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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초점 | 논란에 휩싸인 명품(?) 광교신도시

논란에 휩싸인 명품(?) 광교신도시
지지부진 개발에 입주민들 “속 터져”
교통·교육 등 기반시설 부족에 에코힐·컨벤션센터 등 랜드마크 건설 난항


 



 

 

▲오는 2015년까지 3만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인 광교신도시. 개발이 지연되면서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광교에 살려면 자가용은 필수예요.”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웰빙타운에 거주하는 이재원 (43) 씨. 서울로 직장을 다니는 그는 최근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 퇴근을 포기했다.
이 씨는 “아침 출근길에 버스를 타는 게 하늘에서 별 따기처럼 어려워요. 집 근처 정류장이 서울로 가는 마지막 정류장인데 이미 이전 정류장에서 승객들로 버스가 꽉 차서 오기 때문에 탈 수가 없죠”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씨는 새벽 일찍 일어나 차가 막히기 전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방법을 택했다. 힘겹게 출근을 하고 나면 이제는 퇴근이 문 제다. 회식이라도 있는 날에는 집에 돌아 갈 방법이 없다. 택시와 대리운전기사들이 ‘광교신도시’ 말만 꺼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 들기 때문.
한 대리운전기사는 “솔직히 광교신도시는 멋모르는 초짜들만 들어와요. 저도 광교에 왔다가 택시도 없고 몇 시간을 걸어서 돌아갔던 기억이 있어서 그 후로 광교신도시 콜은 받지 않아요”라 고 말했다.

기반시설 부족 불만 커
‘판교 아래 광교’, ‘수도권의 마지막 로또’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광교신도시’가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계획보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일부에서는 광교신도시가 명품 신도시에서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광교신도시 개발사업은 지난 2007년 9 월 착공해 2011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총 사업비 9조3,967억원을 들여 추진됐다. 하지만 현재 전체 공정률은 80.5% 에 그치고 있다.
특히, 광교의 ‘삶의 질’과 직결된 대형 사업들은 난항을 거듭하면서 착공도 못하고 멈춘 상태. 지지부진한 개발 속도에 입주민들은 “광교신도시에는 아파트만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전체 43개 블록 중 22개 블록이 입주를 완료한 현재 광교에 입주한 가구 수는 1만6,276가구에 달한다. 올 하반기 4개 블록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1만5,000가구가 더 들어올 계획이다. 하지만 광교신도시의 교통과 학교, 쇼핑 등 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4월 경기도가 발표한 광교신도시입주대표자 접수민원 통계에 따르면 소음대책 수립 등 도로공사와 관련된 민원이 62건 (24.7%)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시내버스 및 광역버스 확충 등 교통 관련 민원 41건(16.3%), 조경공사 민원 36건(14.3%), 학교 관련 민원 25건(9.9%) 순이었다.
광교는 서울과의 접근성 용이를 장점으로 꼽고 있다. 문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2016년 신분당선 노선이 연장되기 전까지 유일한 교통수단인 광역버스 운행대수는 입주 가구 수 대비 극도로 적다. M5115(광교~서울역), M5414(광교 ~강남역) 버스는 각각 8대씩 운행 중이다. 모 운수업체가 국토해 양부로부터 M5115 버스 17대, M5414 14대를 운행하기로 인가받았지만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증차를 늦추고 있다.
부족한 학교도 문제다. 광교신도시 에듀타운에 위치한 신풍초등학교는 원래 30여개 학급으로 개교할 예정이었으나 학생 수가 예상밖으로 많아 42학급으로 늘렸다.
지난해 3월 개교한 다산중은 8학급에서 16학급으로 늘렸고 산의초 역시 1,680명 정원, 48학급으로 인가받았지만 이미 1,263명, 44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 말 이 학교 학군에는 1,338세대의 휴먼시아 2개 단지가 더 입주할 예정이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3월 학급당 인원이 최대 4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학군 내 학교에 배정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말 광교로 이사 온 김모 씨는 “광교의 경우 전세 수요가 많은데 집주인들을 대상으로 학생 수요 예측을 하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바로 집 앞 학교를 두고도 정원 초과 때문에 먼 학교로 배정받은 집이 한두 집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랜드마크 건설 안개 속
에콘힐, 컨벤션센터 등 주요 랜드마크 건설도 난항을 겪고 있다. 컨벤션시티21사업은 토지공급방식을 놓고 수원시와 국토해양부가 2년째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고 광교신도시의 랜드마크 빌딩인 에콘힐은 착공은커녕 사업 계획만 수차례 변경돼 왔다. 에콘힐은 광교신도시 원천호수 진입부 국도 42호선 변 부지(11만7,611㎡)에 사업비 2조1,000억원을 투자해 51~68층 규모 주상복합아파트 5개 동 1,673가구와 20~25층 규모 오피스텔 4개 동(1,700실), 상업용지 내 4~5층 규모 상가시설 건립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사업이 지연되면서 지난 3월 대출채권 막기를 연장한 에콘힐이 6월 말 도래하는 만기에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 오완석 의원은 “에콘힐 사업은 용산개발사업과 유사한 위기에 직면해 사업이 좌초될 상황에 놓였다”며 “제2의 용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도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은 수원컨벤션시티21 사업도 마찬가지다. 국제회의장, 공항 터미널, 전시장, 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컨벤션센터는 토지 매입 단계에서 수원시가 국토부와 갈등을 겪으면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수원시는 토지를 조성원가에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국토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법원에서도 국토부 손을 들어줬다.
상황이 이렇자 에콘힐에 입점하기로 한 현대백화점도 차일피일 계약을 미루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이 컨벤션시티21과 에콘힐에 양다리를 걸치면서, 백화점을 주춧돌 삼아 추진하려 했던 두 가지 대형 사업이 모두 발목이 잡혔다.
에콘힐 측은 컨벤션시티21사업 계획에 포함돼 있는 백화점을 제외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수원시가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는 수원컨벤션시티21지구 내 백화점 입점 제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도는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광교개발이익금을 정산해 수원켄벤션21사업에 증액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수원시와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도의 방침에 광교신도시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첨예하게 맞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도의 방침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당초 수원컨벤션21계획에 백화점 입지를 못박은 게 아니다”며 “에콘힐 사업의 정상추진을 위해선 컨벤션부지의 백화점 입지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주민들은 “에콘힐사업 추진 이전부터 수원시가 컨벤션21사업을 추진해왔고, 용도상 백화점 입지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며 “경기도의 용도제한방침은 잘못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경기도의회 조기 준공 촉구
개발지연에 따른 논란이 커지면서 경기도의회도 광교신도시의 조기 준공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도의회 오완석 의원은 지난 5월 16일 열린 도의회 제278회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도와 수원시, 용인시, 경기도시공사가 2007년 9월 착공한 광교신도시 개발 사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관련기관들은 책임을 지고 조속히 준공될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이어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1년 말까지 도시기반시설을 포함해 모든 것이 완료됐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특히 명품도시라고 홍보하고 지역주민들은 물론 수원시와 경기도민에게 한껏 기대를 갖도록 약속한 컨벤션센터, 경기도청 신청사 등 핵심 사업은 아직 착공도 못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뜨거운 감자였던 광교신도시 경기도청 신청사 건립은 현재 설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재정난을 이유로 보류된 지 7개월 만에 사업이 재개되면서 현재 기본 설계가 끝나고 실시 설계에 들어간 상태. 착공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예정이다.


이미영 기자 l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