면서 투자자금이 금이 아닌 주식시장과 달러화 강세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미국의 인위적인 조작(?)설 제기
그러나 중국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인민일보 7월 1일자 해외판 기사에서 중국금협회 장빙난(張炳南) 부회장은 “미국은 세계적 금융위기를 촉발시켰으나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이용해 위기를 해외로 전가시켰다”면서 “미국은 정부 주도로 금융자본과 결합해 달러화에 도전할 수 있는 남은 대안인 금의 약세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처럼 세계 각지의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중국 큰엄마’들은 금값이 하락하자 지난 4월 금을 대량 사들여 금값 폭락의 방패막이가 됐다. 그러나 이들은 금값 속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싼 값에 더 많은 금을 사 모을 수 있다고 여긴다. 중국금협회(CGA)에 따르면 중국의 2분기 금 소비는 385.5t을 기록, 1년 새 두배로 증가했다.
조이스 류 필립 퓨처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큰엄마들의 금 수요가 없었더라면 금값은 지금보다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본질 가치 초과한 가격에 거래
금값이 등락을 거듭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채권업체 ‘핌코’의 최고경영자 모하메드 엘에이리언은 FT 기고문을 통해 “금값이 다른 요인에 따라 들쭉날쭉한 것은 가치 평가와 본질 가치가 별개로 움직이는 시장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장과 경제 펀더멘탈 사이에 간극이 생기면서 금은 본질적 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값의 향방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금값 전망을 온스당 1,300달러, 내년은 1,050달러로 각각 제시하고 있다. 반면,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은 “양적완화로 인한 유동성에 비해 아직 인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인플레이션이 오면 금값은 반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정 기자 l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