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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Thinking Economy | 국민행복기금, 행복할까?

국민행복기금, 행복할까
대출원금 탕감 놓고 형평성 논란

 

 



“아파트 대출 원리금 갚느라고 뼈 빠지게 일하는데, 먹을 거 안 먹고 허리띠 바짝 졸라매고 사는데 이게 뭐야! 왜 남의 빚을 내가 낸 세금으로 갚아줘야 하는 거야! 빚 갚지 말고 나도 계속 연체할 걸 그랬나봐”.
고 과장은 동기 박 과장에게 짜증을 확 낸다.
“진정해. 제도를 시행하다 보면 불가피한 피해자는 있게 마련이야. 100% 평등한 세상은 꿈에서나 있는 거야. 사회구성원들이 어느 정도는 감수하면서 살아야지. 정말 빚에 허덕이면서 재기할 꿈도 못꾸는 그런 사람들 도와준다잖아”.
박 과장은 선비처럼 말을 한다.

가계부채 960조 해결 위한 고육지책
지난 3월 29일 서민들의 채무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국민행복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국민행복기금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채무불이행자의 신용 회복 지원 및 서민의 과다한 채무부담 완화를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지난해 말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가계 부채 960조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국민행복기금이 도입돼 빚 부담에 시달리던 채무자들은 반색을 하고 있지만 성실한 빚 상환자와의 형평성, 도덕적 해이 등의 논란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행복기금은 지난해 8월 이전에 발생한 빚을 갚지 못해 6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들이 지원받을 수 있다. 채무 한도는 1억원 이하고 대상자로 선정되면 조건에 따라 원금은 최대 50%까지 탕감 받을 수 있고 나머지 빚은 10년에 나눠 갚을 수 있다. 채무조정 33만명, 저금리 전환대출(바꿔드림론) 34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금융위원회는 추정하고 있다.

성실 빚 상환자 형평성 불만 높아
정홍원 국무총리는 기금 출범식에서 “자활의지 있는 연체자가 희망을 갖고 재기하게 도우려는 게 박근혜 정부의 핵심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의 선제적인 채무조정을 통해 소득감소와 부채 증가로 연결되는 가계부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서민들에게 미래의 꿈을 찾아주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빚 탕감 정책을 두고 성실히 빚을 갚아온 사람들의 볼멘 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고금리 빚을 10% 안팎의 저금리로 갈아타는 전환대출은 받을 수 있지만 원금 탕감은 안되기 때문이다. 저금리 전환대출 상담자 김모(47)씨는 “연체 안하고 빚 갚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아느냐”며 “빚을 안 갚은 사람들만 탕감해 준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행복기금은 신용이나 소득과 무관하게 부문별한 대출을 해 온 금융기관에 면죄부를 주고, 향후 신용불량자가 될 신규 채무 불이행자 간의 차별 문제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민 채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과제
이와 관련,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도덕적 해이 자체가 금융권에서 빚도 자산이라며 언론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든 프레임”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무분별한 대출행위 규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이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장기연체자들은 상환의지가 있어도 상환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로 엄격한 도덕적 해이 방지장치 하에 채무 조정을 통한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잘 안다”며 “서민층의 과중한 채무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의 문제는 우리 사회 모두의 과제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차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국민행복기금이 상환기일을 늦추거나 이자의 일부만 감면해 주는 것이 아니라 대출받은 원금까지 감면해 준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박현정 기자 l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