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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급성장한 다이어트 산업, 그 효과는?

아침에 일어나 TV를 켠다. TV광고 속 빨간색 비키니를 입은 여자 연예인이 “날씬한 비키니 몸매, 2주동안 도전하세요”라며 자신의 몸매를 뽐낸다.

출근길 버스 광고판에는 ‘2주 동안 10kg 책임감량’이라는 비만클리닉 문구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회사에 도착해 인터넷에 접속하자 포털사이트 기사 검색 순위에 ‘개그맨 김신영의 15kg 감량 다이어트 비법’이 랭크돼 있다.

TV나 각종 광고물 속 남자 연예인은 하나같이 군살 없는 근육질의 식스팩을 뽐내고 여자 연예인은 여리여리한 허리와 길고 가느다란 다리를 자랑한다.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벌이는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비만에서 벗어나 인생역전에 성공한 일반인들의 성공담이 연신 쏟아져 나온다. 얼짱과 몸짱, 초콜릿 복근, S라인 등 바야흐로 다이어트가 대세다.

95% 여성, 심리적 비만 상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비만 인구는 2006년 29.7%에서 2007년 29.8%, 2008년 32.8%로 증가했다. 체지방 지수 25이상을 비만으로 봤을 때, 2008년 건강검진을 받은 988만명 중 비만인 사람이 324만명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국민 3명 중 1명이 비만 판정을 받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의 평균 비만율인 48.9%보다 낮은 수치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비만율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여기에 객관적으로는 아니지만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비만’까지 더해져 다이어트는 21세기 최대의 화두가 됐다.

한국 여성의 95%는 본인이 뚱뚱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더 마르고 더 날씬한 몸을 갖기 위해 비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에 ‘올인’한다.

영국 런던대학 보건역학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살빼기 노력은 세계 1위다. 살을 빼기 위한 노력은 다이어트 관련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0년 한국의 다이어트 관련 산업은 약 3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20대 직장 여성인 김 모 씨는 지난 1월 한의원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진맥과 체질 분석 후 식욕을 억제하는 침과 한약, 선식 등으로 이뤄진 이 프로그램의 가격은 4주에 60만원. 사회 초년생인 김 씨의 월급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지만 살만 빠진다면 전혀 아깝지 않다.

김 씨는 “굶는 다이어트부터 원푸드 다이어트 등 온갖 다이어트를 다 해봤는데 효과가 없어서 결국 병원을 찾았다”며 “침과 한약이 식욕을 억제하고 지방 분해를 돕는 만큼 빠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국민 다이어트 시대 열려

이러한 다이어트 열풍은 비단 여성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너도나도 식스팩을 과시하면서 남성들도 ‘식스팩 하나쯤 있어야 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서점의 ‘다이어트·미용’ 코너에 가면 남성들을 위한 다이어트 실용 서적이 즐비하다.

지난해 출판된 ‘숀리 다이어트: 8주간의 슈퍼감량’, ‘황싸부's DIET STUDY' 등 전문 트레이너들의 책과 개그맨 박준형, 오지헌, 정종철이 쓴 ‘개그맨즈 헬스’ 등 유명인들의 다이어트 체험기는 여전히 인기다.

30대 직장인 강 모씨는 지난해 12월부터 개인 퍼스널트레이너와 함께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강 씨는 “예전에는 술을 잘 마시고 잘 노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외모가 곧 자기관리의 척도가 되면서 술 마시느라 몸매가 망가진 사람보다 운동과 식단으로 자기 몸매를 관리하는 몸짱이 더 인정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다이어트 열풍은 거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12개 시ㆍ도 청소년 9,8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 청소년 건강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체형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57.6%로, 만족한다(40.7%)는 응답보다 많았다.

또 최근 1년간 다이어트를 시도한 학생은 46.7%나 됐고 정상 체중인데도 자신이 비만이라고 여기는 청소년도 40%에 육박했다.

중학교 3학년인 김아영(15) 양은 160cm에 50kg 정상 체중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과 저녁을 야채와 과일으로 끼니를 떼우며 다이어트 중이다.

김 양은 “초등학교 때 뚱뚱하다고 친구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아서 충격을 받았다”며 “그 후로 먹는 것을 조절해서 살을 뺐는데 아직도 더 살을 빼야 한다”라고 말했다.

쉽게, 빨리 살 빼는 방법 인기

전 국민이 ‘몸 만들기’에 열중하면서 다이어트 방법도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 크게 유행했던 원 푸드 다이어트에서부터 단백질 섭취를 주로 하는 황제 다이어트, 뒤캉 다이어트, 혈액형 다이어트, 마녀 수프 다이어트, 덴마크 다이어트,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 등 알려진 다이어트 수만 해도 무려 2만6,000여 종에 이른다. 지금도 지구 어디에선가 다이어트 비법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 다이어트 법의 유행은 대부분 유명인이나 스타의 성공 사례부터 시작된다. 할리우드 스타인 안젤리나 졸리가 해서 유명해진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 영국의 왕세손 캐서린 미들턴의 뒤캉 다이어트 등 유명인의 다이어트 비법은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간다.

이들 다이어트 비법의 대부분은 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체중을 감량해준다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일주일 동안 레몬수만 마시면 몸에 독소가 빠지고 지방이 분해돼 5~10kg 이상 체중 감량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는 인터넷 쇼핑몰마다 관련 패키지 상품이 판매되는 등 인기가 높다.

다이어트 기능성 식품 매진 행렬

비만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다이어트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홈쇼핑에서는 기능성 다이어트 식품을 판매할 때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0년 CJ오쇼핑은 ‘김소형 본 다이어트’가 2002년 5월 출시 이후 8년 만에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란츠’ 측은 “국내 다이어트 식품의 시장 규모는 약 1조5,000억원 이상으로 매년 1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경제 불황 속에서도 건강과 외모 관리에 효과적인 저칼로리 체중 조절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얘기했다.

‘보다 빠르고 간편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현대인들의 니즈에 맞춰 환으로 정제된 체지방 감소 기능 식품들도 대거 등장했다. 또 몸매를 디자인해 준다는 다이어트 전문점들과 다이어트 도시락 배달사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급성장한 다이어트 산업, 효과는?

점점 커지는 다이어트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날씬한 몸매를 위해 지갑을 열라고 강요한다. 문제는 모든 다이어트 업체들이 성공적이고 획기적인 다이어트 방법이라며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몸무게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다이어트 산업이 말하지 않는 7가지 비밀’의 저자 윌리엄 파크는 고액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필요 없다고 단언한다.

호주 컬틴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600만명의 호주인이 매년 다이어트 상품을 이용하지만 80%가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95%는 12개월 내에 자신의 원래 체중으로 돌아갔다.

파크는 “간편함과 즉각성을 노래하는 다이어트 상품은 이를 끊는 동시에 다시 체중이 원상복귀된다”며 “이런 상품에 의존하기보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며 장기적으로 다이어트 과정을 즐기는 것이 다이어트의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영 강북삼성병원 교수도 “사람마다 식습관과 체질, 수면시간, 흡연 여부 등이 모두 다르다”며 “이 같은 개인 특성을 간과한 채 ‘따라 다이어트’하는 것은 몸을 망치는 행위나 다름없다”라고 경고했다.

Inside- 역사 속 유명인들의 다이어트

끊임없이 다이어트에 목을 메는 스타들의 얘기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에게 매력과 인기를 어필하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감행했던 역사 속 유명인들을 만나보자.

조지 고든 바이런(1788~1824)

'돈 주앙'으로 잘 알려진 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 여성들을 기절시킬 정도로 빼어난 그의 외모는 사실 쉽게 살이 찌는 체질에 맞서 평생 계속했던 다이어트의 산물이었다. 케임브리지대 재학 중이던 1806년, 체중이 88㎏까지 불은 바이런은 살을 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비스킷과 소다수, 식초에 절인 감자만 먹었고, 스웨터를 몇 겹씩 입고 땀을 흘렸다. 그 결과 4년여 뒤인 1811년 몸무게는 57㎏으로 줄었다. 이후 바이런은 해마다 10여 차례 체중을 점검했다. 살이 찐다는 이유로 우유는 입에 대지도 않았고 배고픔을 잊기 위해 시가를 달고 살았다. 1822년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바이런은 2년 뒤 그리스 메솔롱기온에서 36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엘리자베스 폰 비텔스 바흐(1837~98)

시씨(Sissi)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베스 폰 비텔스바흐. 그녀도 19.5인치(49.5㎝)의 잘록한 허리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일 허리 사이즈를 재 기준치를 넘으면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구토제나 관장약 등 약물 복용도 서슴지 않았다.

마리아 칼라스(1923~1977)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프리마돈나였던 마리아 칼라스는 스트레스성 폭식증 탓에 체중이 100kg에 육박했다. 이러한 거대한 몸집은 그녀를 거의 처절할 만큼 엄격한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케이크 종류는 절대로 입에 대지도 않았고, 구운 고기나 익히지 않은 야채를 양념이나 기름을 전혀 치지 않은 채 먹었다.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고 단지 극소량의 와인만 취했으며 디저트류 또한 입에 대지도 않았다. 이동할 때는 혹시나 체중계가 맞지 않을까봐 자신의 체중계를 가지고 다닐 정도였다고. 이런 처절한 다이어트에도 불구하고 내려가지 않았던 칼라스의 체중은 갑자기 불과 2년 사이에 40kg 가까이 줄어들었다. 일부로 촌충을 먹어 체중을 줄였다는 기생충 다이어트가 비법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몸 속의 촌충을 죽였기 때문에 살이 빠졌다는 얘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