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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특별 좌담회 | 협동조합 열풍과 성공 과제

협동조합 열풍과 성공 과제
“지역문제 해결 의한 공동체 의식 절실
장밋빛 기대 금물, 사업성 잘 따져야”

 


 



 □ 일시 : 2013년 5월 15일(수) 오전 11시
 □ 장소 : 수원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 15층 중식당 T원
 □ 패널 : 엄재영 일과나눔 사업본부장
          이재광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광주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 위원
          최민경 성남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준비위원장
 □ 사회 : 손원희 G-Economy21 편집주간


‘협동조합’이 핫이슈다.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전국에 협동조합 설립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법 시행 6개월 만에 1,000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경제민주화 바람과 더불어 재벌개혁의 대안이자 일자리 창출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협동조합’이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AP통신, FC바르셀로나, 알리 안츠생명, 썬키스트, 몬드라곤 등 세계적인 협동조합이 과연 한국에서도 탄생할 수 있을까.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6개월을 맞아 G·economy21은 현재의 협동조합 열풍을 진단하고 성공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회: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 설립 붐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습니다. 이런 협동조합 설립 열풍의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광주 위원(이하 조 위원): 문화역사적 배경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두레, 계(契) 등 공동체 문화가 발달돼 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시장경제가 대기업, 대규모 점포 위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소상공인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이 작용했기 때문이죠.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개인보다는 여럿이 힘을 합칠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들의 기대심리가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설립이 간소화되고 정부나 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열풍을 더 하고 있다고 봅니다.
최민경 위원장(이사 최 위원장): 기본법이 발효되면서 기존 협동 조합에 비해 설립요건이 쉬워졌어요. 5명이 모이면 누구나 어떤 분야에서든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서울 지구촌 협동조합의 경우 외국인근로자들이 만든 협동조합이에요. 한 국가에서 협동조합 시행령이 발효된 지 6개월만에 1,000개가 넘는 협동조합 설립되었다는 것은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사례입니다. 이것은 재벌에 의한 부의 독점, 성과에 대한 차별분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약자들이 생존을 위한 희망의 끈을 잡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재광 연구위원(이하 이 위원): 이번 열풍을 협동조합의 기원과 본질에서 살펴보면, 협동조합 태동기인 19세기 초 시장주의와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서 서민들은 먹고 사는 게 힘들 정도로 일상생활이 파괴됐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생한 게 협동조합이죠.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과당경쟁과 이기심 등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협동조합이 경제위기로 인해 극도로 팽배해진 사회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로 떠오르게 된 것이죠. 이러한 국가와 개인의 기대심리가 지금의 협동조합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엄재영 본부장(이하 엄 본부장): 5월 14일 현재까지 총 1,052개 협동조합이 설립됐고 이 중 일반협동조합 비율이 약 98%에 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사업자협동조합의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이 중 대다수가 15인 이하의 소규모·영세 협동조합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등 영세자영업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면서 이들이 새로운 탈출구로 협동조합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사회: 경제위기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떠오르고 있다는 말씀인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협동조합 열풍을 전 세계적인 상황으로 봐야 하나요?
이 위원: 그렇지는 않습니다. 협동조합의 역사를 보면 1960년대말·7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이 시작됐고 1990년대 들어 위기극복 차원에서 정부와 협동조합의 공동연계가 진행됐습니다. 그만큼 선진국의 협동조합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돼 온 상황이죠. 이에 반해 한국은 그동안 협동조합을 하고 싶어도 8개 개별법에 막혀서 설립조차 쉽지 않았어요. 그렇게 꽁꽁 닫혀 있던 문이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활짝 열린 셈이죠. 그동안 뜨겁게 달궈져 있던 협동조합의 열기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지금과 같은 빅뱅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사회: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협동조합개별법에 근거해 설립된 기존 협동조합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조합에 관여하고 있는 최 위원장님께서 느끼시는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최 위원장: 최근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정부에서 어떤 지원을 해주냐”는 것이에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협동조합은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이며, 직접지원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협동조합을 하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오해’를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원기관의 부재로 인한 혼란도 큽니다. 현재 지역은 그들이 담당해야 할 신규 협동조합의 활성화에 대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요. 또 기존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경제부문과의 협력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협동조합설립의 열기는 금방 식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사회: 협동조합기본법의 경우 시행 초기인 만큼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나 문제점들이 적지 않을 텐데요. 협동조합기본법과 관련해 보완 또는 수정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조 위원: 현재 협동조합의 약점은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자력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협동조합은행이 필요한 상황이죠. 이를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성장해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금융업, 보험업 등 진출할 수 있도록 이를 제한하는 부분을 풀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협동조합이 금융업에 진출해 조합원들의 사업 잉여금이 생기고 적립금이 증가하면 조합원들에게 협동조합 가치를 고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일과나눔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후 주식회사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엄 본부장: 일과나눔은 설립 당시부터 운영형태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돼왔습니다. 그동안 법적근거가 없어서 주식회사로 운영되다가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합법적인 협동조합의 신분을 얻기 위해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죠. 하지만 현재 협동조합 전환에 제동이 걸린 상태입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전환총 회 및 창립총회를 마치고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로부터 ‘주식회사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기본법에 보장되어 있는 내용이 다른 법령 또는 제도상의 문제로 작동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죠. 정확한 이유가 규명되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시급히 해결해야 합니다.

사회: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최 위원장: 기존 협동조합들도 초창기 시절에는 ‘과연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안고 출발했고 이제 막 시작하는 협동조합들도 사업상의 수입창출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생각됩 니다. 벌써 운영에 대한 어려움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문제는 국가와 광역단체가 장려하고, 도깨비 방망이처럼 만들기만 하면 수익이 뚝딱 나오는 것처럼 협동조합을 홍보하는 면도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협동조합 관련 행정 창구의 단일화가 절실합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 기획재정부로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게 저의 주장입니다.



사회: 이제 경기도 협동조합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죠. 경기도의회에서는 협동조합 지원 관련 조례를 만든바 있는데 그 내용은 무엇입니까?
조 의원: 경기도는 올해 2월 25일 ‘경기도 협동조합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협동조합 생태계 조성, ▲타 기업 조직과 경쟁에서 차별받지 않게 제도 개선, ▲사회경제적 조직들 간 협력을 통해 사회적 경제영역 육성, ▲3년마다 협동조합 정책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 ▲민·관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위원회 구성, ▲협동조합지원센터 설치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회: 경기도의 협동조합 지원정책과 관련해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이 위원: 경기도는 적은 인력에도 협동조합 발전을 위해 애를 쓰고 눈에 띄는 성과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동조합 지원 예산과 속도감은 다소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원 예산은 약 3 억원으로 서울시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사업 자체도 늦은 것 같습니다. 발전 방안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향후 예산을 늘리는 것이 중요할테고요. 지원 속도를 높이고 정교한 발전 방안을 구축해야겠지요.
엄 본부장: 협동조합의 경우 새롭게 시행되는 법이고 개념부터 어려운 부분이 많은 만큼 전문 인력 배치가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또 제대로 된 지원을 위한 슈퍼바이저가 필요합니다. 서울의 경우 4개의 상담센터가 있는데 제대로 운영이 안 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운영을 해야 하는 데 물어볼 곳이 없는 상황이죠. 말 그대로 설립절차에 대한 지원만 이뤄지고 있고 그 다음을 위한 운영에 대한 상담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 이후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죠.
최 위원장: 생태계 조성 차원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는 설립 지원과 컨설팅이 대부분인데 협동조합의 운영을 단순히 서류 상담으로 진행할 차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심층적인 맞춤 상담이 가능한 전문 인력 배치 또는 기존 협동조합 간 전문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한 이유죠. 이와 함께 협동조합은 지원받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경제의 성장과 활성화를 위한 상생의 파트너라는 담당부서와 지원기관의 인식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사회: 일각에서는 협동조합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협동조합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엄 본부장: 현재의 열풍을 차분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선한 일’을 한다고 해서 봉사활동을 하는 자선단체와 혼동되어서는 안 됩니다. 협동조합도 기업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생존이 가능한 수익구조가 있어야 하죠.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은 고사하고 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일반기업보다 불리해서는 안 됩니다. 협동조합은 지역에 사는 사람이 지역의 문제도 해결하고 나의 문제도 해결하는 게 목표예요. 이런 고민 없이 설립된 협동조합은 영혼 없는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현재 한국의 협동조합 사업 환경은 굉장히 취약한 상황이에요. 무수히 많이 생기지만 그만큼 무수히 망할 것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적 환경을 포함하여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사회적경제생태계’ 구축이 절실합니다.
이 위원: 저는 우려보다 이 ‘열풍’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2000년 전후 벤처붐이 많은 문제를 일으켰지만 전반적으로는 벤처붐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협동조합이 문을 닫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겠지만 어쨌거나 협동조합의 붐 조성에 일조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협동조합은 압축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문제는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럴 수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라 생각합니다.
조 위원: 실패를 통해 배우기에는 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협동조합을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뛰어드는 취약계층이 많은 만큼 이것마저 실패했을 때의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하죠. 이를 막기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여 주는 것입니다.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위한 기본 인프라 지원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경제에 대한 교육은 ‘자본주의 기업만이 기업이다’라는 교육 위주로만 가르쳐 왔는데 이윤을 남기는 게 목표가 아닌 협동조합이라는 또 다른 시장이 있다는 것을 정부가 알려줘야 합니다.
최 위원장: 협동조합이 사업체로서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실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자발적인 지도자들의 참여와 사업에 대한 기술력과 안목, 성취감을 갖는 쉽고 가능한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민주적인 운영은 조합원수에 관계없이 일상화되어져야 합니다. 모든 권력은 조합원으로부터 나와야 하고, 조합원의 책임과 의무를 설립초기부터 함께 공유하고 실천하지 않는 조합은 머지않아 어려움에 처하고,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의 협동조합과 연대하고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기존 협동조합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입니다.




정리 l 이미영 기자 · 사진 l 김영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