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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COVER STORY | 21세기 연금술 3D프린팅 3

전문가 기고 l 3D프린팅의 비전과 과제
제조·디자인·판매 생태계 조성해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중요 요소… 창업 비용 낮춰 제조업 진입 쉬워져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3D프린터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사진은 ㈜프로토텍의 시제품 제작실.

3D프린팅 산업에 대한 관심이 최근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행기 엔진, 자동차 부품, 비키니 수영복, 프라모델, 치과용 보철은 물론 인공 혈관과 인공 귀, 총기와 열쇠까지 복제해낼 수 있다.
3D프린팅 산업이 최근 들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생산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의 속성 자체를 변화시키는 혁신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 제조업에서는 새로운 물건을 제조하려면 높은 금형 제작비를 투자해야 하고 제작 기간도 수개월이 소요된다. 따라서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실현시키기 어렵고 소량 생산의 경제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3D프린팅은 빠르고 저렴한 시제품 제작과 맞춤형 소량 생산을 가능하게해 대량 생산의 시대를 대량 맞춤화의 시대로 바꾼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주체, 생산·유통·소비의 방식, 산업의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3D프린팅이 ‘제3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이유다.

작고 민첩한 새로운 제조시장 탄생
3D프린팅은 대규모 제조공장을 대체하는 작고 민첩한 On-demand(온디맨드·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 제조시장을 탄생시킬 것이다. 3D프린터 몇 대로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되는 이 새로운 제조모델을 통해, 소비자는 원하는 물건의 디자인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아 On-demand 제조업체에 제작을 의뢰해 배송된 제품을 가정에서 받아볼 수 있다.
이는 제조업의 공급흐름을 변화시킨다. 지금처럼 제품 종류별로 특화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물류 단계를 거쳐 전 세계 주요 시장으로 배달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시장에 근접한 제조설비가 지어져 국가, 주, 도시 단위의 소비시장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뉴욕, 도쿄 등 주요 도심 및 도시 근교에는 이미 이러한 제조설비가 등장하고 있다. 현재는 취미활동 등의 용도로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소비시장에 가까운 이점을 활용하기 위하여 기존 제조업 체도 참여하면서 폭넓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ICT와 융합돼 신산업 창출
제조업이 ICT(정보통신기술)와 융합되면서 새로운 산업 형태도 창출되고 있다. 음악, 도서, 신문과 같은 미디어 산업이 디지털화로 변혁을 맞이한 것처럼, 3D프린팅은 제조업을 디지털화하여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 생산, 유통, 소비가 가능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3D프린팅과 인터넷을 연계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Thingiverse, Cubify, 3D Warehouse는 3D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이트이며, Quirky는 페이스북에서 Like가 많은 제품을 매주 채택해 3D프린터로 제작을 지원하는 Co-creation 커뮤니티다. 네덜란드의 3D프린팅 통합플랫폼 사업자인 Shapeways는 제품 디자인, 판매, 제조, 배송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한다. 제품 아이디어만 가진 개인들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별도의 투자비용 없이 실제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이 업체는 뉴욕 등 도시 근교에 On-demand 제조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빠른 속도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규모의 경제 법칙이 약해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제조업 벤처 창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 과거에는 자금조달, 생산기술, 유통, 법률문제의 복잡함 때문에 제품 발명가의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공장을 짓거나 외주제작을 할 필요 없이 3D프린터를 구매하거나 임대, 주문제작 하는 방식으로 경제적인 제조가 가능하다.

시제품 제작비용 40~50배 감소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위주의 벤처를 넘어 제조업도 벤처 창업이 용이한 분야로 변화하고 있다. 시제품 제작비용이 40~50배 줄어들면서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제조업 벤처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Kickstarter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커뮤니티도 3D프린팅의 도움으로 수많은 창업자들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3D프린팅은 벤처, 창업가의 창업 초기비용을 감소시켜 제조업에서의 진입장벽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
이는 일자리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3D프린팅 산업에서는 기존의 저임금 제조업 일자리와 달리 고급인력의 수요가 증가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저임금 국가에 집중된 제조업 패권이 선진국으로 회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해외로 나갔던(Offshoring) 기업이 선진국으로 다시 귀환(Reshoring)하고 새로운 하이테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은 정부 차원에서 3D프린팅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전자, 자동차 산업에 3D 제조공정 도입
3D프린팅 산업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큰 기회를 제공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높은 제조업 경쟁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 그리고 우수한 인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3D프린팅 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3D프린팅은 우리나라의 기존 제조산업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혁신의 한계에 도달한 전자, 자동차 산업 등은 3D프린팅 기술을 제조공정에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의 GE, 포드 등의 업체들은 3D프린팅을 통한 혁신을 회사의 중장기 전략목표로 적극 추진 중이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패션,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서도 새로운 시장 발굴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3D프린팅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시장은 ICT 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국내 시장의 한계와 디지털 콘텐츠의 낮은 단가로 고민하는 ICT 산업에 있어, 3D프린팅은 제조업과의 결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장려해야
3D프린팅 산업의 혁신성만큼 이를 준비하기 위한 과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제조업 위주의 성장을 지속해온 우리나라로서는 가장 먼저 3D프린터 제조산업 육성이 떠오를 수 있지만, 이는 3D프린팅으로 인해 생겨나는 산업 파급효과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3D프린터 전 세계 제조시장은 2020년까지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관련 파생서비스와 3D프린팅으로 제작된 생산물의 재판매 시장까지 합하면 그 4~5배의 시장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3D CAD 등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공유, 판매장터 등의 파생 인터넷 사업, 그리고 3D프린팅을 제품 생산에 활용해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면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3D프린팅의 제조, 디자인, 판매를 둘러싼 생태계의 조성은 전체 산업의 활성화에도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