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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ISSUE & TREND | 에너지 혁명 일으킬 ‘셰일가스’

에너지 혁명 일으킬 ‘셰일가스’
풍부한 매장량·저렴한 가격 장점 급부상
세계경제 저성장 깰 새 원천 평가… 현재 미국·캐나다만 상용 기술 보유






천연가스보다 최대 30% 이상 저렴할 것으로 기대되는 셰일가스 개발로 세계적인 에너지 혁명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 2~3년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조명 받고 있는 셰일가스는 미국발(發) 붐이 조성되면서 석유 산업이 다시 호황을 맞고 있다. 셰일가스로 인한 글로벌경제 변화는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를 깰 수 있는 성장원천으로 평가되고 있다.

2035년 세계 원유 공급량의 12% 차지할 것
셰일가스는 기존 석탄,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가스 붐은 현재 중국과 폴란드, 아르헨티나 등으로 퍼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취임하면서 셰일자원 개발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았고, 아르헨티나 정부도 최근 국제 자원 기업들과 바카무엘타 지역의 셰일오일 개발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셰일석유를 포함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을 포함, 43개국에 달하며 이들 지역에서 시추할 수 있는 셰일석유의 양은 약 3,450억배럴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석유 비축량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전세계 인구가 앞으로 10년 6개월동안 사용할 만큼의 양이라고 EIA는 밝히고 있다. 국가별로 봤을 때 셰일석유 매장량은 러시아가 750배럴로 가장 많고, 이어 미국(580억배럴)과 중국(320억배럴)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뒤 이어 아르헨티나(270억배럴), 리비아(260억 배럴)가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다국적 회계·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 하우스쿠퍼스(PwC)는 최근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셰일오일 생산량은 현재의 약 10배인 하루 1,400만배럴까지 늘어 세계 원유 공급량의 12%를 차지할 것” 이라며 “셰일오일 생산 증가가 2035년 까지 국제유가를 25~40% 내릴 것”이라 고 전망했다.

1999년 시추기술 개발로 상용화 시동
셰일가스는 탄화수소가 풍부한 셰일층 에서 추출해 낸 가스다. 퇴적암의 일종인 셰일층은 모래와 진흙이 오랫동안 쌓여 단단하게 굳은 암석층이다. 일반적인 천연가스는 생성된 후 지표면 부근으로 이동해 모여 있지만 셰일가스는 단단한 암석층에 갇혀 있는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기존 천연가스보다 지면 아래 깊숙한 곳에 소량씩 넓게 잔류해 있다. 1999년 시추관으로 물·모래·화학약품 혼합액을 고압 분사해 가스를 빼내는 ‘수압파쇄법 (프래킹)’이 발명된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셰일가스는 추출방식이 까다롭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만이 상업적 용도로 추출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17년께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원유 생산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에너지 생산의 중심이 중동과 러시아였다면 미국이 셰일 가스의 개발과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에너지 패권이 미국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셰일가스는 중국(19.3%), 미국·캐나 다(18.9%)에 집중돼 있어 에너지 공급시장에 새로운 헤게모니가 형성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요 산유국인 이란에 미국 등 서방이 제재를 가하기도 쉬워졌다.

가스전 생산량 감소 ‘마른 우물’ 논란도
이처럼 셰일가스는 풍부한 매장량, 저렴한 채굴비용, 높은 가격 경쟁력, 타 자원 대비 청정자원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어 제3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캐나다 지역 셰일가스전 생산량이 개발 2~3년 뒤 가파르게 감소해 셰일가스 가격도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셰일가스 등이 에너지 풍요 시대를 열까’란 보고서를 발표해 셰일가스 논쟁을 촉발한 데이비드 휴즈 전 캐나다 에너지정책 수석위원은 “현재 셰일가스 공급이 늘어나 북미지역에서 천연가스의 가격이 10년 이래 가장 싸졌지만 적어도 2~3년 뒤에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며 “북미지역에서 가스를 채굴하고 있는 6만5,000곳의 생산량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미국과 캐나다 지역 가스전 생산량이 개발 2~3년 뒤 아주 가파르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휴즈는 “셰일가스는 채굴 이후 생산량이 초기 투자비용을 채 회수하기도 전에 급격히 줄어든다”며 “이후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스전 7,000개에 해마다 420억 달러(약 47조원)를 들여야 하기 때문에 천연가스보다 6~7배나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셰일가스 값이 오르면 천연가스 값이 상승하게 되고, 그 다음 원유 값도 영향을 받으면서 에너지 값이 전반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 휴즈의 시나리오다. 반면, 셰일가스 옹호론자 이반 마르틴 보스턴컨설팅 에너지부문 대표는 “셰일가스전의 생산량이 2~3년 뒤 급격히 줄어드는 데 반해 다른 천연가스보다 2배 가량 더 오랜 기간 채굴할 수 있다”며 “셰일가스전 개발 과정에서 원유도 나올 수 있고 에너지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원유 대량 수입하는 한국에 중요
셰일가스 개발을 둘러싼 찬반 논란 가운데서도 전문가들은 메이저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에 셰일가스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대량 수입하는 한국의 경우 에너지를 다원화하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글로벌 에너지 패권의 이동: 중동에서 미주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한 석유, 가스 수출 규제가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에너지 자원을 한국으로 수입하기도 쉬워질 것”이라며 “따라서 현재의 중동 중심 에너지 수입환경에서 벗어나 글로벌 에너지 패권이 이동할 미주의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와 수입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반 마르틴 보스턴컨설팅 에너지부문 대표는 “한국은 셰일가스 채굴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가스 개발에 필요한 장비 등을 개발·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게 더 좋을 듯하다”며 “채굴 장비와 파이프 시장, 가스전 주변에 도로 등 인프라 건설 등에 한국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에서는 셰일가스 개발 붐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셰일혁명이 우리 산업계에 미칠 영향과 정책대응과제’ 연구보고서에서 셰일가스 개발로 국제가스가격이 대폭 낮아지더라도 한국경제는 ▲제조업 생산기반 약화 ▲화학·철강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국내 가스시장의 독점구조 ▲채굴기술 부족에 따른 해외 셰일가스 확보 어려움 등의 4대 요인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부터 셰일가스를 수입할 예정인 한국은 셰일혁명시대를 맞아 해외광구 개척과 함께 셰일가스 기반 석유화학설비에 대한 투자확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생산공정 혁신 등 적극적인 대응책 강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현정 기자 l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