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通

아이폰4S 중국 출시, 애플 횡포에 중국 소비자 뿔났다

중국, 아이폰4S 출시를 둘러싼 씁쓸한 풍경
애플의 ‘기아 마케팅’에 대륙 전체가 떠들썩


“중국의 소비자, 암거래상, 애플이 공동 연출한 2012년 신년 촌극이다.”

지난 1월 13일 중국 대륙에서 공식 출시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4S(iPhone4S)를 둘러싼 소동에 대해 중국 관영 중국청년보 기자의 말이다.

아이폰4S는 지난해 10월 미국 등지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90일 만에 중국 대륙에서 출시됐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애플 아이폰4S 출시를 둘러싸고 좀처럼 보기드문 일들이 일어나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아이폰4S 출시·구매 과정에서는 애플의 마케팅 전략에다 중국 사회의 병폐와 특징 등이 뒤섞이면서 중국사회의 한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3개월 동안 중국판 아이폰4S를 기다려온 ‘애플팬’들의 기대는 순식간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다 팔렸습니다. 제품이 없습니다. 판매를 당분간 중지합니다.” 아이폰4S 출시를 고대해온 중국 대륙 소비자들에게 돌아온 건 이 짤막한 세 마디 말이었다.

특히 1월 13일 국내외 관심을 모았던 중국판 아이폰4S 출시는 ‘광분의 1막’ 공연이었다. 아이폰4S를 소재로 한 공연은 ‘줄서기, 판매 개시, 충돌, 판매 중지, 웃돈거래’로 이어지며 수도 베이징과 최대경제도시 상하이에서 상연됐다.

그러나 중국내 애플 직영점(애플스토어) 5곳 중 하나인 베이징 싼리툰 애플스토어에서는 이 공연이 정작 클라이맥스인 판매 개시에 조차 이르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났다. 원작상 ‘조연’인 암거래상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사재기’를 펼친 때문이다. 이는 아이폰4S의 무기한 판매 중지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당초 ‘주인공 겸 감독’인 애플은 극에 전혀 끼어들지도 못했다.


가짜 ‘애플팬’암거래상 대규모 출현

새해 들어 중국에서는 대대적인 ‘줄서기’가 이어졌다. 한 곳은 기차역. 중국의 연중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앞두고 귀성기차표를 구하려는 행렬이 이어졌다. 줄서기가 펼쳐진 또 다른 한 곳은 바로 애플스토어.

애플은 베이징의 싼리툰(三里屯)점, 시단(西单)점, 상하이의 난징루(南京路)점, 화이하이루(淮海路)점, 푸동(浦东) 등 5개 직영점과 온라인상점을 통해 1월 13일 오전 7시부터 아이폰4S를 판매한다고 예고했다.

그러자 전날 12일 오후부터 각 애플 스토어 앞에는 아이폰4S 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길게 줄을 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각 애플스토어 앞에 모인 구매자가 수 천 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밤을 지샜다. 베이징 동쪽 번화가인 싼리툰의 애플스토어 앞 광장은 구매자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그러자 공안이 출동해 애플스토어 앞에 경계선을 치고 질서유지에 나섰다.

그러나 길게 꼬리를 물고이어진 구매 행렬에는 나이와 옷차림 등으로 봐서 ‘애플팬’이나 일반소비자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중국에서 황소를 뜻하는 ‘황뉴’로 불리는 ‘암거래상’(브로커)이었다.

중국에서도 전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유작인 아이폰4S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적지않았지만 암거래 조직이 아이폰4S를 사재기하려고 일당을 주고 대신 줄을 세운 사람들은 애플팬들의 수보다 훨씬 많았다. 아이폰4 출시때 사재기한 아이폰에 웃돈을 얹어 되팔아 이득을 챙긴 암거래 조직들이 아이폰4S 출시에 맞춰서는 더욱 대규모로 조직적인 구매에 나선 것.

암거래 조직들은 아이폰4S 출시 며칠 전부터 인력시장 등지에서 “하루밤만 서 있으면 100~200위안을 벌 수 있다”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이렇게 해서 암거래 조직이 모은 사람 가운데는 경비, 가사관리·공사, 인력소개 회사에 속한 사람들 외에 농민, 가정부 등이 섞여 있었다.

베이징 시단과 상하이 현지 3곳의 애플스토어는 13일 오전 7시 전후로 일제히 아이폰4S 판매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 애플 직영점이 준비한 초도 물량은 2,000대가량이었다. 이는 밤샘 대기한 사람들의 숫자에 턱없이 못 미치는 물량이었다. 시단애플스토어는 사전 예고한 시간보다 1시간 빠른 오전 6시 아이폰4S 판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에게 아이폰4S를 1인당 2대까지만 살 수 있게 했다. 애플 직영점에서 아이폰4S 판매를 시작한 지 1시간여 만에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전날 오후부터 일찌감치 줄을 선 암거래 조직들은 일반소비자들보다 월등하게 많은 아이폰4S를 구입했다. 반면 밤샘 구매 행렬에 동참했던 많은 애플팬과 일반소비자들은 끝내 빈손이었다.

애플스토어 “아이폰4S 당분간 판매 안해”

베이징 도심 싼리툰 빌리지에 있는 애플스토어에서는 큰 혼란 사태가 발생했다. 싼리툰 직영점 앞에는 시단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암거래상들이 몰렸다. 아이폰4S 판매 개시 전 일부 암거래상들이 새치기를 하면서 질서를 무너뜨렸다. 순식간에 암거래상들 간의 충돌 사태로 번졌다. 애플스토어 밖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애플스토어 경비원은 물론 공안들까지 가세해 질서 유지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극도의 혼란이 빚어지자 애플스토어 경비관계자는 판매 예고 시간이 조금 지난 7시 10분쯤 소비자들을 향해 “오늘은 (아이폰4S를) 판매하지 않으니 모두 돌아가라”고 말했다. 애플이 한 대도 팔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폰4S 판매를 취소한 것.

이에 암거래상뿐 아니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밤을 새가며 기다렸던 일반인들과 애플팬들도 격분하며 항의했다. 일부 암거래상은 애플스토어 유리벽에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암거래상들은 “애플은 사긴꾼이다”, “우리들을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며 헛고생하게 했다”고 외쳤다. 이들의 항의는 시위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일부 암거래상과 애플스토어 경비원 간에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나아가 애플 중국법인은 이날 낮 발표한 성명에서 아이폰4S의 수요가 상상을 뛰어넘어 중국에 있는 애플스토어에서는 품절됐다며 싼리툰 직영점에 모인 많은 사람들과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유감스럽게도 싼리툰 직영점은 영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이징과 상하이의 직영점에서 당분간 아이폰4S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내린 ‘발매 금지령’이었다.

이날 싼리툰 애플스토어에서 만난 한 20대 남성은 “전날 오후 4시부터 와서 줄을 섰는데 애플 측이 매장문조차 열지 않고 아이폰4S 판매 중지 조치를 한 것은 정말 중국내 많은 소비자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고 매우 아쉬워했다.

시단 애플스토어를 찾은 한 남성은 “아이폰4S 중국판 정품을 사기 위해 3개월을 기다렸는데 결국 제품이 없다는 발표를 들었다”며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아이폰4S를 구매하지 못한 ‘애플팬’과 소비자들은 애플스토어를 방문해 아이폰4S를 체험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시단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4S를 써보던 중국 젊은이들에게 ‘왜 아이폰을 좋아하냐’고 묻자 “애플이라는 두 글자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주위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을 갖고있는데 나만 아이폰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유행에서 뒤쳐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높아진 소득 수준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애플 측은 1월 31일 현재 중국 대륙 내 직영점과 온라인상점에서 언제부터 아이폰4S 판매를 재개할 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베이징 싼리툰점과 시단점의 직원들은 “아이폰4S 물량이 새로 들어오는 대로 판매를 재개하겠지만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시단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폰4S를 체험하는 중국인들 모습


“중국 소비자 푸대접” 비판 목소리 높아져

중국에서도 그 동안 새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공급 물량이 수요에 못 미치는 현상이 되풀이 됐다. 중국에서 ‘기아(饥饿)마케팅’이라고 부르는 애플의 마케팅 전략은 아이폰4S 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높이는 데 한 몫을 한 동시에 암거래 조직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에서는 “애플의 기아마케팅, 즉 소비자를 배고프게 하는 마케팅 전략은 대륙소비자들을 푸대접하고 소홀히 하는 것으로, 애플이 이번에 아이폰4S를 출시하면서 다시한번 불장난을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애플이 1세대 아이폰 출시 때부터 시작해 ‘기아마케팅’을 즐겼고, 현재까진 확실히 큰 성공을 거뒀다는 게 중국내 이동통신 업계와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이 같은 애플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중국 내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싼리툰 애플스토어를 찾은 소비자들은 “애플이 ‘기아마케팅’을 지속한다면 최후 손실을 입는 쪽은 애플이지 소비자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중산대학 산하 중국브랜드전략연구센터 주임인 왕하이종 교수는 “기아 마케팅은 양날의 검으로 만일 지나치게 쓰면 추종자가 열정을 잃게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소비자의 감정을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후에는 소비자가 해당브랜드를 보이콧, 배척하고 다른 브랜드로 옮겨 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애플은 현재자사 제품이 중국대륙에서 맞닥뜨린 상황을 똑바로 봐야 하고 자사의 방법에 잠재된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애플이 지금까지 중국에서 아이폰 시리즈를 다른 국가에 비해 늦게 출시한 것에 대한 불만도 높다. 그 동안 중국에서는 다른 국가들보다 아이폰이 늦게 출시된 때문에 애플팬들은 각종 경로를 통해 외국판 ‘밀수품·암거래제품’을 비싼 가격에 구매해 이용해 왔다.

이와 관련,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이동전화기 소비국가로서 그 판매 잠재력은 매우크기 때문에 애플은 신제품을 중국 대륙과 주요 국가에서 동시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애플은 중국 소비자의 수요를 충분히 예측해 시장의 수요를 최대한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 시장점유율 점차 낮아지는 추세

한편으로 애플의 마케팅 전략이 경쟁업체들을 이롭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즉 현재 애플은 한 모델의 인기 스마트폰에 기대어 ‘천하’를 빼앗고 있는데, 삼성전자, 모토로라 등은 더 많은 모델의 핸드폰을 출시한 동시에 중국3개 이동통신사들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만일 애플이 ‘기아마케팅’을 지속한다면 안드로이드OS 진영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애플은 지난해 중국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분기 13.3%에서 3분기10.4%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로써 중국토종 브랜드인 화웨이(华为)에 추월 당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아이폰의 비싼 가격 역시 애플이 중국 대륙 시장에서 직면한 또 다른 도전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중국소비자는 2,000위안이 안 되는 돈으로도 안드로이드OS 기반 스마트폰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4S의 가격은 중국에서 이 가격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어쨌든 애플은 이번 중국내 아이폰4S 출시를 계기로 또 한 번 집중조명을 받았다. 동시에 경쟁회사 및 제품과 차별화하는 기회로도 삼았다. 애플측의 무기한 아이폰4S 판매 중지 발표에도 불구하고 세련되고 서구적인 애플스토어를 찾아 아이폰을 체험하려는 중국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있다. 애플스토어 중국인 직원들의 표정에서도 판매 중지에 대해 고객에게 미안함 보다는 ‘의기양양’해 하는 표정이 더 드러나고 있다.

이번 중국에서 애플아이폰4S 출시를 둘러싼 한바탕 혼란 사태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중국소비자들의 욕구, 판매유통 구조와 특징, 경쟁사의 전략, 시장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함께, 나아가 사전철저한 준비와 문제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글∙사진 ㅣ 온기홍(중국통신원)
onkihong@yahoo.co.kr