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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사회적기업 탐방 | 고양 '공공미술프리즘'

고양 ‘공공미술프리즘’
담장 벽화 등 공공미술로 일자리 창출
2003년 출범, 10년만에 자립·자주·자조 실천하는 협동조합 형태로 발전



 

▲커뮤니티 센터&카페 살롱드프리즘.(왼쪽사진) ▲도서관 등 공공기관의 공간 구성 작업 수행(오른쪽사진)

‘공공미술프리즘’. 이름만 들었을 땐 자원봉사자들이 모여서 공공 장소에 벽화를 그려주는 착한 일을 하는 곳인가 생각된다. 기업이라기보다 문화 예술 활동을 하는 단체 아닐까 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공 공미술프리즘(www.free-zoom.com·대표 유다희)’은 진정한 ‘사회적기업’의 모습을 철저히 담고 있다.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찾기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공공미술’이란 영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리라고는. 시각 디자인, 서양화 등을 전공한 20대 청년 3명이 의기투합해 일을 냈다. 고향 친구들인 이들은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다가 ‘공공미술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창조적인 문화예술 작업을 통해 지역과 공간, 환경, 그리고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의미있겠다 판단했다.
전유라 공공미술프리즘 사무국장은 “많은 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누가 소통하고 있느냐’라고 물었을 때는 답을 듣기 힘들다”며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다 공공미술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활발한 창업 인큐베이터가 없 었던 2003년 공공미술프리즘(이하 프리즘)은 비영리단체로 사업자등록을 냈다. 직원들은 말 그대로 열정과 패기만 가지고 청년창업에 도전한 것이다. 초창기 경제적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창업 2년만에 20만원의 월급을 받기도 했고, 미술 재료비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공공미술 영역 사회에 알리기 시작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2004년 한 기업인의 후원으로 프리즘은 작업실을 얻을 수 있었다. 프리즘의 모토와 비전을 접한 고양시 행신동의 한 기업인이 5년간 자신의 건물 2층을 작업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것이다.
터전을 잡은 프리즘은 2005년 행신동 오픈스튜디오를 열었다. 프리즘은 이곳에서 공공미술을 사회에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일상의 공간을 시민들과 함께 꾸미는 활동이 많아지고 있는데는 프리즘의 역할이 컸다.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쉼터를 새롭게 꾸미고, 동네 간판을 교체하는 작업 등을 공공미술이라 하는데 그간 프리즘의 활동을 통해 공공미술이 대중에 많이 알려졌다.
현재 프리즘은 지역사회와 소통을 통해 공간을 예술로 채워가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지역문화의 모델을 개발하고,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문화교육을 하기도 한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신진예술가를 발굴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버스 프로젝트(왼쪽사진) ▲공방에서 지역아동에게 문화예술교육(오른쪽 사진)

2008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프리즘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것은 2008년 12월이다. 2006년 사회적기업에 대해 알고 난 뒤 2년간 프리즘 직원들간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었고, 직원 100% 동의가 이루어진 시점에 사회적기업을 신청, 인증받은 것이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모든 직원의 동의를 얻어냈으니 프리즘은 협동조합 형태의 사회적기업인 셈이다.
창업 10년을 맞은 프리즘은 현재 8명의 상근 직원이 활동하고 있고, 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되면 25명까지 직원이 늘어난다. 프리즘과 뜻을 같이해 함께 일하고 있는 자원활동가는 200여명이 넘는다.
프리즘의 연매출은 5억원 안팎 수준이다. 직원들은 인턴을 거쳐 정식 채용되면 성과연봉제로 연봉 계약을 한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급여수준이 괜찮단다. 그래서 배고픈 고독한 예술가가 아니라 사회 의식이 있는 전문성을 가진 젊은 예술가들이 프리즘의 문을 두드린다. 프리즘에서 일을 해보면 일의 가치와 보람도 제대로 체득할 수 있다.

전례 없는 다양한 프로젝트 시도
그동안 프리즘은 전에 없는 사업적 시도를 많이도 해왔다. 2005년부터 서울 구로구 수궁동을 가로지르고 있는 마을 방음벽에 지역주민과 함께 5년간 벽화를 그렸다. 2006년에는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신성교통 버스의 시트에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부르릉!작가와 함께 출퇴근 버스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8년 11월에는 충남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 1주년을 맞아 ‘기름이 그린 그림’전을 개최, 사건 사고에 대한 진실한 관심을 갖도록 했다. 2009년에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 지역 어린이와 함께 낙후된 놀이터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 동화 피노키오를 테마로 한 ‘고래 놀이터’를 완성했다. 이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프리즘은 2007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두레나눔상’을, 200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희망대한민국 프로젝트 표창’을 받았다.
프리즘은 10년간 둥지를 틀었던 행신동 작업실을 덕이동로데오아울렛으로 옮겼다. 대기업 아울렛이 들어서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덕이동에 문화예술을 입힐 예정이다. 문화예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시도하는 프리즘의 이번 프로젝트도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헝그리 정신이 성공 비결”
유다희 공공미술프리즘 대표

 

“헝그리 정신이 지금의 프리즘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다희(37) 공공미술프리즘 대표는 각종 지원제도에 기대지 않고 자주, 자조, 자립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 공공미술이라는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프리즘 창업 당시 열정과 패기만 있었다”며 “20만원짜리 난로를 사는데도 사느냐 마느냐를 놓고 일주일 동안 회의를 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유 대표는 “공공미술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필요한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프리즘이 활동할 이유가 충분한 만큼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예술가를 봉사자로 보는 시각을 바로 잡고 싶다”며 “예술가도 가치 있는 예술 작업을 통해 전문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프리즘의 사업을 통해 지역의 문화가 바뀌고, 지역의 삶을 바꾸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며 “예술과 경제가 어우러져 사회 생태계를 바꾸는 일에 프리즘이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l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