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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INSIGHT GYEONGGI | 비전! 경기도 섬유산업



1970년대만 해도 섬유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효자산업’이었다. 1987년 단일업종으로는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가격경쟁력에만 몰두했던 한국 섬유산업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후발국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1990년대 이후 사양의 길에 접어 들었다. 그렇게 사양산업으로 사그라지는 줄 알았던 섬유산업이 최근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다. 니트와 스포츠웨어 등 고품질·고기능성·친환경으로 무장한 한국 섬유가 다시 해외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섬유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경기도가 나섰다. 인프라 구축부터 기술개발, 해외판로 개척 등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섬유산업의 미래를 위해 경기도가 팔을 걷어 부쳤다.



■ 글 l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


‘부활의 찬가’ 울려퍼지다
고품질·고기능성 입고 옛 명성 되찾기
경기도, 지난해 섬유산업육성 종합계획 실행 … 5년 간 6,380여억원 투자

 


‘의식주(衣食住)’. 이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옷과 음식,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 의식주 중 가장 처음에 나오는 의(衣)에 속하는 섬유산업은 인류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 섬유산업이 차지하는 의미는 단순한 산업 그 이상이다. 1950년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지금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섬유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국내 섬유산업은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성장기를 맞았다. 이후 내수중심 산업에서 수출중심 산업으로의 전환이 일어나면서 1970년대 섬유관련 수출액은 13배 증가했고 총수출 내 섬유산업 비중도 꾸준히 30% 이상을 유지하게 됐다.
이러한 급속 성장은 우리나라를 홍콩, 대만과 함께 섬유수출 빅 3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양적 성장 한계에 부딪혀
하지만 1970년대 말 국내 섬유산업의 양적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다. 섬유산업을 둘러싼 국제환경이 바뀌면서 선진국은 자국 섬유산업의 보호 및 재활성화를 위해 개도국에 대한 섬유수입 규제를 강화했다. 여기에 임금, 원자재, 연료가격 상승까지 겹쳐 국내 섬유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갈수록 약화됐다.
1986년 공업발전법에 의해 합리화 업종으로 지정된 직물·염색 가공업은 신규업체 진입금지 및 노후시설 개체자금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입었다. 여기에 때마침 3저현상(국제유가와 국제금리, 엔·달러 환율이 동시에 내려가는 현상)이라는 호조건까지 겹치면서 섬유산업은 1987년, 단일업종으로는 국내 최초로 100억달러 수출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만성적 인력난과 임금상승, 낮은 기술수준, 공급과잉에 따른 업체 간 과다경쟁 등 내부적 요소와 자국 보호를 위한 선진국들의 반덤핑제소 남발 및 후발 개도국들의 급격한 추격 등 외부적 요인이 겹치면서 국내 섬유산업의 발목을 잡았다.

2000년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
1987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100억달러 이상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던 섬유산업은 이후 수출이 줄고 수입은 늘어나면서 무역수지가 급감했다. 2000년 140억달러까지 뛰었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05년 72억달러, 2008년 45억달러로 줄었다.
업체들도 상당수 몰락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한 새한(현 웅진케미칼), 동국무역 등 섬유업체들은 급기야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위기에서 살아남은 섬유업체들은 이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섬유수출구조 내 의류 등 완제품 비중을 줄이고 직물류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등 고부가가치 섬유 산업으로 체질 개선을 꾀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 섬유산업은 의류용과 산업용으로 뚜렷이 양분됐다. 현재 중·저가 의류용 섬유는 후발개도국이, 고가 의류용 섬유 및 산업용 섬유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이 주도해 나가는 실정이다. 이에 섬유산업의 중요성과 성장 잠재력을 인식한 우리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일명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섬유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는 목표 아래 16여 개의 사업을 진행, 5년간 총 6,800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국내 섬유산업은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설비투자, R&D 양성에 따른 고부가제품 수출 확대가 가능해졌고, 2011년에는 총 수출액 159억달러를 달성하며 10년 만에 최고의 성과를 기록 했다. 뒤이은 2012년에는 경기 침체로 어려워진 수출 여건에도 156억달러를 달성하며 세계 시장에 한국 섬유산업의 부활을 확실히 알렸다.

경기북부 중심 대대적 투자 나서
섬유산업의 미래는 고부가가치 신섬유시장의 확대와 함께 점점 더 밝아지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00년 1,965억 달러에 불과했던 세계 신섬유시장 규모가 2015년 5,814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이는 2015년 세계 전체 섬유시장(1조6,821억달러 예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하고 섬유산업 육성을 위해 경기도는 지난 2012년 ‘경기도 섬유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단위사업별로 시행에 착수했다.
종합계획은 한·미 FTA 관세 완전 철폐 시점인 2022년까지 경기도 섬유산업을 세계적 수준의 섬유·패션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2016년까지(5년간) 섬유산업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 지원, 마케팅 지원 등 3대 분야 21개 사업에 총 6,380여억(국비 2,240억원, 도비 560억원, 시·군비 280억원, 민자 3,300억원)원 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주요내용은 섬유산업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섬유종합지원센터 (양주시)’, ‘경기섬유봉제 지식산업센터(동두천시)’, ‘LG패션 복합 단지(양주시)’, ‘경기그린니트연구센터(양주시)’, ‘섬유원자재 수급지원센터(포천시)’과 포천 신평3리, 연천 청산대전, 포천 용정리에 섬유전용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또 섬유 인력양성 및 자금지원 등 섬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에 6,120여 억원을 투자하고, 섬유신소재개발 클러스터 지원, 섬유·가구·피혁 실용화 기술개발사업 지원, 애로기술 지원 등 글로벌 경쟁우 위 제품 개발을 위한 R&D사업에도 90억원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해외마케팅센터 운영, 중소기업 해외전시회 참가 지원, 패션쇼 개최 지원 등 FTA 발효에 따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 판로개척에도 170억원을 지원한다.
경기도 특화사업과 김상환 섬유기반팀장은 “올해 말 ‘섬유종합 지원센터’와 ‘경기섬유봉제 지식산업센터’, ‘섬유원자재 수급지원 센터’ 건립이 모두 완공되는 만큼 섬유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기본 밑그림이 완성된다”며 “경기도 섬유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토대로 중장기 목표와 분야별 맞춤형 전략을 통해도 섬유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섬유산업 미래를 그리다
인프라 구축·기술 R&D로 경쟁력 UP
양주 섬유종합지원센터, 동두천 섬유·봉제지식산업센터 등 올해 말 완공

 


경기도에는 현재 총 1,427개 섬유기업이 운영 중이다. 이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만 3만7,112명에 이른다. 이는 전국 섬유기업 수 대비 23.4%, 전국 근로자수 대비 20.2% 수준이다. 섬유산업이 경기도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도가 섬유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미 FTA 관세 완전 철폐 시점인 2022년까지 경기도 섬유산업을 세계적 수준의 섬유·패션산업으로 육성, 도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게 도의 목표다. 다음은 올해 도가 추진 하고 있는 분야별 섬유산업 지원 정책들이다.


▲경기섬유·봉제 지식산업센터 조감도.

섬유산업 인프라 구축
도는 올해 말 까지 섬유산업 활성화 지원을 위한 섬유종합지원센터, 경기섬유·봉제 지식산업센터, 섬유원자재 수급지원센터 등 섬유산업 기반시설을 준공,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섬유종합지원센터(이하 섬유센터)가 양주시 산북동 일원에 부지 2만㎡, 연면적 1만5,368㎡, 지상 5층, 지하 2층의 규모로 들어선다. 섬유센터는 기획부터 생산, 유통을 연계한 원스톱 지원 업무를 수행해 섬유기업의 마케팅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기북부가 세계적인 섬유(니트)산업의 중심 지로 성장한다는 게 섬유센터의 설립 목적. 총 사업비 494억원 (국비 150억원, 도비 150억원, 시비 194억원)이 투입된 섬유센터는 오는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도는 오는 11월 섬유센터의 개소에 맞춰 경기 섬유디자인 패션쇼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 날 행사에는 도내 섬유기업의 소재를 활용한 유명 디자이너의 초청 패션쇼와 도내 고급 섬유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제품 전시회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경기섬유·봉제 지식산업센터(이하 봉제센터)는 지역 생산기반 인프라 구축으로 섬유·봉제 산업을 육성, 부가가치 창출과 지역 경제발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동두천시에 건립된다.
이를 위해 봉제센터는 지난 2011년 7월 동대문 의류봉제협회 및 LG패션과 입주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외부인력 200명, 봉 제인력 800명 등 약 1,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연간 약 6 억2,200만원의 지방세 유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총 사업비 199억9,000만원(국비 90억원, 도비 45억원, 시비 64.9억원)이 투입되는 센터는 부지 3,933㎡, 연면적 1만6,037㎡, 지상 10 층, 지하 3층 규모로 세워진다. 준공은 오는 12월 예정.
소규모 섬유업체의 원사 등 원자재 공동 구매 및 공급을 담당할 섬유원자재 수급지원센터는 포천시 군내면 용정산업단지 내 들어온다. 섬유업체의 원사 공동구매 및 공동 마케팅을 수행해 섬유기업의 원가 절감을 꾀하고 섬유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게 원자재센터의 설립 목적이다. 총사업비 49억원(국비 10억 5,000만원, 도비 17억5,000만원, 시비 8억4,000만원, 민간부담금 12억6,000만원)가 투입되는 센터는 오는 12월 준공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와 양주시, 포천시가 섬유기업들의 기술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섬유애로기술지원 성과 발표 세미나 현장.

기술경쟁력 강화 위한 연구개발 지원
과거 섬유산업이 저렴한 인건비를 경쟁력으로 성장했다면 미래 섬유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이다. 도는 경기지역 섬유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최신 트렌드의 신소재 공동개발 등 기술 R&D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도는 사업비 6억원을 지원한다.
또 섬유·가구·피혁 등 경기지역 특화산업을 위한 실용화 기술 개발사업도 운영 중이다. 산학연 공동기술개발 방식으로 진행 되는 이 사업은 금년 특화산업 관련 3개 과제(과제당 1억원 이 내, 총사업비의 60% 이내 보조)를 선정해 기술에 필요한 개발비를 지원한다.
올해는 ㈜칼라랜드의 ‘인체무해성분을 이용한 고내구성 자외선 차단 셀룰로스 섬유제품 개발’과 창우섬유의 ‘스팀가공사 기술개발을 활용한 기능성 환편니트 기모소재 및 캐포츠 제품 개발’, ㈜금보산업의 ‘송치원피를 이용한 타이거 라이크 퍼 제조기술개발’이 추진 중이다.
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섬유산업 애로기술지원사업도 기업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섬유기업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제품의 불량원인 규명 등 애로기술 지원을 4명의 섬유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해소해주는 이 사업은 올해 상반기까지 총 341개 기업에 668회 방문해 애로기술지원 215건, 과제발굴 29건의 성과를 올렸다.
염색 가공업체인 대원산업은 이 사업을 통해 공장 침수로 인한 염색기 등 신규설비에 대한 염색 프로그램 점검, 염색 불량원인 분석, 현장 작업자 1:1 교육 등을 지원 받았다.
공장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직접 현장에 방문해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만큼 시간 낭비 없이 일이 처리된다”며 “이를 통해 신규설비 가동이 정상화됐고 이는 불량발생 감소, 작업환경개선, 10%이상 용수절감, 30%이상 에너지 절감으로 이어진 만큼 매출신장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해외 마케팅 활동 지원 강화
섬유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다. 도는 FTA 발효에 따른 섬유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시장 확대,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는 한·미 FTA 및 한·중 FTA에 대비해 지난 2011년 4월 미국 LA를 시작으로 뉴욕, 중국 상해지역에 경기섬유마케팅센터를 운영 중이다.
센터에는 섬유마케팅 경력을 가진 현지 전문인력을 배치, 도내 60여개 섬유업체의 원단샘플을 가지고 라스베가스 매직쇼 등 주요 섬유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해외 바이어와의 직접 상담을 추진하고 있다. 또 상설전시장을 운영해 상시 바이어와의 상담을 통한 수출계약도 알선하고 있다.
특히, 최초로 설립된 LA 경기섬유마케팅센터는 라스베가스 매직쇼 전시회에서 원단업체로는 유일하게 ‘The Source of Inspiration’ TOP 10에 선정되는 등 미국 서부지역 최대 섬유원단 공급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경기섬유마케팅센터는 올 상반기 총 67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달성했다. 도는 하반기에도 섬유패션 종합전시회인 추계 라스베가스 매직쇼 및 상해 인터텍스타일 전시회에 도내 섬유기업의 제품을 가지고 참가대행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도는 해외 유망 전시회에 직접 참여를 원하는 기업들을 위한 지원사업도 운영 중이다. 부스임차료부터 기본장치비, 편도운송비 등 전시 참가비의 50% 한도에서 지원하는 이 사업은 연간 수출실적 1,500만달러 이하 도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5개 해외전시회, 44개 기업을 지원한다.
지난 7월에 열린 뉴욕 텍스월드USA 전시회에 10개 업체를 지원해 818만달러 계약 추진의 성과를 올렸다. 앞으로 지원 예정인 전시회는 오는 9월에 열리는 파리 텍스월드와 10월에 열리는 LA텍스타일 쇼, 중국 상해 인터텍스타일 쇼 등이다.


▲2012 LA텍스타일 쇼’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도내 섬유기업의 원단을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