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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Thinking Economy | 시간제 일자리 논란

시간제 일자리 논란
비정규직 확산시켜 양극화 우려
 


“삼성이 ‘시간제 정규직’을 도입한대. 비정규 계약직 직원들을 시간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건데 계약직들 이제 정규직되면 근로조건 좋아지겠다.”
업무 과중으로 이직을 고려하던 고 과장은 부럽다는 듯 얘기한다.
“글쎄. 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이라는 꼬리표는 달겠지만 시간제 정규직이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또 임금, 사회보험 등에 있어 정규직과 차별받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
박 과장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일자리의 38% 시간제로 창출
정부는 6월 4일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했다. 고용률 70% 로드맵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로 현재 64% 수준인 고용률을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일자리 238 만개를 만들되 그중 93만개(38%)를 시간제 일자리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에 따라 기업들은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기존 계약직 직원들을 하루 4시간, 하루 6시간 등 시간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SK텔레콤은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자회사 서비스 에이스와 서비스탑에서 6월부터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여성 근로자를 위해 시간제 정규직을 신설했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와 전일제 일자리 간의 이동이 자유로울 수 있는 근로 환경을 만들고, 여성과 장년층 퇴직자들을 고용시장으로 유인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단순 업무 위계 생길 것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는 정치권은 물론 노·사 모두에게 논란이 되고 있다.
재계는 인건비 급증 및 업무의 전문성·연속성 저해 등을 이유로 냉소적이고, 노동계는 비정규직 확산과 근로조건 악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
2012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간제 노동자는 183만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10.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임시·일용직)이 92.3%(169만명)였으며, 고용이 안정된 상용직은 7.7%(14만명)에 불과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우리 노동시장을 볼 때, 시간제 근로의 선택이 자발적일 수 있고 근로 조건이 악화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혜진 전국불완전노동철폐연대 대표는 “일의 연속성이 없는 단순한 업무만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만들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규직 전일제와 동등한 지위 부여
이 가운데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시간제 일자리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고, 맞벌이 모델로의 전환을 도우며, 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핵심제도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기존 정규직 전일제와 동등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한 양질의 시간제 고용모델을 새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간제 일자리 제도가 발달한 독일, 네덜란드 등은 시간제 근로자들이 임금과 사회보험, 고용보호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 정규직이다. 근로시간 단축 덕에 고용률이 높고, 기업들은 국가보조금 등을 통해 직원들의 해고를 막고 있다.
이와 관련,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네덜란드의 경우 탄탄한 사회 안전망을 바탕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활성화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고용안정 등을 보장하면서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시간제 일자리 창출은 결국 노동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는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설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박현정 기자 l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