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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알뜰주유소 확대' 기름값 인하 기폭제 될까?

‘알뜰주유소’ 개점 한 달

기름값 인하 기폭제 될까…글쎄?

2월 중 250개 추가 개점, 알뜰전용 신용카드 할인 서비스까지

용인시 처인구 소재 알뜰주유소 1호점. 지난해 12월 29일 문을 연 후 한 달이 지난 1월 31일 이곳을 찾았다. 또 다시 찾아온 동장군과 평일 오전 시간 때문인지, 개점 초기 ℓ당 100원 저렴한 휘발유를 넣기 위해 밀려드는 손님들과 주유기마다 길게 늘어섰던 차량 행렬은 볼 수 없었다. 기름을 넣기 위해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기다리지 않고 빈 주유기를 찾아 직접 주유를 했다. 이 날 알뜰 주유소의 기름값은 ℓ당 휘발유 1,918원, 경유 1,754원.


알뜰주유소가 알뜰하지 않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에서 기름을 대량으로 싸게 사들이고 휴지, 생수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없애 주변 주유소보다 기름을 ℓ당 최대 100원 싸게 팔겠다는 취지로 만든 신개념 주유소를 말한다.

하지만 개점 후 한 달 사이 알뜰주유소의 기름값 인상폭이 주변 주유소보다 두 배를 넘어서면서 100원 더 싸게 팔겠다며 홍보에 나섰던 알뜰주유소와 인근 일반 주유소 간 가격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

한국석유공사의 가격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월 30일 기준 경동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18원으로 경기 용인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1,982원)보다 64원 저렴했다. 하지만 인근 주유소와 비교했을 때 가격 격차는 거의 나지 않았다. 알뜰주유소 인근 10분 거리에 위치한 제일주유소가 알뜰주유소와 같은 가격인 1,918원에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고 다른 인근 주유소들 간 가격 차이도 20~30원 안팎에 불과했다.

물량소진에 따른 유가 상승세 반영

이렇게 가격 차이가 준 것은 한 달 사이에 알뜰 주유소의 가격 인상 폭이 주변 주유소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알뜰주유소는 휘발유 값을 75원 올렸지만 경기 용인지역 주유소 평균은 47원 올랐다. 경유도 알뜰주유소는 81원을 올렸지만 용인 주유소는 43원 올렸다.

김호영 경동알뜰주유소장은 “전국 주유소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34드럼(1드럼은 200ℓ가량)이지만 알뜰주유소 1호점은 160드럼쯤 된다”며 “판매 물량이 많아 유가 상승기에 다른 주유소보다 국제 유가 상승분이 소비자가격에 빨리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알뜰주유소의 가격인상 논란에 대해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일반주유소의 석유제품판매가격 인상폭이 낮은 이유는 알뜰주유소 석유제품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낮게 형성됨에 따라 가격인상 억제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일반 주유소가 알뜰주유소를 의식해 마진폭을 줄이고 있는 만큼 알뜰주유소가 석유가격의 인상폭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일반주유소 가격인상 억제 효과

지식경제부는 알뜰주유소가 개점하면서 인근 다른 주유소들의 가격은 소폭 상승에 그치거나 오히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1월 30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개점 이후 주유소 간 경쟁과 주유소의 연말확보 재고물량 등으로 인해 일반 주유소의 석유제품판매가격 인상폭은 지난 12월 4주부터 1월 4주까지 ℓ당 38원으로 12월 3주부터 1월 3주까지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폭인 ℓ당 95원에 비해 적었다.

알뜰주유소와 같은 가격으로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는 제일주유소 홍성준 대표는 “유류업계의 경우 연말에 기름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시기가 있다”며 “그 때 확보한 저렴한 기름을 고객들에게 큰 마진 없이 공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어 “ℓ당 20~30원 정도 마진이 남는데 전기세와 주유원 월급을 빼면 결국 현상 유지도 힘든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저렴한 기름값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만큼 박리다매 전략으로 당분간은 이 가격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손님이 직접 기름을 넣어야 하는 알뜰 주유소와 달리 제일주유소는 주유원이 기름을 공급해주고 있었다.


2월 중 알뜰주유소 250개 추가개점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등장한 알뜰주유소는 오는 2월 말까지 서울 1개소를 시작으로 전국에 250여개가 새롭게 문을 여는 등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1월 27일 기준으로 현재 180여개 자영주유소가 알뜰주유소 전환을 신청했고 300여개 농협 NH주유소도 알뜰주유소 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알뜰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 ℓ당 최대 120원까지 할인이 되는 알뜰주유소 전용 신용카드를 2월 중순 출시할 계획이다. 전달에 100만원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ℓ당 120원, 30만~100만원 사용하면 ℓ당 80원을 할인받는다. 1회 주유할 때 최고 10만원, 월 4회 한도다. 또 엔진오일 무료교환, 타이어 점검, 자동차 보험 최고 3만원 할인, 은행거래 수수료 면제 등 부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에서 전용카드로 결제하면 저렴한 판매가격과 추가적인 카드 할인으로 월 20만원 주유 시 1만4,000원 정도의 절약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알뜰주유소 확대와 전용카드 출시로 기름값 인하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주유소 VS 알뜰주유소. 대립 불가피

이러한 알뜰주유소의 확대에 주유소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알뜰주유소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 브랜드주유소 사장은 “17년 동안 주유소를 운영해왔지만 요즘처럼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정유사로부터 공급받는 가격이 있어 가격을 크게 내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알뜰주유소가 생긴 이후 손님이 반 이하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알뜰주유소로 전환을 준비 중인 곳도 있다. 알뜰주유소 인근 B주유소 관계자는 “오는 2월부터 알뜰주유소 전환을 준비 중에 있다”라며 “브랜드주유소는 기름을 공급받는 가격에 한계가 있어 가격을 마음대로 쉽게 내릴 수가 없는 반면 알뜰 주유소의 경우 정부가 저렴한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해 준다고 한 만큼 믿고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알뜰주유소의 확대로 인해 브랜드주유소와 알뜰주유소 간 대립 구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자신들의 상표 주유소 보호를 위해 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에 기름을 팔지 않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알뜰주유소 전환을 준비 중인 한 사장은 “전환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부가 언제까지 기름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유류세와 유통구조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알뜰주유소만 늘려서는 기름값 인하 효과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

●알뜰주유소 휘발유값 추이

개점 첫날

1월 30일

상승폭

알뜰주유소 1호점

1,843원

1,918원

75원

용인지역 평균

1,944원

1,982원

38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